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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교인 건강 연구 2’에서 발견한
재림교인의 재산
레슬리 R. 마틴
아미나는 벽장 안 귀퉁이에 빗자루를 세운 후 벽장문을 닫고 시계를 쳐다본다. ‘그래, 아직 시간이 많네.’ 집이 깔끔하게 정돈되었다. 아이들의 옷가지가 가지런히 걸려 있고 주방도 눈부시게 반짝인다. 장도 다 보았다. 오늘 마트에서 구입한 형형색색의 맛있는 채소가 특히나 마음에 든다. 싱크대 옆에는 가족을 위해 장만한 요리가 먹기에 딱 좋게 식었다. 때마침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편의 눈이 빛난다.
아미나가 금요일마다 조금 일찍 퇴근해 안식일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남편 오비는 참 감사하다. 아이들은 이미 목욕을 마쳤고, 오비도 서둘러 목욕하며 한 주 동안 있었던 일을 잠시나마 잊어 본다. 몇 분 후 가족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가장 좋아하는 찬미를 부르며 기쁨으로 안식일을 맞이한다. 이것은 이들만의 오랜 전통이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드디어 휴식의 시간이 시작된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신자들은 타인과 구별되는 교리와 행동 양식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재림에 해당하는 라틴어 adventus는 ‘오다’이다.)이며 또 하나는 물속에 몸을 완전히 담그는 침례 방식이다. 그러나 재림교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가지는 제칠일 안식일 준수와 건강 메시지이다. 이들을 각각 살펴보자.
안식일과 정신 건강
재림교인에게 안식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그래서 매주 안식일을 기다린다. 그러나 정작 안식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리는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그분의 나라를 위해 준비하게 해 주는 안식일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또한 하나님의 계명이기 때문에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과연 건강과 행복에 유익할까? 오비와 아미나의 가정은 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덕에 이 땅에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넓은 의미에서 종교가 건강에 끼치는 중요성을 다룬 과학적 자료는 넘쳐 나지만, 안식일 성수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실일 경우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종교와 건강에 관한 생체심리사회적 연구’(재림교인 건강 연구 2의 일부임.)의 결과를 보면 종교의 특정 양식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조사 과정에서 북미 지역 재림교인 5천여 명에게 안식일 활동에 관하여 질문했고 대상자들의 응답을 토대로 안식일 준수 지표를 만들었다.1 점수가 높을수록 안식일에 세속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며 낮을수록 안식일에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활동했다는 것을 나타냈다.
고무적인 사실이 발견되었다. 응답자의 안식일 준수 점수는 대체로 높았지만 그중에서도 안식일을 가장 신성하게 지킨 사람이 세속적 활동을 얼마간 허용한 사람보다 정신 건강이 좋았다.
몇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안식일을 잘 지키는 사람일수록 신앙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가령 어려움을 겪을 때 신앙적으로 대처하는 이들은 하나님께 지도와 힘을 구한다. 둘째, 안식일을 준수하면 신앙적 지원 역시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안식일을 더 잘 지키는 사람일수록 가령 병이 들었어도 교인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도 더 컸다.
또 안식일 준수는 더 나은 식습관, 운동과도 관계가 있었다. 물론 이러한 면들은 신앙적 대처나 종교적 지지만큼 강력한 요소는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 분명한 것은, 안식일을 성수하는 사람이 안식일을 평일처럼 여기는 이들에 비해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했다.
안식일과 신체 건강
안식일 준수와 신체적 건강의 관계는 정신 건강과의 연관성만큼 밀접하지는 않다. 그래도 앞서 언급한 각 요소(종교적 지지와 종교적 대처, 식습관, 운동)는 여전히 중요하다.
처음에는 의외일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안식일 준수는 신앙적 지원, 더 나은 식습관, 운동과 관련이 있었고 앞에서 보았듯 이러한 요소들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신앙적 대처는 통계적을 볼 때 ‘억제 효과’를 가져왔다. 쉽게 말해 안식일을 잘 지킬수록 신앙적으로 대처하는데 이러한 대처 방식은 신체적 건강이 좋지 않은 이들과 연관이 컸다.
대체 무슨 소리인가? 종교적 대처가 건강에 나쁘다는 말인가? 물론 그럴 리가 없다.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하자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건강한 사람들보다 종교적 대처에 전적으로 의지했다는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우리는 하나님의 크신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일이다.
오비와 아미나 가족은 즐겁게 금요일 저녁 식사를 마쳤으므로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찼다. 그들은 평화로운 마음으로 다음 날 아침, 교회에서 느낄 사랑과 행복을 기다린다. 일주일 동안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감당할 수 있었다. 또 힘든 일이 생기면 교우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고, 혼자보다는 교인들과의 협력으로 더욱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안식일을 경건하게 보낸 덕분에 좋은 습관과 대처 방식을 체득한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안식일은 하늘 왕국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일 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었다.
식생활과 정서적 건강
이제 오비의 가족이 즐기는 식단을 살펴보자. 또 다른 프로젝트(‘종교와 건강에 관한 생체심리사회적 연구’의 일부)2에서, 재림교인 9천여 명이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먹었고 어떤 긍정적 감정(민첩함, 열정 등)과 부정적 감정(괴로움, 속상함 등)을 느꼈는지 응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신선한 과일, 채소, 견과류를 많이 섭취한 사람은 긍정적인 감정이 커진 반면, 달콤한 디저트, 탄산음료,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같은 패스트푸드를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이 적었다.
이미 ‘재림교인 건강 연구’에서 고기를 적게 섭취하는 사람이 보다 건강하다는 결과를 입증했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고기 섭취와 신체적 건강과의 관계를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고기를 많이 섭취하는 여성이 부정적인 감정을 훨씬 많이 경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는 통계적으로 의미를 줄 만큼 현저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결과들은 재림교인들이 식생활의 중요성에 대해 믿고 있는 내용과도 부합된다. 전통적인 재림교회 건강 기별은 정신 건강보다는 신체적 건강에 초점을 두고 있더라도 말이다. 금요일 저녁 오비의 가족 저녁 식탁에는 신선한 채소가 정말 많았다. 그리고 아미나는 마트에서 구입했던 채소가 평소보다 훨씬 신선해서 마음에 들었다. 또한 저녁 식사 후에 먹을 과일도 특히 신선한 것으로 골랐다. 다행히 오비의 집에서 ‘패스트푸드’는 좀처럼 식탁에 오르지 않는 메뉴이다. 의식적으로 패스트푸드를 피하려고 노력하는 데다가 이들이 사는 지역에는 패스트푸드를 파는 곳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첨단 생활 양식
위 두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와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을 종합해 보면 유익하고 고무적인 생활 양식을 발견할 수 있다. 안식일과 건강 기별은 건전하다. 느낌만이 아니라 과학적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건강 기별을 활용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온전하게 삶을 추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 안식일에 하나님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방법을 찾고, 크건 작건 식생활에 변화를 주어 이미 알고 있는 건강의 길을 실천하는 것이다.
어려운 도전인가? 어떤 면에서는 그럴지도 모른다. 종종 무엇이 가장 훌륭한 선택인지 모를 때도 있고, 옳다고 인정하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잠언 16장 3절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너의 경영하는 것이 이루리라.”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맡겨 보라. 계획을 세우는 일에도, 그 계획을 이루는 일에도 그분께서 함께하실 것이다.
1 D. J. Superville, K. I. Pargament, and J. W. Lee, ‘SabbathKeeping and Its Relationships to Health and Well-being : A Mediational Analysis’, International Journal for the Psychology of Religion(2013)
2 P. A. Ford, K. Jaceldo-Siegl, J. W. Lee, W. Youngberg, and S. Tonstad, ‘Intake of Mediterranean Foods Associated With Positive Affect and Low Negative Affect’, 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 74(2013) : 142~148
레슬리 R. 마틴(Ph. D.)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마린다 공중 보건 대학원의 건강 및 사회 행동학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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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 준수를 위한 팁
안식일을 어떻게 지내면 좋을까? 다음과 같이 몇 가지를 제안해 본다.
혼자 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한 달 동안 ‘안식일 아침 맞이 예배’를 계획해 보라. 함께 찬양하고, 성경 말씀 한두 장으로 은혜를 나누고, 그룹 기도로 간단하게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해 질 녘에 소그룹 예배를 실시해도 좋다.
안식일 오후에 산책을 하거나 가볍게 산을 오르는 일은 하나님의 또 다른 교과서인 천연계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거기서 발견한 동물이나 식물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식일 오후에는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교우를 방문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
안식일을 준비하기 위한 집안일 등을 적어 ‘안식일 점검표’를 만들고 금요일 아침에 이 점검표를 확인해 보라. 안식일 준비에 흔히 필요한 일 또는 집 안에서 마쳐야 할 일들을 목록에 포함할 수 있다. 점검표로 미리 확인해 놓으면 일상적인 업무를 안식일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님께서 주신 창의력을 발휘해 보라. 안식일 오후에 종이 몇 장과 필기도구를 준비하고 앉아서 마음의 문을 열어 보라. 성경 말씀을 명상하거나 조용히 묵상하며 성령께서 들려주시는 것을 느끼는 대로 표현해 보라.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도 좋고, 그냥 아무렇게나 끼적거려도 좋다. 그런 다음 마음이 통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창작을 소개해 보라. 아니면 그냥 어딘가에 두어도 좋다. 그래도 창작의 기쁨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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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를 보다 많이 섭취하려면
채소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이 있다.
적당한 공간에 텃밭을 만들어 가꾸어 보라. 혹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해도 창틀에 허브 정도는 키울 수 있다. 신선한 향취가 입맛을 돋울 뿐 아니라 직접 재배하여 먹는 기쁨도 크다.
이미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다면 취미가 같은 이웃이나 친구들과 채소 가꾸는 방법을 서로 공유해 보라. 새로운 채소나 다른 채소들을 가꾸어 보고 이웃과 서로 교환해 보라.
과일을 얇게 썰어 몇 시간 동안 물에 담가 놓으라. 물에서 과일 향이 나고 물맛도 좋아진다. 사용했던 과일은 나중에 먹어도 좋다.
좋아하는 요리, 자신 있는 요리에 채소를 조금 더 넣어 보라.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영양을 챙길 수 있다.
고기를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면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고기 없는 날’로 정해 보자. 고기 섭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새로운 요리법으로 새로운 음식을 즐겁게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