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종교개혁
사람들이 기념일을 좋아하는 속성은 무엇보다 지난 일들의 외형적 특징을 기억하는 습성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구두 상자나 오래 된 보관함에서 40년, 50년, 심지어 60년 전의 신랑 신부 사진을 보면서 그때 얼마나 젊어 보였는지, 옷 스타일이 얼마나 변했는지 미소 지으며 말한다. 졸업 사진을 보면서는 졸업식 장소가 어디였는지, 오래전에 유행하던 헤어스타일에 눌러쓴 사각모가 얼마나 어색했는지 그리고 역시 얼마나 젊어 보였는지 다시 한번 떠올린다.
과거의 이야기들을 회상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꼭 기억난다. 이를테면 당시 사람들이 탔던 마차, 일부 남성이 즐겨 쓰던 실크해트, 루터가 교회당 문에 못을 박을 때 사용한 망치 등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의 한가운데는 본질적이고 신성하고 인간적인 순간이 존재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하며 성실하게 살겠다고 서약하는 순간, 그동안 배운 지식을 세상의 유익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졸업식에서 맹세하는 순간,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어떤 역경에도 진리와 자유의 삶을 실천하기로 다짐하는 순간들 말이다.
이번 달 <애드벤티스트 월드>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집중 조명했다. 이 사건을 올바르게 기념하려면 루터, 칼뱅, 츠빙글리, 녹스가 상기시켜 준 삶을 변화시키는 진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와 아버지 사이의 관계, 즉 예수님이 이루신 구원을 믿는 관계, 영생을 보증하는 그분의 공덕을 의지하는 관계가 없다면 종교개혁을 기념할 의미도 없어진다.
이야기의 말미에 이르면 거창한 일, 세계를 바꾼 일, 정치적인 대목은 다 사라진다. 남는 이야기는 예수님을 내가 어떤 분으로 여겼는지, 그분께 자신을 맡겨서 어떻게 구원받고 새롭게 되고 본향에서 그분과 함께 영원히 살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