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100주년
생명을 구하는 의학의 발견이나 시간을 절약하는 기술의 발명이 아니라, 생명을 앗아 가는 짧고 날카로운 기관총 소리와 수백만 명의 대학살로 새로운 시대가 밝아졌다는 것은 현대사의 슬픈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이다.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우리는 의학 발전에 공헌한 파스퇴르와 리스터, 이동 수단의 변화를 이끈 칼 벤츠, 헨리 포드, 라이트 형제와 같은 19세기 영웅들에 대해 배웠지만, 역사가들은 1914년 8월에 현대 세계의 비극이 공표되었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인간 역사상 최초의 세계 분쟁이었던 제1차 세계 대전은 문화, 정치, 심지어 신학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인간이 평화와 번영의 ‘골든 밀레니엄’을 향해 진보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생각은 솜 전투, 베르됭 전투, 아르덴 전투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역사가 바버라 터크먼이 ‘8월의 포성’이라 명명한 이후 불멸성을 부여받은 살상 무기들은 어떤 면에서 지금도 그 포효를 멈추지 않고 우리를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한 세기로 몰아넣고 있다.
100년 전 이 끔찍한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설립된 지 51년밖에 되지 않은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의 젊은이들도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각 나라 군대에 징집되었다. “살인하지 말라”라는 십계명의 말씀이 귀에 쟁쟁했지만, 그들은 국가의 강압 아래 자신의 양심에 반하여 전투원으로 무기를 들어야 했다. 이를 거부한 청년들은 수감되어 고통을 당하거나 공개적인 모멸을 겪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 재림교회 역사가 데니스 카이저는 그 당시 재림교회 지도자 중에도 애국심의 일환으로 무기를 들도록 장려한 어리석은 이들이 있었다고 보고한다.
이 땅의 엄숙한 기념일을 맞이하여, 평화의 왕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우리는 주님께 충성을 다하기로 새롭게 다짐해야 한다. 애국심이나 정치적 철학에서 촉발된 감정보다 그분께서 우리의 삶에 요구하시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서 있는’(골 1:17) 분께서 자신의 왕국을 세우실 것이다. “그의 왕권은 점점 커지겠고, 평화가 그의 나라에서 영원히 이어진다”(사 9:7, 쉬운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