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화와 소망의 차이
학개 2장 7절을 어떤 성경 역본은 “모든 민족의 소망이 이르리라”(KJV)라고 번역하고, 다른 역본은 “그들이 모든 나라의 보화를 가지고 올 것이라”(NASB)라고 번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어느 정도 기술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히브리어 구문론과 문법에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그 구절은 메시아의 출현을 선언하는 메시아적 예언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번역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다수 성경 주석가들은 본문을 그렇게 읽기를 중단했다. 본문이 지닌 몇 가지 난제를 풀어 보고 한 가지 번역을 지지할 수 있도록 논증을 제시해 보겠다.
1. 문제 : 히브리어에서 “그들이…올 것이라”라고 번역되는 동사는 3인칭 남성•여성 복수이다. ‘보화/소망(크헴다트)’으로 번역된 명사는 여성 단수이다. 동사(복수)와 명사(단수)의 수가 일치하지 않는다. ‘보배/소망’이 그 동사의 주어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장 잘된 번역은 “소망이 이르리라”가 아닐지도 모른다.
두 번째 문제가 있다. 명사 크헴다트는 ‘소망’ 혹은 ‘가치 있는, 귀한’으로 번역될 수 있다. 이 구절에 무엇이 적절한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이 해석과 번역에 차이를 가져온다.
2. 가능한 새로운 번역 : 명사 단수형과 동사 복수형이 함께 사용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사 ‘소망/보화’에 집합적인 의미가 담겼다는 견해도 제안되고 있다. 형태는 단수이지만 의미상 복수라는 것이다. 이것은 가능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만국의 소망들/보화가 [성전에] 올 것이다.’라는 번역은 명확하지 않다. 어떤 이들은 그 제안이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오히려 그리스어 번역을 따르고자 한다. 거기서는 히브리어 명사가 복수로 번역되어 있다. 이런 경우에 히브리어 크헴다트는 크하무도트(복수)로 변한다. 그 단어의 유일한 모음이 바뀌는 것에 주목하라. 이것도 가능한 해결책이기는 하지만 히브리어 본문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썩 바람직하지는 않다.
이런 곤란한 부분 때문에 다른 이들은 ‘그들[나라들]이 만국의 보화를 가지고 올 것이라.’가 최고의 번역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조금 나은 듯하다. 그러나 크헴다트가 ‘소망’ 과 ‘보화’ 중 어느 것을 의미하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들은 이어지는 절(8절)에 ‘보화’가 구체적으로 언급되므로 문맥적으로 지지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주님은 결국 자기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나라들이 성전 건축에 필요한 재정 자원을 제공할 것임을 백성에게 약속하시는 셈이다(사 60:5; 슥 14:14, 17 참조).
3. 만국의 소망 : 필자는 본래의 히브리 본문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제안하며 본문을 다음과 같이 번역한다. “그들[학개 2장 7절에 언급된 만국]이 만국의 소망에게로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성전을 영광[메시아의 영광]으로 채울 것이다.”
이것을 설명해 보겠다. 첫째, 명사 크헴다트는 ‘가치 있는 것’ 즉 ‘바랄 만한 것’을 가리킨다. 그것은 사물에 적용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소망’으로서 이스라엘의 왕, 다시 말해 그들이 원하는 왕들(삼상 9:20; 비교-대하 21:20; 참조-단 9:23; 10:11, 19)에게도 적용된다. 둘째, 문맥적으로 학개 2장 7절은 문맥상 하나님의 출현(현현)에 대한 묘사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분의 출현으로 우주가 흔들리고 땅의 나라들도 그러하다. 하나님께서는 능력으로 오실 것이고 그 결과 나라들은 메시아에게서 진정한 마음의 열망을 발견할 것이다. 셋째, 학개 2장 8절의 금과 은에 대한 언급으로 보아 여호와께 이것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메시아를 통해 나타난 그분의 영광이 새 성전을 가득 채우고 그 결과로 평화가 임하는 것이다(9절). 넷째, 신의 현현과 메시아적 예언의 조합은 학개 2장 21~23절에서도 나타난다. 우주를 흔드는 하나님의 강력한 임재에 대한 표현이 또 다른 메시아적 예언을 소개하는 데서 언급되고 있다. 왕가의 후손이었던 스룹바벨은 새로운 다윗, 즉 ‘하나님의 인장’이 되시는, 오실 메시아의 원형이었다. 다시 말해 그분은 하나님의 택하신 종으로서 왕의 권위를 지닐 것이다(학 2:23).
안헬 마누엘 로드리게스 대총회 성경연구소 소장으로 은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