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자
안헬 마누엘 로드리게스
역대상 21장 1절에서는 사탄이 다윗을 시켜 군사를 계수하게 했다고 하는데, 왜 사무엘하 24장 1절에서는 하나님이 다윗을 시켜 그렇게 했다고 말하는가?
사무엘하 24장 1절에는 “여호와께서 다시 이스라엘을 향하여 진노하사 저희를 치시려고 다윗을 감동시키사 가서 이스라엘과 유다의 인구를 조사하라 하신지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역대상 21장 1절에서는 “사탄이 일어나 이스라엘을 대적하고 다윗을 격동하여 이스라엘을 계수하게 하니라”라고 진술한다. 구약에서 사탄이라는 용어의 용례, 다른 구절과의 용어적 연관성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이 구절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사탄이란 말의 용례 : 히브리어 사탄은 ‘적, 반대자’를 의미하며 사람의 적 혹은 적대적으로 행동하는 인간 존재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다(왕상 11:14, 23 참조). 또 그것은 발람의 대적 역할을 하는 여호와의 사자를 지칭한다(민 22:22). 그 존재는 마귀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 명사는 욥기 1장 6절, 2장 1절, 스가랴 3장 1절에 나타나는데 여기서는 하나님 백성의 대적을 언급한다. 명사 ‘사탄(satan)’에 정관사가 붙으면(the satan) 그것은 고유명사로서의 사탄(Satan)이 아니라 일반적인 ‘적, 반대자’의 역할을 뜻한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이 용어에 정관사가 붙지 않는 경우는 역대하 21장 1절뿐이다. 따라서 이 구절에서 사탄은 고유명사이다. 반면 정관사가 붙는 경우가 고유명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2. 언어학적 연관성 : 욥기 2장 1절, 스가랴 3장 1절, 역대상 21장 1절 사이에는 분명히 언어학적으로 연관성이 있다. 역대기에서 사탄은 이스라엘에 대항하여 ‘일어나서(아마드)’ 다윗이 죄를 범하도록 ‘부추긴다(수트).’ ‘일어나다(아마드)’라는 동사가 명사 사탄과 함께 쓰이는 경우가 스가랴 3장 1절에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두 구절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 두 경우 모두 사탄은 하나님의 종을 적대한다. 욥기 2장 3절에서는 ‘충동하다(수트)’라는 동사가 명사 사탄과 함께 나타난다. 욥기에서 그는 하나님을 충동하여 욥을 적대시하게 하며, 역대기에서는 다윗을 충동하여 하나님을 거스르게 한다. 역대기 기자는 다른 구절에서 사탄이란 용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고 있었다. 역대기의 용례는 다른 두 책에서 사용된 용어의 의미를 가장 잘 반영한 것이다. 다시 말해 역대기 기자는 자신의 용례와 다른 구절의 용례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관사의 유무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구약 성경에서는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을 위한 계획에 반대하는 한 존재를 묘사한다(창 3:1~5; 레 16:8~10, 20~22; 사 14:121~4; 참조 계 12:9).
3. 역대기와 사무엘서의 진술 : 사탄의 역할은 앞서 살핀 세 구절에서 매우 분명하다. 첫째, 그는 하나님 백성의 대적이다. 백성들을 용서하려는 하나님의 의도에 반대한다(슥 3:1). 심지어 그는 하나님께서 왕국을 통치하는 방식까지도 반대한다(욥 1:6; 2:1). 둘째, 그는 백성들을 충동하여 하나님께 불순종하게 한다. 셋째, 그는 하나님의 백성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하나님의 대적이다. 역대기에 따르면, 사탄은 이스라엘의 대적으로 일어나 다윗을 부추겨 인구 조사를 실시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백성이 고통 받았다.
인구 조사가 왜 국가적인 죄인가? 이스라엘에서는 인구 조사를 실시하고 아무런 벌을 받지 않은 경우도 있다(출 30:11~16).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듯 이 조사는 병력 수를 확인하는 것이라는 데서 차이가 있다. 인간의 군사력을 의지하기 위한 것으로 하나님께도 허락받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이스라엘과 여호와 사이의 언약을 위반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역대상과 사무엘하에서 나타나는 표현의 차이는 문제 될 것이 없다. 하나님이 진노하여 인구 조사를 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명확히 말하자면 사탄이 다윗을 부추겨 인구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나님이 놔두셨다는 말이다. 하나님이 진노하셔서 다윗을 보호하려고 개입하지 않으셨다는 뜻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여전히 만군의 여호와이시다. 그분은 사탄의 행동을 허용하시지만 재앙을 끝마치신다. 하나님은 이 경험을 통해 다윗이 성전 지을 장소를 찾도록 하신다. 그분께서는 사탄에게 백성을 완전히 통제할 권한을 주지 않으신다(욥 1: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