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얼굴을 보았다
특이한 상황에서 꽃핀 그리스도의 사랑
다이애나 다이어
‘주님, 주님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알고 싶습니다. 주님을 보게 해 주소서.’
예수님은 나의 기도에 어떻게 응답해 주실까?
내키지 않는 ‘긴급’ 전갈을 받았다. 코키라는 여자가 24시간 안에 내 담당 구역으로 이송된다는 것이다. 방문 진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였다. 코키에 관한 진료 의뢰서에는 ‘비순응적’, ‘호전적’, ‘부적응’, ‘통제 불능’, ‘말기’와 같은 용어가 빼곡했다.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푸른 언덕 주차장에 코키의 집인 이동식 트레일러가 있었다. 마이크가 문을 열어 주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의뢰서에는 남자 동거인에 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코키의 집인가요?”
“맞습니다.” 마이크가 대답하며 물었다. “간호사이신가요?” 그는 문을 열어 주고 안으로 안내하였다. 거실은 텅 비었고 갈색 카펫에는 먼지가 뽀얗게 덮여 있었다. “죄송해요. 석고 보드 공사 중이라.” 그가 말을 이었다. “코키가 오기 전에 수리를 끝내야 해서요. 내일 온다고 해서 밤을 꼬박 새워 일했어요.”
나는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려고 펜을 꺼냈다. 마이크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코키가 이곳을 좋아할 거예요. 시골에서 살아 본 적이 없거든요. 항상 바닷가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어요.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창문 있는 이 방을 주려고요.”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더니 그는 계속 코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가 볼 때 코키는 오래 살 것 같지 않아요. 말도 안 듣고 치료도 받지 않아요. 통증은 말도 못하고요. 감염된 건 아닌가 싶어요. 도와주실 수 있죠?”
사회복지사들이 찾아와 집안일을 돕고 코키를 돌보도록 업무를 처리했다.
“일 처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내일 아침에 다시 와서 확인할게요. 일단 코키가 도착해야 진통제 양을 조절하고 어떤 간호가 필요한지 결정할 수 있겠어요.” 나는 말했다.
힘든 케이스
사무실로 돌아와서 코키의 진료 기록을 살펴보았다.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치료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분고분하지 않았고 치료 부작용으로 몸이 불편하자 의사를 계속 갈아 치웠다. 여러 의사가 그녀의 욕설과 비협조를 견뎌야 했다. 결국 그녀를 맡겠다고 나선 의사는 한 사람만 남았다. 그나마 간호사들에게 보고 받아 처방을 내리는 원격 진료였다. 물론 코기는 간호사들에게도 고마워하지 않았다.
코키를 처음 만나러 가면서 걱정이 가득했다. 마이크가 문에서 반겨 주었다. 잠도 못 잔 데다가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코키가 어젯밤 늦게 도착했는데 한숨도 못 잤어요.” 그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진통제가 듣지 않는 것 같아요. 먹이려고 애를 썼어요. 약을 먹으면 아이스크림을 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
마이크가 침실로 안내했다. 악취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정신이 팔린 마이크는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코키, 일어나 봐요.” 마이크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어요.” 마이크가 이불을 끌어당기자 헝클어진 머리 아래로 거구의 몸이 나타났다. 나는 코키가 바짝 말랐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몇 가지를 질문했는데 그녀의 웅얼거리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오른팔이 팽팽하게 부어올랐다. 오른쪽 몸통 앞뒤도 부어서 단단했다.
“드레싱이 필요한 부위가 어디죠?”
“거기 팔 아래요.” 마이크가 코키의 오른팔을 가리켰다.
살이 너무 팽팽하게 부어 팔을 올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내가 옆에서 거들자 코키는 아프다고 욕을 하며 몸을 흔들었다. 마이크가 달래어 겨우 말을 듣게 했다. 메론 크기만큼 깊고 검은 구멍에서 끈적끈적한 액체와 불쾌한 악취가 풍겼다. 마이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침착했고 우리가 좋은 치료법을 발견할 것이라고 믿는 듯했다.
겨우 상처를 세척하고 거즈로 싸맨 다음 녹초가 되어 사무실로 돌아왔고 걱정이 몰려왔다. 똑같은 치료를 앞으로 매일 두세 차례 계속해야 했다. 아무래도 전문 요양 시설에 입원시켜야만 했다.
“그건 절대 안 돼요.” 나의 제안에 말하자 마이크가 말했다. “제가 여기서 돌볼 거예요.”
끝까지 충실
간호사가 매일 두 번 방문하도록 일정이 짜였고 사회복지사들이 침상 목욕, 간단한 가사를 도왔다. 마이크는 일주일 동안 매일 24시간 자리를 지키며 진통제를 먹이고 음식을 떠먹이며 다독였다. 말을 듣게 하려고 아이스크림 한 숟가락으로 구슬리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코키는 마이크와 특별한 관계라고 종종 말했지만 마이크에게 돌아오는 것은 욕설뿐이었다.
그런데도 마이크는 끝까지 코키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그녀를 감당하지 못해요. 이걸 아셔야 해요. 코키는 다가오는 사람마다 쫓아내고 문제를 일으켜서 결국 거리로 나앉을 거예요. 저는 그런 그녀를 이해하기 때문에 돌볼 수 있어요.”
코키는 마이크와 이동식 주택에 남았다. 일정에 따라 우리는 이따금씩 휴식을 취하며 할 수 있는 일을 도왔다. 가장 큰 짐을 진 사람은 다름 아닌 마이크였다. 코키는 10분마다 마이크를 불러 댔다. 그녀를 한두 시간만 돌봐도 나는 진이 다 빠졌지만 마이크는 매일 밤낮으로 곁에 있었다.
환자들의 임종을 수도 없이 지켜본 나는 이제 그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얼마나 남았나요?” 마이크가 물었다.
일반적인 시나리오를 소개하며 그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하루나 이틀 뒤면 호흡과 호흡 사이의 간격이 아주 길어질 거예요. 겨우겨우 숨을 몰아쉬고요. 그러고 나서 얼마 안 가 호흡이 멈추지요. 고통도 함께요.”
차에 가방을 싣기 전에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를 막 빼려는데 마이크가 나에게 달려오며 소리쳤다. “코키가 죽어 가고 있어요. 선생님이 말한 대로 하고 있어요!”
코키는 마지막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마침내 완전한 평화를 얻었다. 그녀의 고난은 이제 끝났다. 마이크를 쳐다보았다.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그의 턱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그는 말없이 코키를 쳐다보고 있었다. 코키의 죽음보다 그의 고통이 더 가슴 아팠다.
나는 애써 울음을 삼키며 그에게 애도의 말을 건넸다. 똑같은 상황에 있던 보통 남편들보다 당신이 훨씬 더 훌륭했다고 그리고 코키는 단 한 번도 당신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을 거라고.
“남편이요?” 마이크가 쏘아보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저는 남편이 아니에요. 그녀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어요.”
깜짝 놀란 내 모습을 보고 마이크가 말을 이었다. “코키는 거리에서 살았어요. 그녀를 처음 발견한 것도 거리에서였고요. 주변엔 돌봐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요. 그녀가 죽어 간다는 걸 저는 알았어요. 그래서 그녀가 쉴 수 있도록 이곳을 구입했어요. 제가 돌보지 않았다면 누가 돌봤을까요? 그녀에게는 아무도 없었던 걸요.”
마이크가 거기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예수님의 얼굴을 보았다.
다이애나 다이어
남편과 미국 네브래스카 애덤스에서 살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예수님에 대하여 말하기를 좋아한다.
발문
가장 큰 짐을 진 사람은 다름 아닌 마이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