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건강
부서진 세상에도 희망은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치유되는 법
카티아 라이너트
건강하지 못한 관계는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 가령, 가정 폭력과 학대에 노출된 사람은 뇌 구조가 변하고 정신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다. 사실 아동 학대를 당했던 어린이와 성인 중에는 정신이 건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전두엽이 작아지는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 결과 신체의 스트레스 대처 능력에 지장이 생기고 가정에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의 신체 건강과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코티솔과 기타 강력한 화학 물질이 분비된다.
게다가 이러한 뇌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가정 폭력의 희생자들은 종종 두려움, 수치심, 죄책감, 오명을 안고 살아간다. 이 부정적인 감정들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우울증, 조울증, 심리적 외상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정서적 문제를 유발한다.
에스더 이야기
24세의 에스더를 만난 것은 여성협회에서 우울증과 정신 건강에 관한 강의를 끝낸 후였다. 3살 때 이불에 오줌을 쌌다고 부모에게 심하게 맞았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들었다. 자라면서 요실금 증상은 계속되었고, 부모의 폭력도 계속되었다. 조절이 불가능할 정도로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커졌다. 청소년기에도 방광 조절 기능에 문제가 계속되어 악몽을 꾸기 일쑤였고 자존감도 급격히 낮아졌다.
“너무 부끄러웠고 아무도 나와 결혼해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작은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정말 멋진 남자와 결혼하게 해 주셨어요. 너무 감사하죠.”
18세에 부모를 떠나 힘이 되어 주는 남편과 살기 시작했을 때 요실금 증상은 줄어들었지만 악몽과 두통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공황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 어떤 날은 특별한 이유 없이 슬플 때도 있었는데, 몇 주 동안 슬픔이 지속되기도 했다. 에스더는 수치심 때문에 어린 시절의 경험을 남편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24세가 되어서야 치료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에스더는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흔한 질병인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앓고 있던 것이다. 에스더처럼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을 학대로 인해 악화된 건강 상태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정신 건강에 끼친 결과
성인기에 학대를 경험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우울증, 불안, 공황 발작, 수면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자살 충동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게다가 아동 학대까지 경험한 성인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욱 많다. 보통 이러한 상태는 신체적 상처가 치유되고 나서도 계속된다. 적절한 중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증상은 일생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신앙인 역시 이러한 부정적인 건강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사실 아동 학대가 일반인뿐 아니라 재림교인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연구 결과 드러났다.1
어린 시절에 정신 외상을 겪은 재림교인
북미 재림교회 위기 관리 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아동 학대를 겪었다고 주장한 사람이 1992~2011년에 400여 명이 넘었고 관련 사례는 525건 이상이었다. 해마다 15~20명이 신고한 셈이다. 말없이 고통 받고 있는 경우는 제외한 수치다.2
또 ‘재림교회 건강 연구2’의 산하 단체인 ‘생물심리학적 종교 건강 연구소(BRHS)’3에서는 북미에 거주하는 성인 재림교인 1만 283명(남성 32퍼센트, 여성 68퍼센트/흑인 36퍼센트, 백인 64퍼센트)을 대상으로 어린 시절에 아동 학대를 겪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을 조사했다. 그중 39~103세의 67퍼센트가 18세 이전에 다섯 가지 항목(신체 학대, 정서 학대, 성 학대, 방치, 부모가 학대받는 모습 목격) 중에서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을 경험했다. 놀랍게도 재림교인 중에서 아동 학대를 경험한 비율(67퍼센트)은 북미 일반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아동기 부정적인 경험(ACE)의 비율(52퍼센트)4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사실 아동기 부정적인 경험 연구에 따른 아동 학대 비율과 비교했을 때, BRHS 연구에서 재림교인들이 받은 아동 학대 비율이 모든 항목에서 높게 나타났다.5 이토록 심각한 문제에 재림교인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이 트라우마가 종교 집단에서 더 빈번한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많은 성경절을 곡해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건강에 끼치는 영향
아동 학대를 겪은 사람은 정서적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재림교인은 일반인보다 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고 더 많이 교육받고 수입이 더 높지만 재림교인 연구에 의하면 아동 학대에 노출되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인기에도 여전히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영적 결과들
신앙인이 아동 학대, 특히 성 학대를 겪을 때 종종 나타나는 부정적인 결과는 수치심, 죄책감, 의심, 하나님에 대한 왜곡된 견해 등이다. 이러한 현상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이것을 ‘종교적인 부정적 대응’이라고 부른다.6 학대의 희생자들이 하나님께 벌을 받고 버림받아서 자신에게 그런 일이 생겼다고 느끼거나 불필요한 죄책감과 수치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하나님이 사랑의 아버지라는 느낌, 자신이 사랑받으며 하나님의 은혜 안에 있다는 느낌이 좀처럼 생기지 않게 된다. 재림교인 연구에서도 나타나듯이 이처럼 종교적인 부정적 대응은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방어 요소
심각하게 번져 있는 아동 학대와 그에 따른 건강상의 부정적인 결과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절망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경은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후 4:8~9).
심리 치료로 효과를 보는 사람이 많다. 상담사에게 도움을 구하는 일은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사람 전부가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 특성이 활발하게 상호 작용하여 회복될 수도 있다. 능동적인 대응을 통해 고통을 피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사와 용서는 트라우마와 학대에 대해 심리적인 탄력을 얻게 해 준다. 대응 기제를 활용하여 아동 학대와 트라우마 경험자들은 자신의 고충을 이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얻는다.
어린 시절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재림교인 중에서도 선뜻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매일 감사한 마음을 지닌 경우는 정서적,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했다.7 따라서 감사하고 용서하라는 성경 말씀은 어린 시절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이들이 부정적인 정서 결과에 대처하도록 도움을 주는 치료제이자 방어 요소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교회적으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명을 끊임없이 배워 가야 한다(사 61:2~3). 그리고 트라우마와 학대의 가해자, 피해자 모두가 치료와 구원에 이르도록 더욱 애쓰며 예방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상처 입은 사람을 예수님에게 이끌도록 부름 받았다. 그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너의 눈물을 알고 있다. 나 역시 울었단다. 차마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깊은 슬픔을 나는 알고 있다. …너의 고통을 이 세상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때 나를 쳐다보아라. 그리고 살아라.”8
1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969318/. See also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486635/#SD2.
2http://www.adventistas.com/wp-content/uploads/2015/02/sda-preventing-and-dealing-with-child-abuse.pdf.
3재림교인 건강 연구 2; http://publichealth.llu.edu/adventist-health-studies/about.
4https://www.ncbi.nlm.nih.gov/pubmed/9635069.
5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969318/.
6Ibid.
7Ibid.
8엘렌 G. 화잇, <시대의 소망>, 483
카티아 라이너트(Ph. D.)
대총회 보건전도부 부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