1년 선교
샌드라 블랙머
란스의 목소리가 몇 옥타브 더 올라갔다. “농담하지 마. 어디 있을 거야!”
그날은 란스의 생일이었고 친구인 자니나가 미국 뉴욕 시 맨해튼에 있는 한식당에 란스를 데리고 가서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이제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왔다. 열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는 순간 자니나가 갑자기 당황해서 소리쳤다. “이런! 지하철 카드가 없어!”
“주머니랑 가방 속을 잘 찾아 봐.” 란스가 말했다. “서둘러. 열차 떠나겠다.”
허겁지겁 찾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열차는 그들을 역에 남겨둔 채 승강장을 떠났다. 바로 그때 자니나의 주머니 속에 뭔가가 집혔다. “여기 있어!” 힘겹게 카드를 찾고 나서 자니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찾았어!”
다음 열차를 잡아타고 둘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털썩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좋아하는 주제인 신학과 종교에 대해 다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주변에 있던 네 사람이 관심을 가지더니 결국 대화에 동참했다. 차 안에서 만난 친구들이 내릴 때가 되었을 때, 란스와 자니나는 성경의 가르침이 집약된 인쇄물을 그들에게 나눠 주었고, 계속 연락하기 위해 명함과 메일 주소를 주고받았다.
“그들이 내린 다음 우리는 열차 안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웃었어요. 웃음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계속 쳐다보았어요.”라고 란스가 그때 일을 회상했다.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기쁜지 궁금해하는 눈치였죠.”
“자니나가 지하철 카드를 잃어버린 것은 하나님의 섭리였어요.”라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주님께서 그 사람들에게 우리의 믿음을 전하길 원하신 거죠.”
혁신적인 증거 운동
란스라고 불리는 22세 청년 강동원은 세계 각 지회 대표로 모인 청년 14명 중 한 명이다. 그는 대총회 청소년부에서 주관하는 ‘1년 선교(One Year in Mission, OYiM)’ 운동에 참가 중이며 지금 뉴욕에 와 있다. 이 프로그램의 첫 단계는 재림 청년의 DNA 속에 자원봉사 정신을 주입하는 것이다. 란스의 나라는 북아시아태평양지회에 속한 대한민국이다. 다른 대원들은 남아프리카, 러시아, 인도, 탄자니아, 독일, 시리아, 호주 등지에서 왔다.
뉴욕에서 시행하는 1년 선교의 목표는 20~39세 청년들을 훈련시켜 6개월간 통합적인 복음 전도 방법을 개발하고, 이들이 지도부와의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기회를 주며, 2013년 6월에 시작 예정인 ‘NY13’ 전도회 사전 준비 작업을 위해 재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뒤 습득한 도구와 기술을 가지고 소속 지회로 돌아가 6개월 동안 배워 온 것을 지회에서 모집한 자원봉사자에게 가르쳐 주면서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에 성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한다.
“청년들이 선교에 아주 많이 참여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라고 테드 N. C. 윌슨 대총회장은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이 ‘1년 선교’입니다. 청년들이 일생 중 1년을 자신이 살고 있는 곳, 자기 나라, 혹은 세계를 다니며 선교 봉사에 전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대총회와 북미지회 본부에서는 지도자들을 보내어 주간 워크숍을 진행하고 다양한 형태의 전도를 가르치면서 힘을 북돋아 주고 있다.
우리 자신을 직시하다
1년 선교에서 가장 큰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노숙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허리케인 샌디의 피해자를 위해 복구 작업에 동참하며, 요양원과 여성 쉼터를 방문하고,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들이 거기 해당한다. 또 뉴욕 시 타임스퀘어를 포함하여 거리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기도한다.
“지역 봉사는 우리가 매일같이 하는 것처럼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북미지회 소속 1년 선교 단원인 자니나는 말했다. “봉사하면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주며 복음으로 관심을 이끄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브라질 출신 단원 리즈 모타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지역 공립 중학교에서 매주 두 번 아침에 아이들 공부를 봐 주는 일이다. 학교에서 예수나 복음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자신과 다른 단원들이 아이들과 교직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리즈는 확신했다.
“우리가 그들을 대하거나 돌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지요.”라고 리즈가 말했다. “교사들까지도 우리를 껴안으면서 ‘보고 싶을 거예요.’라고 말해 주었어요.”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와 2013년 2월 끔찍한 눈보라가 할퀴고 지나간 곳이라 재난 구호 형태로 지역 사회를 도와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았다. 호주에서 온 조쉬 우드는 이를 두고 증거를 위한 “커다란 기회”라고 했다.
“복음 전도에 사용할 시간을 할애하여 재림교회 지역 사회 봉사회와 함께 피해자들을 돕고 있습니다.”라고 조쉬는 말했다. “하지만 이 일도 사람들을 돌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니 방법만 다를 뿐입니다.”
2013년 3월 22일부터 24일까지의 주말에는 특별히 봉사에 비중을 두었다. 길버트 R. 캥기 대총회 청소년부장과 루벤 메리노 뉴욕합회 ACS 부장, 호세 H. 코르테스 주니어 애틀랜틱연합회 청소년부장의 지도하에 청년 14명이 봉사자 수백 명을 이끌고 뉴욕 시 전역에서 ‘사랑 실천’이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미국 일곱 개 주에서 모인 재림 청년 수천 명이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행진하면서 뉴욕 시에 동정의 정신을 고양하고 폭력에 항의하면서 행사가 절정에 다다랐다. 이 행사로 인해 일부 뉴욕 시민들은 하나님께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폴 오가가는 파 로커웨이 공립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고 만들기를 돕고 있었는데 피해자 쉼터에서 한 여성이 아이들과 함께 찾아왔다. 아이들이 성경 이야기를 듣고 “엄마, 사랑해요.”라는 글이 적힌 상자를 만들어 자신에게 주었다며 그 여자는 폴에게 어느 교회에서 왔는지 물었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라고 하니까 “교회가 이렇게 활기찬가요? 그 교회에 다닐게요. …하나님께서 저를 이끄신 게 틀림없어요. 내가 다시 교회에 다니길 원하시는 게 분명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프로젝트와 행진에) 참가한 많은 사람을 보면 우리 청년들이 하나님을 어떻게 섬기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라고 다니엘 R. 잭슨 북미지회장은 말했다. “교회에 앉아 찬미가나 들으며 하나님을 섬기고 싶어 하지는 않아요. 나가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예수의 이름으로 일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입니다.”
잭슨과 그의 아내 도나는 다른 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사랑 실천’ 프로젝트 현장 몇 군데를 방문하고 행진에 참가했다.
세계 교회의 축소판
전 세계 14개 지역에서 온 청년 14명(남자 9명, 여자 5명)이 꼭 붙어 살면서 봉사하는 가운데 돋보이는 것은 ‘다양성 속의 일치’이다. 나이, 언어, 성별의 차이뿐 아니라 그들은 문화적, 신학적 차이와 씨름을 해야 한다. 가령 란스는 뉴욕 사람들이 서로에게, 특히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예를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의범절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살기도 했던 조쉬는 경제, 생활 조건이 제각각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 호주에서 방이 12 개인 저택에서 혼자 살았던 그는 인도에서 방 두 칸짜리 집에 3세대가 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신학적인 입장도 매우 전통적인 것부터 ‘진보’라고 할 만한 견해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안식일에 적절한 활동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으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는 걸 볼 때면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연합하여 선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정작 이 청년들은 이를 두고 타인과 그들의 생활 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성장의 경험’이라고 말한다.
입교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루카스 헤르만은 고국 독일을 ‘사람들이 서로를 불신하고 서로의 견해를 무시하는’ 곳이라고 묘사하면서 이 청년 모임을 통해 다른 견해와 믿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되었어요.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찾기 위해 성경을 계속해서 보게 되니까요.”
“서로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면 조절이 필요합니다. 특히 안식일 문제에서는요.”라고 필리핀에서 온 안소니 스태니어가 덧붙였다. “한번은 란스와 오래 이야기하면서도 서로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의견을 나누었어요. 란스의 견해와 시각을 듣는 것이 좋았고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란스도 마찬가지였죠. 서로의 믿음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요. 의견을 달리하는 데 동의했거든요. 그래도 서로를 껴안고 함께 살며 일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온 안나 가벨로는 이 팀을 “피부색, 습관 등이 다른 다양한 민족이 섞인 다채로운 곳”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많은 면에서 우리는 같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형제자매이니까요.”
이 팀의 일원 중에서 재림교회 안에서 성장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시리아에서 온 에쌈 하비브는 침례를 받은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가족 중 유일한 재림교인이고 동네에서도 혼자 재림교인이다. 시리아에서 그는 홀로 안식일을 지내었고 자신만의 활동을 ‘창작’해 내야 했다. 안식일 아침에 혼자 개인 예배를 드리고 때로는 라디오 종교 방송을 듣는다. 그러고는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친구나 동네 주민을 찾아간다. “좋은 일을 하고 사람들에게 내가 그들에게 마음 쓰고 있다는 걸 보여 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라고 그가 설명했다.
덴마크에서 온 페르닐 라스무쎈은 이 그룹의 공동 임무가 서로를 연합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왔지만 예수님을 (프로그램의) 중심에 두고 함께 묵상하고 기도한다는 하나의 목적과 목표로 모였습니다.”
“서로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라고 탄자니아에서 온 제레미아 말루이라가 덧붙였다. “우리는 싸우지 않아요. 서로 다른 점을 가지고 끈질기게 토론하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수많은 문화권에 다가갈 수 있을지를 항상 생각합니다.”
뉴욕을 바라보는 시각
바쁜 뉴욕의 생활 방식에 1년 선교 단원 일부는 어리둥절해한다. 특히 에쌈은 왜 ‘사람들이 그렇게도 뉴욕에 오고 싶어 하는지’ 이해를 못한다.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녀요.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직장으로 출근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삶을 즐기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는 휴식을 많이 취하고 일을 적게 해요. 여기서는 돈을 더 많이 쓰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지요.”
조쉬도 이에 동의하며 이곳의 생활 방식에 맞추어 재림교인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 선교를 할 시간과 힘이 없어 복음 전도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교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만 이런 생활 방식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라고 조쉬가 말했다.
인도에서 온 다릴 조슈아가 이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다. 이곳에는 일자리와 개인적인 성장의 기회가 많다고 좋아한다. 특히 고국에서는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는 이민자들에게는 더 그렇다는 것이다. “돈을 벌어 고국으로 부칠 수 있습니다. 만약 가족이 이곳에 함께 있다면, 가족을 더 잘 부양하고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습니다.”
뉴욕 시 인구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민자 가족 중 상당수는 뉴욕에서 자라나 뉴욕을 고향이라 부른다.
카를로스 산체즈는 자신이 자란 멕시코의 조그마한 도시 사람들보다 뉴욕 사람들이 더 정이 없어서 다가가려면 먼저 대화를 통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성령의 인도를 구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와 말을 했으면 하는 사람을 우리 앞으로 인도해 주십니다.”라고 카를로스는 말했다.
남아프리카에서 온 알비나 필레이에게는 이 지역이 추워서 힘들지만 다른 방식으로 적응하고 있다. 뉴욕 시가 절대로 잠들지 않는 곳이라는 말에 이제는 수긍한다고 말했다. “루벤 목사님과 함께 새벽 1시 30분에 식료품 사러 간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뉴욕에 오기 전에 뉴욕 사람들이 절대로 웃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알비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웃으면 그들도 같이 웃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예외적인 경우 때문에 여전히 가슴 한 켠이 아련하다. 어느 날 술이나 마약에 취해 있는 듯한 한 남자를 봤는데 그 남자는 몸에 비해 큰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가 고개를 들어 알비나를 보았을 때 알비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사람이 어쩔 줄 모르더군요.”라고 알비나가 말했다. “그에게 미소를 짓는 작은 친절도 베푼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가슴 아파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인터뷰 당시 1년 선교 팀의 6개월 뉴욕 체류 기간은 다 끝나지 않은 상태였지만, 선교 노력에 결실이 맺히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개별적으로 이끌고 계신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우리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선택하셨습니다.”라고 다릴이 말했다. “우리를 왜 선택하셨는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각자 공헌할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요. 비록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더라도요. 어쨌든 우리를 여기로 인도하신 분은 하나님이시고 우리는 그분을 섬기고 싶을 뿐입니다.”
*NY13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www.ny13.org에서 얻을 수 있다.
http://oneyearinmission.org에 방문하면 ‘1년 선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고, 프로그램과 단원에 대해 애드벤티스트 뉴스 네트워크에서 제작한 동영상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