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한 줄기 빛
예수께서는 가장 어두운 폭풍 속에 있는 당신에게 길잡이가 되신다
커티스 리테누어
1980년 1월, 나는 미국의 워싱턴 주 왈라왈라 대학에서 수학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막 끝났을 무렵이었다. 미네소타에 있는 가족을 방문하고 난 뒤 나는 돌아오는 경비를 좀 아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대학 친구의 낡은 2인승 단발 비행기를 얻어 탔다.
그날 아침은 몹시 추웠다. 하지만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날씨가 괜찮았다. 나는 비행에 관해서 문외한이었지만 친구는 자신 있게 엔진의 회전 속도를 올리고 활주로로 향했다. 우리는 곧 눈 덮인 들판 위를 날아올랐다. 경로는 꽤 단순했다. 우리는 90번 주간 고속 도로를 따라 몬태나를 지나서 뷰트 시에 도착할 때까지 비행할 계획이었다. 뷰트 시에 이르면 그쪽 산 위를 비행하고 왈라왈라로 진입하려고 했었다.
우리는 가끔씩 연료 공급을 위해 멈췄고 친구는 항상 날씨를 미리 확인했다. 뷰트에서도 친구가 공중전화로 일기 예보를 확인하는 동안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친구는 강한 바람이 우리 쪽으로 불어올 거라고 말했다. “우리는 비터루트 산맥 상공을 비행할 거야. 그리고 블루마운틴을 지나 밤이 되기 전에 왈라왈라로 들어갈 거야. 너무 걱정 마.” 그러나 친구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친구는 초보 조종사였다. 흐린 날이나 밤에 비행할 수준은 아니었다. 둘 중 어느 한 상황에라도 처하게 된다면 우리는 큰 곤경에 빠지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젊었고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에 ‘시도’해 보기로 했다.
뷰트를 벗어나 로키 산맥 상공을 날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고속 도로의 작은 회색 리본을 따라가지 않았다. 주간 고속 도로가 북서쪽으로 꺾였고 우리는 서쪽으로 가야 했다. 위치 추적 장치도 없이 친구는 종이 지도를 꺼내어 산 정상들을 확인하고 나침반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비행 경로를 도표로 만들기 시작했다. 얼마 후 친구는 그 지도를 나에게 주었고 우리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대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지도를 보았을 때 그 산 정상들이 일치하지 않았다. 친구는 왈라왈라 일기 예보라고 생각되는 무선 신호를 향해 기수를 틀었다. 그 신호 쪽으로 비행기를 돌리면 신호의 세기가 커지고 가야 할 방향이 더 정확해질 거라고 설명했다. 친구의 얼굴에 두려움이 역력했다. 그는 말없이 지도와 그 지형을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었다. 비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친구의 침묵도 깊어졌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친구는 나직이 말했다. “우리는 길을 잃었어.” 우리 밑에 보이는 산들은 블루마운틴보다 훨씬 더 높고 더 가파르다고 했다. 우리의 비행기는 야간 비행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추위 때문에 비행에 방해가 되는 얼음이 날개에 생길 수도 있었다. 마침내 연료가 얼마 안 남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비행기 사고로 죽을까 봐 두려웠다. 비행기가 윙윙거리며 하늘을 가르는 동안 나는 주님께 우리를 구해 달라고 간구하며 울부짖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하나님께서 얼마나 우리 가까이에 계신지 알게 된다.
어둠이 내려앉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곤경에 빠졌었다. 예수께서는 겨우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많은 사람을 먹이셨다(마 14:17~21 참조). 수천 명이 그 기적을 목격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왕으로 추대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때 제자들은 무리 속에 갇혀 버렸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 무리를 보내시며 제자들에게 배를 타고 호수의 건너편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다(마 14:22 참조).
나는 제자들이 곧바로 배를 타고 노를 저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함께 타기를 바라며 잠시 배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이 지체되자 결국 그들은 어둠 속으로 향했다. 그들은 그리스도와 함께한 것이 기쁘지 않았다. 예수님을 왕으로 앉혔어야 했다며 투덜거렸다. 어둠이 내리자 그들의 불평은 그들을 거친 파도로 이끌었다.
폭풍우
천둥을 수반한 격렬한 폭우가 갈릴리 바다를 뒤덮었다. 제자들은 그러한 날씨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들의 완벽한 날이 갑자기 악몽으로 바뀌었다. 호수를 건너는 데는 겨우 두세 시간 정도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폭풍으로 인해 그들은 육지로부터 더 멀어졌다(24절 참조). 그들은 여러 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다. 거친 파도와 번쩍이는 번개, 굉음을 내는 천둥은 이 경험 많은 어부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결국 그들은 포기했다. 그들은 길을 잃고 망연자실했다. 그들에게는 구주가 필요했다.
한 줄기 희미한 빛
예수님의 섬세한 눈은 당신의 제자들을 한번도 시야에서 놓친 적이 없었다. 예수께서는 폭풍으로 인해 고난을 당하고 있는 제자들을 보셨다. 제자들이 두려움으로 울부짖고 있는 동안 우리의 주인 되시는 예수께서는 그들에게로 가고 계셨다(25, 26절 참조). 낯선 형체가 그들을 향해 바다 위로 걸어오고 있었다. 제자들은 그가 자신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 예수님인지 몰랐다. 번갯불로 인해 예수님의 형상이 드러났다. 배 뒤쪽에 모여 있던 그들은 갑자기 예수님을 향해 앞쪽으로 가면서 소리친다. “제발 우리를 구해 주소서!”
예수께서는 준비가 되셨다. “안심하라 내니 두려워 말라”(27절).
배에서 내리다
베드로는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가기를 자청했다(28절 참조). 그는 주님을 만난다는 기쁨으로 엄청난 믿음의 한 발을 내디뎠다. 시선을 자신의 주인에게 고정하고 베드로는 예수님을 향해 걸었다. 그때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자만하는 마음이 생겨 배 위에 있는 동료들을 뒤돌아보았다. 아마 “우와, 이것 봐! 내가 물 위를 걷고 있어!”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료 제자들을 향해 그가 뒤돌아선 것은 빛으로부터 돌아선 것이었다.*
예수께서 베드로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 되자 그는 빠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자만하던 제자는 “주여 나를 구원하소서!”라고 외친다(30절). 예수께서는 즉시 다가가 베드로의 내민 손을 붙잡으신다. 예수께서는 베드로가 그의 약점들을 깨닫지 못한 것을 알고 계셨다. 곤경이 닥쳐올 때 베드로는 자신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리스도는 그가 얼마나 약한지를 보여 주셨다. 베드로는 자신을 너무 믿었다. 그는 자신을 완전히 버리고 오로지 그리스도께 기대어야만 거친 폭풍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워야 했다.
예수님과 베드로가 배에 함께 오르자 폭풍이 그쳤다. 폭풍이 지나가고 잠잠해진 가운데 제자들이 예수께 절하고 경배하며 말했다.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로소이다”(33절).
또 다른 희미한 빛
32년 전 어느 어두운 밤 우리가 비터루트 산맥 위를 비행하고 있을 때 나는 나 자신의 폭풍 속을 지나가고 있었다. 친구와 나는 침묵 속에 그 밤을 통과하고 있었다. 우리 둘 다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는 계속해서 기도하면서도 비행기 엔진이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마침내 꽝하고 멈춰 버릴까 봐 두려웠다.
어둠이 우리를 뒤덮었다. 창문 밖을 보니 온 세상이 별들로 반짝였다. 아래 쪽에는 불빛이 거의 없었다. 외딴 광야처럼 보이는 곳에 작은 집들 몇 채가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곳의 산들에는 우리가 착륙할 곳이 없었다.
그러다 우리 둘은 저 멀리 어렴풋한 불빛 하나를 보았다. 아주 먼 곳에서 흐릿하게 비추고 있었다. 가느다란 빛줄기가 어두운 하늘을 가리키며 손가락 돌리듯 뱅뱅 돌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공항이야!”
친구는 곧장 그 빛을 향해 날아갔다. 공항을 짧게 선회한 뒤 우리는 눈 쌓인 활주로에 착륙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비행기에서 내려 그 땅에 키스하고 싶었다. 내 조종사 친구가 날개에 끼인 작은 얼음들을 쳐다볼 때 나는 물었다. “여기가 어디야?”
시간은 밤 10시경이었다. 활주로 끝의 작은 건물은 불이 꺼져 있었다. 건물 옆 벽면에 걸려 있는 나무 표지판이 우리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 주었다. “아이다호 주 맥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목적지에서 남쪽으로 여러 시간 떨어진 곳에 착륙한 것이었다. 친구가 잘못된 신호를 향해 기수를 돌리는 바람에 항로에서 벗어난 것도 모르고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유벽한 황무지 지역으로 비행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사흘 동안 그곳의 목사님과 그분의 가족과 함께 보낸 뒤 날씨가 좋아졌을 때 학교로 돌아갔다.
빛을 찾으라
당신이 살면서 폭풍 속을 헤쳐 나가야 할 때 한 줄기 희미한 빛이 당신에게 희망을 주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결혼이 깨지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그 빛을 찾으라.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폭풍 속에 계시는 예수님을 즉시 알아보지는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우리를 안전하게 집으로 인도하기 위해 거기에 계신다. 우리가 삶의 불확실성에 직면할 때 희망은 있다. 나는 수평선 위로 한 희미한 빛을 본다.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시대의 소망> 381쪽 참조
커티스 리테누어
오리건과 네브래스카 그리고 워싱턴 주에서 25년간 목회했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이며 북미지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설교자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