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증인
아이들이 어른보다 전도를 더 잘할 때가 있다
페드로 레오폴도
월요일 오후 딸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을 때, 아이는 평상시보다 신나 있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정말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선교사 발령
우리 가족은 고국을 떠나 이슬람 국가에 선교사로 왔다. 막내딸은 그것이 불만이었다. 친구와 가족, 할머니를 두고 떠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나중에 두 딸은 자신들의 성채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겨우 5살에 딸은 새로운 도시,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회, 새로운 언어,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려야 했던 것이다.
학기 중간이라서 학교에는 막내딸에게 적당한 자리가 없었다. 한 살 위 학년으로 올라가 교실에 ‘투하’된 딸은 반에서 가장 어렸고 공식 언어인 영어를 구사하지 못했다. 자신이 ABC를 배우느라 씨름하고 있는 동안 급우들이 문장을 읽고 쓰고 있는 것을 딸도 곧 알게 되었다. 그나마 그곳에서는 언니와 학교가 같아서 서로 의지가 되었다. 2주 정도 지나자 거기서 계속 수업 받으면 막내 아이의 발달에 지장이 있다는 게 확실해졌고 그 학교에 계속 다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갈수록 강해졌다.
새로운 나라에서 석 달이 지나고 막내는 다른 학교로 옮겼다. 우리 가족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선택은 막내의 나이에 맞는 자리가 있는 근처 학교로 옮기는 것이다. 아이는 새로운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아직도 영어를 배우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옮긴 학교에서는 하루는 영어로 다음 날은 아랍어로 수업을 진행했다. 동급생과 나이가 같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아이는 잘 버텨 냈다. 언어를 배웠고 나머지 수업을 따라잡았다. 다섯 달 후에 마침내 유치원을 졸업했다. 무사히 졸업하여 마음이 흐뭇하고 기뻤다. 그런데 막내는 언니가 있는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 막내는 다시 옛 학교로 돌아갔다.
이슬람 학교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남기
이사하고 적응하는 것 외에도 이슬람교 학교에서 그리스도인이 어울리는 데는 문제가 많았다. 코란에서는 그리스도인을 책의 백성, 믿음의 백성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실상 그리스도인은 좋지 못한 취급을 받는다.
우리가 사는 중동 지역의 문화는 집단주의 문화이다. 교실에는 우두머리 아이가 하나씩 있어서 나머지 반 학생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령한다. 그 아이가 다른 학생들에게 자기와 놀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다고 딸아이가 알려 주었다. 아이들은 자주 우리 딸을 차고, 밀고, 꼬집었다.
딸이 아랍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다른 아이들과 소통하게 되면서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대장 격인 아이가 다른 여자아이들과 함께 딸에게 다가와서 ‘알 함두 릴라’(아랍어로 ‘하나님께 감사를’)라고 해야 같이 놀아 주겠다고 했다. 딸아이는 그 말을 여러 번 반복한 뒤에야 무리에 낄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딸아이는 ‘같은 편’으로 인정받았다.
사회적 수용은 훨씬 좋아졌지만 종교의 차이가 존재했다. 여러 번 딸아이는 집에 와서 이슬람과 선지자, 마호메트에 대하여 물었다. 우리는 5살짜리 딸아이에게 이슬람교 개요를 가르치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아이에게 기독교를 가르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고 아이의 믿음은 깊어졌다.
단짝 찾기
언니와 함께 다녔던 첫 학교로 돌아간 지 몇 주 후, 막내를 데리러 갔는데 아이가 들떠 있었다. 평소 차를 타고 집으로 올 때는 조용히 있거나 징징대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흥분의 기색이 역력했다.
“베프를 찾았어요. 베프를 찾았다니까요!” 딸아이가 기쁘게 소리쳤다. ‘베프’가 무슨 뜻인지 묻자 언니와 동생은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엄마, 아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딸아이는 베프(BFF)가 ‘영원한 단짝(Best Friend Forever)’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 친구의 이름에 ‘빛’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서 이름을 ‘라이트’라고 하겠다. 라이트는 딸과 같이 놀다가 난데없이 그리스도인의 믿음에 대해 물었다.
중동으로 오기 전에 우리 가족은 주로 대도시에서 활동했다. 아이들은 일반 학교를 다녔고 종교가 없는 이웃과 친구를 상대했다. 따라서 우리는 아주 일찍부터 재림교인과 선교사로 사는 것에 대해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했고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믿음을 분명히 설명할 수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슬람에 대해서 그리고 두 종교의 차이와 유사점에 대해 설명해 주어야 했다.
딸아이는 예수님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라이트에게 설명해 주었다. 놀랍게도 라이트는 자신도 예수님을 믿겠다고 대답했다. 라이트는 이슬람교도였고 우리는 라이트의 부모님을 학교 행사에서 만났다. 그의 가족은 서구인의 고정 관념에 자리 잡힌 모습과는 분명 달랐지만 어쨌든 전통적인 이슬람 가정이었다.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서로를 포옹했다. 그리고 예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자기들과 친구들을 지으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부터 두 아이는 단짝이 되었다.
딸아이가 그렇게 신이 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진정한 선교사
우리 집에서 누가 진정한 선교사인지 우리는 의문이 생긴다. 딸아이의 경험으로 우리는 생각이 바뀌었다. 다음 말씀이 생각났다 “어린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으로 권능을 세우심이여”(시 8:2).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통해서도 주님이 활약하신다는 사실에 우리는 겸손해졌다. 하늘의 빛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빛난다.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을 통해서 생각지도 못한 증인이 탄생한다.
페드로 레오폴도
가명이다. 가족과 함께 중동, 북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