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이 은혜
공원 가이드가 협곡 길목에 서서 도시에서 온 시끌벅적한 관광객들이 따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가이드는 관광객의 시선을 머리 위로 우뚝 솟은 장엄한 절벽이나 강줄기가 흐르는 골짜기로 이끌지 않고, 9미터 위 바위 벽에 무리 지어 있는 고사리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 고사리들이 사막의 가파른 절벽에서부터 생장에 필요한 수분을 어떻게 흡수하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혹시 아시는 분 있습니까?”라고 가이드가 미소를 띄며 물었다.
최소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에 어느 누구도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수문학(水文學) 연구가들에 의하면 이 고사리가 절벽에서 무성하게 자라게 해 준 유일한 수분은 수백 미터 위에 있는 지대에서 20년 전에 떨어진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700미터에 이르는 사암에 수분이 스며들어 고사리가 자랄 수 있도록 영양분을 주는 데는 무려 20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이번엔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어찌 보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아닌가. 수년 전 혹은 수십 년 전 처음 주어진 은혜로 말미암아 그분의 세계 사업이 힘과 활력을 얻고 있는 모습을 나는 감격스럽게 목격해 왔다.
하나님의 자비 안에서 은혜는 결코 그 가치를 상실하지 않는다. 그 혜택을 입는 사람들이 그 시작을 목격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재림교회의 역사적인 출판 사역이 어떻게 또 다른 출판 사역을 번창시키는 원천으로 작용했는지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읽으면서, 그 어떤 것도 헛되이 사용하지 않으시는 아버지께 다시 한번 감사하기 바란다.
나에게 내리시는 은혜의 빗줄기는 다른 이들에게도 복이 된다. 그 선하심의 물줄기를 내가 가로막지만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