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질문
“나는 이렇게 쓰노라”
바울이 편지를 쓸 때 채용한 대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학자들은 신약 당시의 편지 작성 기법과 사도들의 편지 작성법을 비교 연구해 왔다. 바울의 습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바울과 대필자: 바울은 “내 손으로 너희에게 이렇게 큰 글자로 쓴 것을 보라”(갈 6:11, 참조 몬 1:19). 혹은 “나 바울은 친필로 너희에게 문안하노니”(고전 16:21; 골 4:18)라고 말하며 대필자의 도움을 받았음을 인정한다. 편지 말미에 인사를 더하는 관습은 서명의 기능을 담당하며 그 편지가 진본임을 입증했다. 이것은 또한 그가 “나 바울이 친필로 문안하노니 이는 편지마다 표시로써 이렇게 쓰노라”(살후 3:17)라고 했을 때 말하는 바와 같다. 누군가 바울의 이름으로 거짓 편지를 보낼 경우도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런 관례는 중요한 것이었다(살후 2:2). 바울은 자신을 도와준 그리스도인 대필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언급하기도 한다(롬 16:22). 비록 자신이 글을 읽고 쓸 줄 알았어도 바울은 아주 자주 대필자를 활용했다.
2. 편지 쓰기: 편지를 쓰는 일은 습득된 기술이다. 무엇보다도 읽고 쓰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고 다양한 형태의 서신을 구성하고 준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예를 들어 소개, 부탁, 국가의 중대사와 연관이 있는 개인적 서한과 공식 서한 그리고 공적 서신과 사적 서신). 그리스·로마 세계에서는 서기들의 서간문 작성 훈련을 위한 안내서가 있었다. 서기들은 적절한 도구를 갖추었고 대가를 받고 글을 써 주었다. 그들의 주된 의무는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아낸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활용 가능한 정보에 따라 필자는 대필자들에게 적어도 세 방식 중 하나를 요청할 수 있었다. 우선 필자가 편지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하면 대필자가 그것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어떤 경우에는 저자가 단어 하나하나를 불러 주기도 했다. 이것은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스어와 라틴어 속기가 존재했고 실력 있는 대필자라면 속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속기 체계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대필자는 내용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편지를 곧바로 옮겨 적어야 했다.
다른 경우에, 저자들은 대필자 옆에 앉아 편지를 준비하기 위해 사용된 주요 내용들을 묘사했을 것이다. 대필자는 밀랍이 덮인 목판에 글을 적는다. 그렇게 하면 글을 쓰는 일이 수월해진다. 저자는 그 편지를 읽고 필요할 때 내용을 수정하고 첨가하고 마침내 동의한다.
3. 편지의 저자 바울: 바울은 그 편지들의 일부분을 직접 기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대필자를 이용했다는 것은 대필자가 지닌 기술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 첫째로 그의 편지들은 복음에 관하여 그리고 복음이 신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에 관하여 설명한 것이므로 대필자들은 그 내용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우리는 결론지을 수 있다. 대필자들은 바울의 말을 받아썼을 수도 있다.
둘째, 그 편지들은 종교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바울은 신앙 있는 대필자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들 중 몇은 바울과 함께 여행했고 바울의 신학에 아주 친숙했을 것이다. 그의 서신들은 많은 경우에 구술과 유사하다. 그런 경우 그는 대필자가 편지 전체를 쓰게 허용하면서도 그 내용을 조목조목 제공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울 서신들을 비교할 때 발견되는 문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셋째, 바울은 편지를 수정하고 또 아마 첨가도 하고 내용을 재배열하고 일부를 삭제도 하면서 말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제대로 반영하려 했을 것이다.
넷째, 어떤 경우는 최종적인 재작성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면 바울은 서신의 최종적 문학 구조를 제공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통해 결국 바울의 기별이 성령의 감동 아래 교회에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앙헬 마누엘 로드리게스 목사, 교수, 신학자로 사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