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올렌 네테버그
아프리카 차드에 있는 베레 재림교회병원은 정신 나간 곳일 수도 있다. 어느 날은 대여섯 명의 목숨을 살리고 다른 날은 횡령 혐의로 직원을 해고한다.
우리가 이곳에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매주 수십 명이다. 우리는 제왕절개를 실시하고 말라리아에 걸린 아이들을 치료하고 어느 여성의 부서진 대퇴골을 수술해 더 나은 삶을 얻게 해 주었다. 현대 의학 장비가 거의 없는 매우 원시적인 환경에서 우리는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다(엑스레이 장비도 없는 이곳에서 MRI와 CT는 언감생심이다.). 노련한 일꾼들 덕분이다. 나아가 더욱 탁월한 능력자이신 하나님이 우리의 미약한 노력에 복을 주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뇌물 없이는 약을 내주지 않거나 진단을 실시하지 않는 직원이 있다. 악마의 소행이다.
우리는 대쟁투의 최전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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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상 70개가 마련되어 있는 이 병원에서 원장 노릇을 하고 있다. 또 재림교회 국제보건부(Adventist Health International)가 운영하는 다섯 개 병원의 고문을 맡았다. 나는 늘 주저하는 관리자이다. 정치를 좋아하지 않고 상사가 되어서도 인간관계에 능숙하지 않다. 충분히 조직력이 있지도 의욕이 강하지도 못하다.
그리고 늘 과로에 시달린다. 아픈 어린이, 병원 환자를 매일 만나고 방사선 관련 질문을 처리하고 개인 면담 시간도 갖는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구급 약품을 찾는다.
하지만 나는 관리자다. 그래서 회의를 주관하고 기금을 마련하고 직원들 간의 논쟁을 해결하고 정부 관료들을 만나고 자원봉사자를 물색한다. 독자 여러분도 환영한다!
다른 병원이 다섯 개 더 있다고 말했던가?
이번 달에 돈이 꽤 많이 새어 나갔다. 우리는 수석 행정 담당자 둘을 해고했고 병원 경험이 없는 두 명을 새로 채용하여 일을 가르쳤다. 금전적 손실을 보았기 때문에 지출과 영수증을 일일이 확인하고 급여 명세서를 만들었다. 사람들을 두 배나 많이 만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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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매일 몇 시간 동안 이메일 답장을 쓰고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묵상하고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고 나의 일과 영적 삶을 성장시키기 위한 장소가 필요하다. 병원에 있으면 환자들과 직원들이 계속해서 나를 찾는다. 주방의 큰 식탁에서 재택 근무할 때는 아이들이 같이 놀고 싶어 한다. 내게는 집무실이 필요하다.
마침내 아내가 집 안의 손님 접대용 침실을 뒤집었다. 탁월한 수리 전문 자원봉사자 제이미는 나에게 책상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낡았지만 쓸만한 책상 틀을 구하여 그 위에 합판을 얹고 모서리를 갈아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남은 일은 페인트칠이었다.
아들 리올과 내가 페인트칠을 했다. 굳이 말하자면 페인트칠이었다.
리올은 중간 크기의 페인트 붓을 잡고 나에게는 연필 만한 붓을 주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 이따금 페인트를 붓고 사방으로 밀어냈다. 팔순 노인이 셔플보드 게임 하는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붓이 작아 불리했지만 나는 아들과 진도를 맞추어 모서리를 칠했다. 상판 도색이 거의 끝날 무렵 합판의 남은 부분을 마저 칠하기 위해 내가 페인트 통을 집어 들었다. 아들이 붓을 통에 담글 때마다 절반은 내 손 위에 뚝뚝 떨어졌다. 리올은 합판 지지대를 칠하는 것도 좋다고 여겨 붓으로 한 줄 죽 그었다.
그리고 곧 싫증을 냈다.
아들은 작품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나도 뒤로 물러서서 책상과 아들의 몸 중 어느 곳에 페인트가 더 많이 묻어 있는지를 살피며 평가했다. 아들은 일이 잘되었다고 선언했다. 그런 다음 몸에 묻은 페인트를 휘발유로 지우고 마당으로 놀러 나갔다.
십여 미터 떨어진 마당에서 아이가 놀고 있는 동안 아들의 작업에 조금 손을 대었다. 칠이 두꺼운 곳의 페인트를 옅은 부분으로 흩어 놓았다. 가장자리를 칠하고 지지대도 마무리했다.
나 혼자 하면 작업이 더 빠르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들과 함께 칠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기뻤다. 아이가 뭔가 배우는 것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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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책상을 내 사무실로 옮겼다. 책상에는 세 아이의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최고급 부품을 사용한 책상은 절대 아니다. 뛰어난 장인의 솜씨가 깃든 가치 있는 작품도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책상이다. 완벽한 책상이다. 왜냐고? 아들과 내가 함께 칠한 책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둘이서. 우리의 프로젝트!
지금 내 책상 앞에 앉아 일하고 있다.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내가 얼마나 한심한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문득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이 병원과 이 지역의 교회 병원을 맡아 중간 크기의 붓을 들고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페인트를 묻힌다. 어떤 부분은 너무 두껍게 칠한다. 다른 곳에는 아예 칠이 묻지도 않았다. 잊어버리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칠하지 말아야 할 곳에 줄을 죽 그어 놓는다. 칠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끝나기도 전에 곧 힘이 빠진다. 나 자신을 더럽히고 심지어 통을 들고 계신 그분에게 페인트를 뚝뚝 떨어뜨린다.
그분은 발버둥 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나를 묵묵히 쳐다보신다. 형편없는 솜씨로 그분을 가려도 참을성 있게 내버려 두신다. 나 자신이 더럽혀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계신다. 어설프게 넘어간 모든 곳을 보신다. 내가 얼마나 어설픈지 얼마나 문제를 크게 만드는지를 보신다. 칠하지 않아도 될 곳에 붓을 대고서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신다. 그리고 참을성 있게 최선을 다하여 기름으로 몸을 깨끗이 씻기신다.
그런 다음 내가 그분에게 건넨 연필만 한 붓으로 내가 지나친 곳들을 칠하신다. 내가 할 수 없었던 것을 마무리하신다. 불규칙한 부분을 매끄럽게 하신다. 내가 서투르고 세심하지 못하여 그분의 손에 페인트를 흘려도 불평 한마디 없이 뒤로 물러서서 미소를 머금으신다.
분명 내가 없었더라면 이 일은 더 빠르고 훌륭하게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분은 이것을 누군가와 함께하기로 하셨다. 더 놀라운 것은 그분이 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분은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나와 함께 보낸 시간을 떠올리신다. 나의 어설픈 노력, 혀를 내밀고 집중하는 모습, 모든 것을 생각하신다. 금세 알 수 있는 나의 엉성함을 보신다. 특별히 내가 망쳐 놓은 부분, 내 실수를 지우려고 애쓰신 부분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보신다.
그러고는 혼잣말로 미소를 지으신다.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상이야. 내 아들과 함께 만들었지.”
올렌 네테버그
베레 재림교회병원의 의료 선교사이자 주저하는 행정가이다. 이 글은 그가 아내 다내와 함께 운영하는 블로그에 게시된 내용을 편집한 것이다. www.missionarydoctors.blogspot.com에서 ‘Under the Mango Trees’를 찾으면 된다.
발문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기뻤다. 아이가 뭔가 배우는 것을 지켜보는 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