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동행
돈보다 더 가치 있는 여정
마르코스 가브리엘 블랑코
2013년, 대학원 공부를 위해 아르헨티나에서 필리핀 재림교회 국제 대학원(AIIAS)으로 건너갔을 때 마이크를 처음 만났다. 마이크는 잠시 종조부 댁에 머물던 중이었다. 나의 아들과 마이크는 순식간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이 열한 살짜리 필리핀 소년은 가브리엘에게 어떤 나무라도 오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부모로서 우리는 가브리엘이 항상 명랑한 친구와 우정을 쌓는 것이 보기 좋았다.
어느 날 마이크는 부모님이 살고 있는 필리핀 일로일로의 바타드로 돌아갔다. 친구가 떠나자 가브리엘은 몹시 아쉬워했다. 그러나 태풍 하이옌으로 마이크와 가족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움은 염려로 변했다.
시속 314킬로미터의 강풍을 동반한 태풍 하이옌은 필리핀의 섬들을 강타하며 경로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 필리핀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태풍으로 그 나라에서만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이옌은 육지에서도 가장 강력한 위력을 떨쳤고, 비공식 기록에 의하면 풍속이 가장 빠른 태풍이었다.*
“아빠, 우리가 마이크를 돕기 위해 할 일이 있을까요?” 가브리엘이 물었다.
“식량 구입할 돈을 좀 보내면 어떨까?”라고 나는 제안했다.
가브리엘은 나의 제안에 찬성했고, 우리는 마이크의 가족을 위해 재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아들 녀석은 돈을 보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마이크를 도와주러 우리가 거기에 가면 안 될까요?” 아들은 간청했다.
“그래, 한번 알아보자꾸나.”라고 나는 대답했다.
부름에 반응하기
이웃 사랑의 모본을 보여 주는 예수님의 가장 유명한 비유인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에 여행이 포함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눅 10:25~37). 한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여행하던 중 강도를 만나 거의 죽게 되었다. 희생자가 쓰러져 있는 현장에 처음에는 제사장이, 그다음에는 레위인이 도착했지만, 그들은 다른 길로 돌아갔다. 그 후 평범한 사마리아인이 “여행하는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겼다(33절). 그는 다른 길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웃을 돕는 여행을 시작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아들의 요청을 실행해 옮겼다. 나는 페이스북에 계획을 올렸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사우스아메리카 스페인어 출판소의 친구와 동료들이 도움을 자청했다. 몇 주 만에 마이크와 가족을 도울 만큼 충분한 자금이 모였다. 인근 대회 본부의 교회 지도자들에게 연락했고 그들은 훈(훌리에토) 곤살레스를 지역 안내자로 배정해 주었다. 훈은 바타드의 마이크네 집에서 가까운 재림교회 교육 기관인 웨스트 비사얀 고등학교의 교목이었다. 이웃을 찾아가는 여행 준비가 다 끝났다.
친구를 위한 깜짝 이벤트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지나 파나이 섬에 있는 일로일로의 주도인 일로일로 시에 도착했다. 이후 약 128킬로미터를 달려 마이크의 집에 도착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만 보아도 사상 최악의 태풍이 지나갔음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마이크의 집은 바닷가 어촌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는 오후에야 그곳에 도착했다. 해변에서 놀고 있는 마이크를 보고 가브리엘은 가져온 장난감 가방을 움켜쥐고 마이크에게 달려갔다. 마이크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가브리엘이 자기 마을에 오다니!
마이크의 집에서는 태풍으로 심하게 파손된 고깃배를 수리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피해 복구에 대해 마이크의 아버지와 상의하는 동안 마이크와 가브리엘은 태풍으로 쓰러진 집 잔해에서 나온 막대기를 가지고 놀았다. 어린이들은 비극의 현장에서도 놀 거리를 찾아냈다.
마이크의 친척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다들 각자의 고깃배를 수리하기 위해서였다. 다음 날 우리는 고깃배 네 척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부속과 엔진을 구입했다. 또 우리는 그들의 집을 재건하는 일도 도왔다. 하지만 마이크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친구가 자기를 찾아왔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가 자신을 진실로 염려한다는 점이었다.
인생을 바꾸어 놓은 경험
그리스도인으로서, 부모로서 이웃을 찾아 떠난 이 여정은 내 인생을 확 바꾸어 놓았다. 이웃을 모른 척하지 않도록 내 마음을 부추긴 아들이 고맙다.
우리는 지금 다시 집에 와 있지만 훈 목사는 마이크와 그 가족을 계속 방문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계속 기도할 것이다. 끔찍하기 그지없던 태풍도 그들에게 삶을 뒤바꿔 놓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예수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만드는 경험으로 말이다.
마르코스 가브리엘 블랑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사우스아메리카 스페인어 출판소 편집장. 필리핀 소재 AIIAS에서 신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www.unesco.org/new/en/jakarta/inter-sectoral/haijan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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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친구 : 태풍 하이옌이 지나간 그의 집에 친구 가브리엘(오른쪽)이 나타나자 마이크(왼쪽)가 놀라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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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복구 : 태풍 하이옌 피해 지역에서 재건은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
위 : 잃어버린 살림 : 배가 일부 파손되거나 완파되어 생계를 잃은 사람이 많다.
왼쪽 : 다시 시작 : 마이크의 가족은 부분적으로나마 재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