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은혜와 인내를 심다
빌 노트
바다를 간척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몇 백 년 동안 그 일을 끈기 있게 해 왔다. 농업과 지역 사회를 위해 바다를 새로운 땅으로 간척하는 데는 세세한 계획부터 제방 및 양수 설비를 위한 많은 투자 그리고 긴 시간이 필요다. 즉각적이거나 인상적인 결과물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진정한 성공은 오랫동안 여러 세대에 걸쳐 평가된다.
그렇게 본다면, 세계 재림교회의 가장 성공적인 교회 개척 프로그램이 트랜스-유럽지회에서, 그것도 작지만 생기 넘치는 교회가 모인 네덜란드연합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실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1 현재 네덜란드에는 교회 58곳과 예배소 16곳에 교인 5,736명이 모인다.2 네덜란드연합회 소속 교인 수는 미국이나 아프리카에 있는 중간급 초대형 교회 교인 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런 초대형 교회와는 달리, 네덜란드 재림교회에는 다양한 언어, 문화, 예배 방식, 풍습이 있어서 끊임없는 재조정과 협의, 인내가 요구된다.
스가랴 선지자는 “출발이 초라하다고 멸시하지 말라. 일이 시작되는 모습을 보고 여호와는 기뻐하신다.”(슥 4:10, NLT)라고 기록했다. 성령의 역사를 측정하는 잣대는 성공의 규모가 아니다. 주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상대적으로 얼마나 향상했느냐이다(마 25:14~20). 네덜란드연합회가 독특한 교회 개척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로 15년간 이뤄 낸 32퍼센트의 성장률은 전 세계 재림교인에게 스가랴의 조언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3
‘탈기독교적’이며 세속적이라고 알려진 이곳에서 놀라운 성장이 일어난 이유는 색다른 방식의 교회 개척 때문이다. 한때 칼뱅주의의 중심지였던 네덜란드는 현재 세속주의가 팽배하다. 공식적으로는 30퍼센트가 기독교인이지만 그중 매주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10퍼센트에 불과하다.4 인구 1,700만인 그 나라에서 15년 동안 재림교회 37곳이 개척됐다. 해마다 2곳 이상을 개척한 셈이며 그중 31곳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1997년부터 네덜란드연합회의 교회 성장 코디네이터를 담당하고 있는 루디 딩얀이 말했다. “전형적인 네덜란드 사람은 전혀 교회를 찾지 않아요. 만약 할아버지가 교회를 떠났다고 해요. 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듣지만 그 아들은 그런 이야기를 아예 듣지도 못하지요. 이런 세속적인 사람들을 위한 교회 개척 방법은 한동안 예배를 드리지 않는 거예요. 먼저 소수의 사람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지요. 소그룹이나 가정 모임이 되겠지요. 그리고 모임을 더 단단하게 연결해 줄 활동들을 시작해요. 그러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는 거죠.” (사이드바 ‘포커스를 유지하라’ 참조)
이 지역에서 교회 개척이 성공할 수 있던 데는 딩얀의 오랜 재임 기간과 교회 개척에 대한 명확한 철학의 역할이 컸다. 호주에서 처음 선보인 교회 개척 프로그램이 문화 배경이 확연히 다른 네덜란드에서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처음부터 의구심을 품었던 딩얀과 다른 목사들은 ‘목회자 중심’이 아닌 ‘평신도 중심’의 교회 개척이 급변하는 네덜란드 문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교회 개척은 항상 이웃을 향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강조점이에요. 현장에 사는 사람들이 그 일을 하도록 말이에요. 그들은 해당 사회, 거주자들과 연결되어야 해요. 거기 살고 있기 때문에 자리를 잡게 되지요.”
나라는 작지만 네덜란드 문화에 유입되고 있는 인구만큼이나 교회 개척은 다양해지고 있다. 트위 어(語)를 사용하는 가나 사람들이 개척한 교회는 인도네시아계 네덜란드 재림교인의 후손이 개척한 교회만큼이나 성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어와 파피아멘토 어를 사용하는 개척 교회 역시 로테르담이나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대도시 여러 곳에서 개척 교회의 놀라운 성장에 합류하고 있다. 재림교회가 약해지고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이 지역에서 유럽이나 중동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네덜란드인과 더불어 작고도 가족 같은 모임에 동참하며 다문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2007년에 처음으로 네덜란드연합회장으로 선출된 빔 알팅크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네덜란드 재림교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생기 넘치는 방법으로 재림 운동을 전개하고 있어요. 비록 신앙의 경험이 서로 다른 문화에서 시작했지만, 믿음 안에서 한 형제자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지요. 하나님께서는 이 놀라운 나라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우리를 한 백성으로 만들어 주십니다.”
일반적으로 개척 교회는 6~10명 정도로 시작하지만, 현존하는 교인들이 있는 경우에는 20~30명으로 시작하기도 한다고 딩얀은 말한다. 평신도가 조직하고 평신도가 모임을 이끄는 곳 중에서는 특정한 도시나 이웃에 초점을 맞추는 곳들도 있고, 특정한 언어와 연령, 문화와 관련된 모임의 구성원들에게 다가가려고 시도하는 모임도 있다. 너무 전통을 강조해서 교회 요람에 명시된 체계를 따르는 개척 교회가 있는가 하면, 젊은 층의 마음을 끄는 음악과 예배 방식을 이용하여 동시대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교회도 있다.
딩얀은 15년간의 자료를 가리키며 말했다. “교회는 더 많은 교회를 개척할 때 성장해요. 교회를 개척하지 않는 곳에는 성장도 없지요. 현재의 교인 수를 유지하는 교회는 성장하지 않는 교회예요. 각 교회가 20년 동안은 성장할 수 있지만, 교회에 새로운 교인을 심어 놓지 않는다면 이후 교회는 성장할 수 없어요. 사람도 마찬가지죠. 20년 동안은 자라지만 이후에는 키는 자라지 않고 몸이 옆으로만 커지잖아요.”
네덜란드연합회 소속 목회자들은 세계 대부분의 목회자들과 다른 역할을 담당한다. 미국이나 아프리카의 개척 교회 상당수는 주변에서 새로운 신자들을 모을 수 있는 능력 있고 사교적인 목회자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반면 네덜란드 목회자 대부분은 지도자보다 코치 역할을 맡는다. 교회와 예배소가 75군데, 신임서를 받은 목회자가 24명이므로 목회자 대부분은 보통 두세 교회를 돌봐야 한다. 네덜란드에는 현재 개척 교회 성경 공부, 삼일 기도회, 사회 활동, 지역 사회 건강 행사 등을 전적으로 맡을 만한 목회자가 충분하지 않다.
“교회 개척마다 배정된 목회자가 있지만 그들은 주 설교자나 리더가 아니라 코치예요. 목회자는 교회의 정체성과 신학을 책임지는 한편 주 업무는 무장을 시키는 거예요. 모든 일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성경을 바로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설교하게 훈련하는 거죠.”
자신이 코칭 하는 교회 개척 사역에서 목회자는 한 달에 한 번 설교만 한다. 그 외에는 침례식과 성만찬과 예식 때만 필요하다. 교수, 조직, 설교 등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그룹의 핵심 구성원들이 도맡고 있다. 배정하고 책임을 맡기고 새로운 봉사 활동을 구상하는 일 역시 이들의 몫이다.
“네덜란드에서 교회 개척에 동참하고 싶다면 설교할 수 있는 능력부터 길러야 해요.” 딩얀이 웃으며 말했다. “전문 사역자가 많지 않고 설령 많다고 해도 그런 일을 맡기지는 않을 테니까요.”
“우리는 목회자 중심의 성장이나 교회 개척을 원하지 않아요. 신약의 모델도 아니고요. 처음부터 지나치게 조직화되어 있다면 성장하지도 않아요. 세계적으로 재림교회를 개척할 때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안식일 예배를 교회 개척의 전부로 여기는 거예요.”
“그것은 효과적이지 않아요. 교회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예요. 그 사람들이 안식일 예배에서도 만나는 거고요. 교회가 제대로 운영되면 교인들은 거리의 이웃, 지역의 동료, 안식일예배를 넘어서 온갖 행사를 통해 성령께 이끌린 영혼과 접촉하게 되지요. 우리는 일주일 내내 작동하는 공동체를 만들려고 해요. 거기서 친구를 사귀어 안식일에도 함께 예배할 수 있게 되는 그런 공동체요.”
인내 그리고 “너희 안에서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확신”하는 믿음(빌 1:6).
이것이 바로 네덜란드에서 그리고 다른 여러 곳에서 예수님이 자신의 교회를 부흥시키시는 방법이다.
1 대총회 행정위원회 결의에 따라 2016년 10월부터 네덜란드연합회가 ‘네덜란드교회연합회’로 재조직됐다.
2 <2016년 대총회 연례통계보고>를 참고할 것
http://documents.adventistarchives.org/Statistics/ASR/ASR2016.pdf
3 2001년도와 2016년도 대총회 연례통계를 비교할 것
4 “Geloven binnen en buiten verband,”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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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의 진동 : 연례 복음 성가 콘서트를 보기 위해 네덜란드 아른험의 FOCUS 개척 교회에 찾아온 지역 주민과 동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