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질문
사라졌지만 잊은 것은 아니다
안헬 마누엘 로드리게스
사람의 죽음에 대해 “자기 열조에게로 돌아가매”(창 25:8, to be gathered to the forefathers)라고 표현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열조에게로 “돌아가매”(히브리어로 ‘아삽’-‘모으다, 주워 모으다, 떠나다’ 등)라는 구절은 성경에 흔하지 않다. 그것은 주로 모세 오경에 나타난다. 사후에 영이나 혼이 존재한다는 가르침을 이 구절이 지지하는지를 묻고 싶은 질문인 것 같다. 필자는 그 가르침을 살펴보고 그 구절의 용례를 확인하며 의미를 풀어 보고자 한다.
1. 사후의 삶? 그리스의 영혼 불멸 개념을 받아들이는 자들은 구약 성경의 이 구절이 그 입장을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열조”란 사후에 형성된 한 사회이며, 죽은 자들은 그 사회에 가입된다는 설명이다. “자기 열조로 돌아가매”라는 표현은 당사자가 조상들의 무덤에 묻혔다는 뜻이 아니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왜냐하면 아브라함은 조상들과 함께 묻히지 않았기 때문이다(창 25:8, 9). 그것은 죽는 것을 뜻하지도 않는데 어떤 절에는 이 표현이 죽음과 구분되어 사용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제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논리적인 해석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이 먼저 죽은 자들의 사회에 가입된다는 것이다.
2. 본문 탐색 : 그 표현의 용례를 연구하면 몇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어떤 구절에서 이 표현은 죽음을 강하게 언급할 때 사용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아브라함이…나이 많아 기운이 진하여[마지막 숨을 내쉬고] 죽어 자기 열조에게로 돌아가매…그 아들들이 그를…장사하였으니”(창 25:8, 9; 창 25:17; 35:29; 참고 창 49:33; 신 32:50). 이 구절은 죽음이 지닌 종결성을 강조한다. 심지어 하나님의 백성에게도 그렇다는 것이다. 한편 죽음과 장사가 ‘열조에게로 돌아간다’라는 표현과 나란히 언급된 사실은, 그 표현이 반드시 죽음이나 장사의 정확한 동의어는 아님을 뜻할 수도 있다.
둘째, 그 표현은 ‘죽다’와 동의어인 듯하다. 하나님께서는 아론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아론은 거기서 죽어 그 열조에게로 돌아가리라”(민 20:26)라고 하셨다. 같은 구절이 모세의 경우(민 27:13; 31:2)와 땅을 정복했던 세대에 대해서도 나타난다(삿 2:10).
셋째, 그 표현은 ‘무덤에 장사되다’와 거의 동의어인 듯하다. 여호와께서는 요시아 왕에게 “내가 너로 너의 열조에게 돌아가서[문자적으로 ‘나는 돌아가게 하는 자다.’] 평안히 묘실로 들어가게 하리니”[문자적으로 ‘너는 너의 무덤에 평안히 들어갈 것이다.’](대하 34:28; 왕하 22:20)라고 말씀하셨다. 그 구절의 둘째 부분은 첫 번째 부분을 명확히 한다. 열조로 돌아간다는 것은 열조의 무덤에 묻힌다는 의미이다. 넷째, 때로 전체 구절을 사용하는 대신에 ‘죽는다’라는 의미로 ‘돌아간다’는 동사만 나타나기도 한다(민 27:13; 호 4:3; 사 57:1).
3. 구절의 의미: 이 구절의 의미에 관해, 우리는 다음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그 구절과 사람이 죽은 후에 무엇인가가 생존한다는 것은 아무런 문맥적 연관성이 없다. 둘째, 죽은 사람(주검)이 조상에게 돌아가는 것이지, 사람을 구성하는 한 요소(예를 들어 영혼, 영)가 그런 것이 아니다. 셋째, 영문 표현에서는 기본적으로 죽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것은 죽음의 특별한 한 측면을 강조한다. 히브리어 표현으로 볼 때 ‘마지막 숨을 쉰다.’는 죽음이 이르렀음을 말하고 ‘장사되었다’는 말에서는 죽음을 헤어짐으로 간주한다. ‘열조에게 돌아가다.’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우리 조상들처럼, 우리는 죽을 것이고 무덤에서 그들과 함께할 것이다. 우리의 순례는 끝나고 우리는 앞서 있던 자들처럼 쉴 것이다.
그러나 여호와를 섬기는 자들에게는 그 이상이 있다. 넷째, 그 동사는 언제나 수동태로 표현된다. 각 사람은 돌아간다(“is gathered”). 자신의 힘으로 조상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수동태로 묘사된 것으로 보아 하나님께서 그 일을 수행하는 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왕하 22:20). 그렇게 본다면 하나님의 종들은 죽어도 잊히지 않는다는 게 그 표현에 담긴 뜻일 것이다. 그들이 죽을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그들을 자기 백성의 일원으로 여기신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죽음 뒤의 각 사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어떻게 여기시는지를 보여 준다. 그 구절 안에는 부활의 소망이 포함된 듯하다.
안헬 마누엘 로드리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