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교도소의 문이 열리다
자유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드디어 항소심 재판일이다. 유죄 선고를 받았던 아마니(가명)는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법정에 동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변호사는 “가망이 없습니다.”라며 그의 부탁을 거절했다.
전화를 끊자 아마니의 머릿속에 몇 개월 전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를 비롯한 죄수 60여 명이 흙바닥의 작은 뜰에서 내가 전하는 복음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아마니는 하나님께 자신의 삶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교도관은 12명만 침례를 받도록 허용했고 아마니는 그중 한 사람이었다.
이제 아마니는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법정에 홀로 섰다. 판사는 그에 관한 기록을 확인한 후 말했다. “당신은 이제 자유입니다.” 예상치 못한 판결에 놀란 아마니는 법정에서 나오면서도 다시 체포될 것 같았다. 그러나 밖으로 나오는 그를 체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니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그 뒤에도 예수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받아들인 사형수 두 사람이 석방되었다. “재림교인이 믿는 하나님”은 자유를 주시는 분이라는 말이 퍼졌다. 하나님에게는 세상 감옥의 죄수를 풀어 줄 능력이 있다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은 아니다. 사랑이 담긴 그분의 메시지가 케냐 교도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 수감자들을 죄의 속박에서 해방시켰다는 것이 중요하다.
2004년만 해도 케냐 교도소 수감자들은 교도소 내 종교 활동을 위해 3개 교파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년 후인 2014년, 이들은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2011년, 케냐 교정 본부장인 이사야 오수고는 케냐 내 107개의 교도소에 재림교회 목사를 배정하라고 지시했다. 이 파격적인 조치는 1만 4,000명이 넘는 수감자가 침례를 받고 재림교회에 입교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미 10년 전에 교도소 사역을 시작한 벤슨 오쳉 오볼라와 킹스메신저(King’s Messengers) 덕분에,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퍼스트 재림교회에 몸담고 있던 우리 부부도 그 일에 동참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음악에서 사역으로
2004년, 청년 15명으로 구성된 케냐 재림교회 음악 선교단인 킹스메신저는 케냐 루이루에 있는 교도소 직원 훈련 전문학교에 초청받았다. 단원들은 거기서 재림교인 수감자 250여 명이 나이로비 리맨드 교도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케냐의 교도소들은 케냐 독립 이전인 1900년대 초반에 지어졌기 때문에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지붕이 없는 화장실이 대부분이고 비누와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목욕이나 다른 일을 할 때에도 제약을 받는다. 정원이 초과된 교도소가 많아 잠자리도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제때 진료받지 못한 수감자를 위한 격리 시설이 부족하여 동료 수감자들의 건강마저 악화시키고 있다.
2002년 전만 해도, 케냐의 교도소 방문은 극히 제한적이어서 가족도 면회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점차 방문 규제가 완화되었고, 여기에 교도관 훈련 전문학교에서의 킹스메신저의 공연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킹스메신저의 지휘자인 벤슨 오쳉 오볼라는 훈련을 받기 위해 모인 교도관 4,000여 명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나이로비 교도소 내 재림교인 수감자 250여 명에게 음식과 비누를 전달하고 교도소 방문 계획도 세울 수 있었다.
오볼라와 킹스메신저가 나이로비 교도소에 도착했을 때, 놀랍게도 수감자 3천여 명이 찬양을 듣기 위해 모여 있었다. 킹스메신저 단원들은 교도소의 낙후된 환경과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본 필수품 때문에 다투는 수감자들을 보며 이들을 돕고 싶어졌다.
협력하여 선을 이룸
2008년, 리언과 메이 얼이 케냐의 수감자들을 돕고자 한다는 소식이 당시 내가 목회하던 볼티모어 퍼스트 재림교회까지 전해졌다. 케냐 사람인 메이는 오볼라의 사촌이며 개인적으로 교도소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남동생은 케냐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내가 교도소 사역에 관심 있다는 사실을 그녀도 알았고, 우리는 즉시 케냐에서 전도회를 시작하기로 계획했다.
2009년, 킹스메신저와 힘을 모아, 키탈레 교도소 구내에서 첫 전도 집회를 열었다. 놀랍게도 1,500명이나 되는 수감자들이 말씀을 듣기 위해 모였다. 그들은 하루 종일 뜨거운 태양 아래에 서서 점심도 거른 채 말씀을 들었다. 마지막 호소 설교 후에는 수감자 218명이 삶을 하나님께 바치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이들에게 <기본교리 28>을 한 권씩 나눠 주었고 지역 교회 교인들과 연계하여 성경 공부를 하게 했다.
교도소에서 성경 공부가 진행되는 동안, 도시에서는 2주 동안 개최한 전도회에서 60여 명이 예수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2주 후 우리는 다시 교도소로 돌아와서 성경 공부를 진행했고 침례 후보자들을 초대했다. 교도소 내에는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근처 연못에서 간신히 물을 끌어와 간이 침례탕을 만들었다. 물의 깊이는 겨우 무릎 정도라 내가 무릎을 꿇고 수감자들을 앉게 한 후에야 그들을 물속에 담글 수 있었다.
2011년, 우리는 킹스메신저와 다시 의기투합하여, 키수무 교도소와 코디아고 교도소 수감자들을 위해 2주 동안 전도회를 개최했다. 나는 경비가 가장 삼엄한 수감자들에게, 레온은 중간급 보안 수감자들에게 말씀을 전했다. 아내인 마블과 메이는 여성 수감자들에게 말씀을 전했다. 특별히 코디아고 교도소에서는 사형수 60명에게 말씀을 전하도록 허가를 얻었고, 그들 중 30명이 예수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받아들였다.
들것에 실려 온 사람에게 침례를 베푼 적도 있다. 그는 몸이 불편하여 밖에 나와 말씀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교도소 내의 음향 기기를 통해 말씀을 들었다. 그런 그가 밖으로 나와 침례를 받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든 일이라 생각했으나 상황 설명을 들은 후, 교도관들에게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달라고 요청했다. 교도관들의 도움으로 나는 그에게 침례를 베풀었다. 물론 들것도 함께 말이다. 이후 그는 석방되었다. 출소한 그에게 킹스메신저는 휠체어를 선물해 주었다.
우리는 수감자들의 건강을 위해 엘도렛 근처에 있는 재림교회 학교인 동아프리카 바라톤 대학의 의사와 간호사들로 구성된 진료소를 운영했다. 이 진료소에서 수감자와 교도소 직원 700여 명이 진료를 받았다. 또한 킹스메신저의 노력으로 수감자 약 400명이 침례를 받았다. 이후 교도소장은 교도소 내에 재림교회를 세울 수 있도록 허가했고, 수감자들은 이제 이곳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교도소에 찾아온 변화
케냐 교정 본부는 수감자들이 처음 입소했을 때보다 개선된 모습으로 출소하도록 교화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교도관들은 “그리스도께 자신의 삶을 바친 수감자들은 보다 법에 충실하여 다루기가 쉽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이바샤 교도소에서 21년간 복역했던 젊은 친구가 있었다. 처음 입소할 때만 해도 다루기가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교도관들은 그를 독방에 감금했다. 그는 툭하면 동료 수감자들 싸웠고 경비원에게도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그가 그리스도를 구주로 받아들인 뒤 삶이 극적으로 변화되었고 얼마 후에 석방되었다. 수감자들이 하나님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변화할수록 교도소가 더 나은 곳으로 바뀌어 간다는 사실을 교도관들도 알게 되었다. 교도관들은 킹스메신저가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모두가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이미 자리를 잡은 타 교파에서 불만을 터뜨렸다. 재림교인이 되는 수감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급기야 킹스메신저 단원들이 교도소에 오는 것을 반대하기 시작했다. 단원들이 방문하면 전원을 차단하여 음향 기기가 작동되지 못하게 하거나 담당 교도관에게 항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볼라는 이런 텃새와 반대에도 굴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도 장애물을 제거하여 교도소의 문이 계속 열려 있도록 하셨다. 이제 킹스메신저는 케냐의 107개 교도소 중 75개 교도소에서 적게는 150명, 많게는 5,000명에 달하는 수감자를 위해 사역하고 있다. 우리는 지역 교회 기부금으로 필요할 때마다 침례탕과 자금을 지원하며 오볼라와 킹스메신저를 아낌없이 후원하고 있다.
교화사(敎化師) 양성
새로 임명된 재림교회 목사를 포함하여 케냐의 교화사(敎化師)는 모두 공무원이다. 교도소 교정 본부장인 오수고는 현 교도소 직원 중에서 교화사를 선출하도록 지시했다. 지금까지 남녀 73명이 재림교인 교화사로 임명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교도관 교육을 받고 교도관으로 근무한 것이지 교화사는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볼라와 함께 2014년 4월 나이바샤 교도소 구내에서 2주 동안 교화사 훈련 캠프를 열었다. 이를 위해 볼티모어 퍼스트 재림교회와 오하이오 주 캐럴턴 재림교회가 후원했다.
새로 임명된 교화사 73명을 포함하여 100여 명이 훈련 캠프에 참여했다. 훈련 내용으로는 재림교회 교리, 교회사, 갈등과 스트레스 관리, 성경 공부, 가정생활, 간단한 건강 치료 및 건강 원리에 관한 것이다. 우리 외에도, 케냐 교도소 본부의 재림교회 대표 교화사인 케네디 옴바티 목사, 케냐 교도관 훈련 전문학교에서 종교를 담당하고 있는 알렉산더 타루스 감독관, 나이로비 카운티와 인근 지역을 담당하는 지역 교화사 서전트 로버트 키덴지 목사 등이 교화사의 역할에 대해 강연해 주었다.
훈련 기간 동안 우리는 나이바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재소자 4,000여 명에게도 말씀을 전할 수 있었다. 2009년 키탈레에서처럼, 수감자들은 말씀을 듣기 위해 일제히 나와 뜨거운 태양 아래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서 있었다. 안식일에는 재소자 약 200명이 침례를 받았고 이후 계속 증가하여 나이바샤 교도소에서 침례 받은 사람만 모두 400명가량이다.
첫 교도소 교회
2011년 케냐 교정 본부가 승인하여 키수무 코디아가 교도소 내에 세워진 재림교회가 2014년 7월 18일에 첫 문을 열었다. 이는 케냐 교도소 내에 세워진 첫 교회 건물이었다. 교회가 건축되는 동안 오볼라는 화장실에 지붕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기존의 화장실을 둘러본 뒤 ‘싫다’고 했다.
그 대신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새로운 시설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교회와 화장실은 동시에 완공되었고, 이제 재소자들과 지휘관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동-중앙아프리카지회와 서케냐연합회, 서부케냐합회에서 교회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재소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자신들을 보살펴 주고 동정을 베푼 손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킹스메신저의 노고 덕분에 재림교회는 ‘보살피는 교회’라는 이름을 얻었다.
교도소 사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나이바샤 교도소장은 교도소 내에 새로운 재림교회 건물을 짓도록 부지를 마련해 주었다. 이제 각 교도소에 있는 교화사들이 매주 안식일마다 거행되는 침례식을 위해 오볼라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새로 임명되었으나 아직 경험이 없는 교화사들은 더욱 많은 훈련과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현재 이러한 훈련을 위한 계획이 진행 중이다.
교도소 사역은 끝이 없고 필요한 것 역시 무궁무진하다. 교화사 사역과 침례식 비용만 한 달에 1천 불 이상이다. 나이바샤 교회 건축 예산은 1만 5,000불에 이른다. 비록 비용은 많이 들어도, 재소자들과 교도관들은 은혜를 경험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재림교회가 교도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바친 재소자들이 죄의 암흑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케냐 교도소의 문을 활짝 열어 주셨다. 많은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교도소에 수감되지 않았더라면, 하나님의 사랑과 다시 오실 예수님의 재림에 대해 영영 모를 뻔했어요.”
케냐 교도소 사역에 대해 궁금하다면, www.kenyaprisonministries.com이나 벤 보게스 목사에게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broboggess@juno.com).
벤 보게스
미국 메릴랜드 주의 볼티모어 퍼스트 재림교회 담임목사로 은퇴했다. 간호사와 교사로 일하다 은퇴한 아내 마블 사모와 오하이오 캐롤턴에 거주하고 있다.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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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벤티스트 월드> : 키탈레 교도소 수감자들이 <애드벤티스트 월드>를 받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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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게레자 학교 : 교화사 교육생, 벤과 마블 보게스(앞에서 둘째 줄 궁간) 그리고 케냐 교정본부장 메리 카엠바(마블 옆)가 학교 밖에서 포즈를 취했다.
찬양 : 킹스메신저 멤버 일부가 벤슨 오쳉가 오볼라(오른쪽)의 인도를 따라 나이바샤 교도소 수감자들 앞에서 노래하고 있다. 왼쪽부터 앨리스 왐부이, 머시 왐부아, 도미카 오냥고, 레이첼 마코리, 필레스 은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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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교도소 교회 : 코디아가 교도소에 새로 설립된 재림교회
동역 :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퍼스트 교회 담임 목사로 은퇴한 벤 보게스와 아내 마블, 케냐 교정 본부장 메리 카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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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식 : 교소도에서 열린 성찬식에 참석 중인 수감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