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속 피난처
흐느끼며 들썩이는 그의 어깨를 나는 두 팔로 감싸 안았다. 협박, 폭력, 탈출, 망명 신청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그는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들려주었다. 그러나 기도가 시작되자 억제된 감정의 저지선 와르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우리를 상관하시는 자의 눈”(히 4:13) 앞에서는 아무것도 숨길 게 없었다.
기도가 끝났는데 할림(가명)은 나를 꼭 끌어안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제발 손을 떼지 마세요.”라고 간청하는 듯했다. 수개월 동안의 외로움, 두려움, 기다림 끝에 할림은 중소 도시에 있는 작고 생기 넘치는 재림교회에 합류했다. 신기하게도 어느 오순절교인의 친절을 통해서 말이다. 눈물 젖은 얼굴을 찡긋거리며 그는 재림교인들 사이에서 얻게 된 기쁨을 나직하게 표현했다. “그분들과 함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멀리 떨어진 이웃에서 젊은 기독교인 남성들을 겨냥한 집단 폭행과 보복 살인이 벌어지자 할림과 가족은 마을에서 달아났다. 그는 유럽에 망명을 신청하기로 마음먹었고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면 아내와 6개월 된 딸을 불러오기로 했다. 그렇게 10개월이 지나는 동안 방대한 서류 작업이 진행됐다. 예상 못한 난민들로 부담을 떠안은 어느 국가의 관대한 처분을 기다리면서, 그는 자신을 따뜻한 사랑으로 맞아들인 재림교회 울타리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할림의 난민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백 가지 기사와 사진이 생생하게 뇌리에 떠올랐다. 떼 지어 보트에 올라탄 사람들, 국경에서 거부당한 사람들, 끝없이 이어진 행렬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수는 수천만을 헤아리지만 그들 각자 상실, 위험, 희망, 답답함에 관하여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전 세계를 뒤흔드는 경제적, 정치적 혼란에 휩싸여 불확실한 미래로 내몰린 사람들 속에는 재림교인들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 신앙이 다르거나 신앙이 없는 수백만 사람들, 다시 말해 우리가 모두 사랑하고 섬기도록 부름 받은 ‘외국인’들의 이야기 속에 그들의 이야기도 한데 섞여 있는 것이다.
이번 달 <애드벤티스트 월드> 특별판을 읽을 때 성령이 독자들의 마음을 흔드셔서 단순한 읽기로 끝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갈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