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힘
몸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제프 쿠진스
성경은 말한다. “먹고 마시는 것으로 누구든지 너희를 비판하지 못하게 하라”(골 2:16). 어쨌든 음식에는 입으로 먹는 것 이상의 상징적, 사회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다. 식생활은 생물학적이고 사회문화적인 요소를 포함하므로 사회학자들은 “인류의 식사 습관은 일종의 언어 체계로 이해될 수 있다.”1고 믿는다.
이런 생각은 사도 시대의 가족에 적용될 수 있다. 그 당시 아버지의 권위는 가족 또는 다른 사람을 포함한 집안의 모든 식솔에게 미쳤다. 아버지는 모두의 보호자였다. 권위자라는 아버지의 상징적 존재감은 식사 시간에 분명히 드러났다. 아버지에게 전적으로 생계를 의존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먹고 마시는 것에 관하여 몇 가지 영향력 있는 관습들이 생겨났다.2
섭생을 넘어서
1세기 그리스도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음식을 함께 나누었는데 그것은 사도들의 헌신적인 모습에서 잘 나타난다(행 2:42).3 여기서 음식은 생명 유지에 그치지 않았다. 음식을 통해 신자들과 주님 사이에 더 깊은 교제가 이루어졌다.4
더욱이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먹고 마시는 문제가 자주 언급되고 그분이 소외된 비주류와 식사하시려던 것을 보면,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은 그분에게도 생물학적, 사회문화적인 기능을 넘어서는 중요한 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5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음식은 성경 어디에나 거의 모든 곳에 등장한다. 우리가 성경에서 음식과 친교의 모습을 때때로 간과하는 것은 계명과 교리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경에는 유명한 식사 자리에서 일어났음직한 일들이 참 많다. 이러한 기록들은 단지 실제적인 필요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음식과 친교와 관련해 모종의 영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음식과 구원
음식은 구원의 계획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담과 하와는 구미를 당기는 시험을 받고 음식을 먹음으로 죄를 범했다.6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구원의 길에 대해 가르쳐 주신 것도 바로 음식을 통해서였다.7 성만찬 예식은 음식과 구원 사이의 상징적인 고리를 보여 주는 한 예일 뿐이다. 또 다른 예는 구약의 희생 제도인데 이것은 그 다양한 형태와 기능들 속에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역을 담고 있다. 예를 들자면, 구약에 나오는 모든 절기는 예수의 사역을 가리킨다. 절기는 단지 작은 식사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큰 만찬이다. 주요한 절기들은 (1)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예표 하는 유월절, (2) 성령의 부으심을 가리키는 오순절, (3) 예수의 재림을 표상하는 초막절, (4) 심판을 경고하는 대속죄일이다.
그러나 제물 드리는 일에는 단지 구원의 계획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큰 목적이 있었다. 희생 제도를 통해 사람들은 죄인을 위한 용서를 묵상할 뿐 아니라 하나님과 교제하게 된다(레 9:22). 속죄 제물은 죄의 고백 그리고 하나님의 용서를 통한 속죄의 갈망을 상징했다. 번제는 예배, 감사 그리고 하나님께 대한 헌신을 표현했다. 화목 제물은 희생 제물을 함께 먹음으로 하나님과의 연합과 다른 신자들과의 교제를 상징했다.8 현대 성경 역본 중에는 “화목 제물”(peace offerings)을 “친교의 제물”(fellowship offerings)로 번역함으로 최종적인 제사의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번역이 많다.
구약의 예배는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모든 예배자들이 나누는 친교의 만찬으로 종료된다. 구약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은 모든 모인 사람들 즉 선지자, 제사장, 레위인, 평신도가 함께 친교의 만찬을 즐기기 위해 앉아야만 완성되었다. 함께 음식을 나누는 이 개념은 또한 신약 시대를 통해서도 계속된다. 예를 들어 예수께서는 모든 가르침을 끝내고 난 후에 5,000명을 먹이셨다.
음식과 관계
음식이 우리를 구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맺고 있는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줄 수는 있다. 예를 들면, 누가복음 24장 41절에서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다락방에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 먹을 것을 요구하셨다. 요한복음 21장 9절에서 부활 후에 예수님은 물고기를 잡으러 나간 제자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셨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모습으로도 제자들과 음식을 나누고 교제하고자 하셨다. 사도행전 2장 42절에서는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라고 기록한다.
이 성경절에서 떡을 뗀다는 것은 사도들이 다른 신자들과 음식과 교제를 나누었음을 가리킨다. 성경적으로 음식과 교제는 교리와 기도를 가르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이 연관성을 놓친다. 음식과 교제는 예배에 첨가된 별개의 것이 아니다. 그 둘은 살아 계신 하나님을 예배하고 섬기는 과정과 한 묶음,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구약의 희생 제사와 마찬가지로 예배는 성령의 교제와 친교의 만찬을 함께 나눌 때에야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친교는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요한계시록 3장 20절에서 예수님은 자기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여는 모든 자에게 들어가 함께 먹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음식과 교제를 그분 자신과의 관계로 연결하신다. 단순히 함께하는 것만이 아니다. 예수께서는 “나는 그에게로 들어가서 그와 함께 먹고, 그는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NIV)라고 말씀하셨다.
음식과 친교는 그리스도와 우리의 관계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하다. 지구 역사를 통하여 구원받은 모든 사람들은 요한계시록 19장 9절에 묘사된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는다.
음식과 교회 예배
음식과 친교와 구원의 궁극적인 연결은 최후의 만찬에서 발견된다. 예수께서는 떡을 들고 “이것은…내 몸이라”(눅 22:19)고 말씀하셨다. 잔을 들고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20절)이라고 말씀하셨다. 성만찬 예식에서 함께 온전한 식사를 나누지 않는다고 해서 음식과 구원 사이에 존재하는 중요한 연관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음식은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우리의 구원의 관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요한일서 1장 3~4절에서는 이렇게 기록한다.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너희에게도 전함은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누림이라 우리가 이것을 씀은 우리의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 함이라.”
교회에서 나누는 교제는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이상이다. 교회에서 나누는 음식은 단지 함께 먹는 것 이상이다. 결국 죄를 이 세상에 들어오게 한 것은 한 조각의 과일이었다. 그처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하는 것은 한 조각의 떡과 작은 포도즙 잔이다.9 더 광범위한 구원의 계획에서 음식은 중요하지 않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서로 음식과 친교를 나눌 때에 비로소 예배가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마음에 예수님을 영접하면 그분이 우리와 더불어 먹겠다는 요한계시록 3장 20절의 약속에서 우리는 이 모형을 본다. 즉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보다 더 깊은 친분과 교제를 나타내는 행위”10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음식을 나누는 일의 궁국적인 표현이 발견되는 것은 “묵시적 개념의 종말론적인 만찬 또는 메시아의 연회, 말하자면 다가올 하늘 왕국의 잔치”11에서다.
우리는 모두 하늘 아버지의 영향력 아래 함께 있다. 그러니 함께 떡을 떼자. 안식일 예배가 끝나고 나서, 주 중에 가정에서, 소풍에서, 기타 친교 모임에서 함께 식사를 나누자.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예수님이 오실 때까지 그분과 교제하고 있는 것이다.
1 Jan Michael Joncas, “Tasting the Kingdom of God: The Meal Ministry of Jesus and Its Implications for Contemporary Worship and Life,”
2Florence Dupont,
3Robert W. Wall, “The Acts of the Apostles: Introduction, Commentary and Reflection,” in
4G.H.C. Macgregor, “The Acts of the Apostles,” in
5Joncas, pp. 330~331, 346~350
6엘렌 G. 화잇, <부조와 선지자>, 54~56
7엘렌 G. 화잇, <시대의 소망>, 656
8Siegfred H. Horn,
9엘렌 G. 화잇, <시대의 소망>, 653
10Francis D. Nichol, ed.,
11Ephraim Isaac, “The Significance of Food in Hebraic-African Thought and the Role of Fasting in the Ethiopian Church,” in
제프 쿠진스
영국 북영국합회의 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