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건강
유익한 세균
최근에 장내 세균과 미생물 군집에 대한 글을 꾸준히 읽고 있는데, 장내 세균이나 마이크로바이옴 같은 용어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런 것이 무엇인지, 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싶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어떤 환경에 서식하는 미생물(살아 있는 단세포 유기체) 군집을 말합니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속에서 사는 박테리아와 진균, 바이러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외부 환경과 접촉하는 우리의 신체 모든 곳에는 ‘장내 세균총’이라고도 하는 장내 미생물과 같이 미생물총이라는 박테리아 무리가 있습니다. 그다지 달갑지 않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유익한 존재입니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의학과 건강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20세기 초 존 하비 켈로그 박사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가 이미 장내 박테리아를 연구하면서 인체 내 존재하는 박테리아 수와 양상이 다양한 질환과 연관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현재 우리 몸속 마이크로바이옴에 1만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미생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아직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인체 내부나 표면 세포마다 미생물 10마리 이상은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구경꾼’도 있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미생물도 있지만, 대부분의 미생물은 우리의 생명 유지 기능을 돕습니다.
태어나기 전 우리 몸에는 미생물이 없지만, 태어난 후 환경에 노출된 몸 구석구석을 박테리아가 점령하기까지는 3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출산 과정에서 아기는 산도에 있는 박테리아로 뒤덮이고 이 박테리아를 섭취합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이렇게 엄마 몸속에서 박테리아를 얻지 못하고 대신 병원 박테리아로 뒤덮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 두 박테리아의 특성이 다릅니다. 모유 수유를 받은 아기의 장에도 우유를 먹인 아기보다 유익한 균이 많습니다.
초기 어린 시절에 박테리아의 종이 많이 바뀌고 변하는데, 보통 사람마다 아주 다릅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차이가 줄어들게 됩니다. 질환과 특히 항생제와 같은 약 사용,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키스, 만지기, 함께 놀기), 먹는 것, 주위 환경에 몸속 마이크로바이옴이 영향을 받고, 이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이 평생 우리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켈로그 박사를 비롯하여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건강 개혁 연구가들의 초창기 연구가 있었지만, 인간은 수십 년 동안 몸과 집에 있는 ‘세균’을 모두 없애려고 했습니다. 천연이든 합성이든 강력한 항생제로 수많은 목숨을 구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유익한 미생물을 없애 버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이제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체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 체계가 적절하게 발달하는 데 필요한데 유익한 미생물과 해로운 미생물을 구별해 내기 때문입니다.
건강에 좋고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은 잠재적으로 해로운 박테리아 성장을 억제하고 유익한 박테리아 증식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체내 면역세포가 우리 자신의 몸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아 줍니다. 피부나 점막, 위장관에서 미생물총이 우리 몸 세포와 외부 환경 사이에서 맨 먼저 방어막을 형성합니다. 건강한 구강 미생물총이 충치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박테리아 증식을 줄이거나 억제합니다. 우리 몸속에 있는 장내 미생물총은 소화를 돕고, 비만과 영양실조, 당뇨병 전증(前症), 당뇨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장내 미생물총이나 장과 뇌 사이 교신에 대한 증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는 장내 미생물 변화가 자폐증이나 불안, 우울증, 만성 통증과 같은 인간 뇌 질환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의 건강이 건강한 박테리아 군집에 달려 있다는 걸 상상해 보십시오. 시편 기자처럼 “나의 지으심이 심히 기묘하심이라”(시 139:14)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