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전략가가 볼 때 그것은 김빠진 발표였다. 엄청난 문화 충격을 안겨 주고도 남을 이야기였지만, 막판에 홍보가 뭔지도 모르는 하찮은 노동자 몇 사람에게만 흘리는 것으로 끝나는 바람에 뉴스의 잠재력이 상실되고 말았다. 더욱이 발표가 이루어진 시각은 한밤중이었다. 언론 매체의 하루 일과가 끝났고 일상적인 보도 자리도 확보할 수 없었다.
그 발표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대규모 합창단 역시 어두컴컴한 들판의 얼마 안 되는 청중 앞에서 공연하는 기행을 벌이며 최적의 홍보 기회를 날려 버렸다.
당사자 내외도 그렇다. 능력 있는 대변인을 불러 소식을 알려야 하는 마당에 오히려 침묵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되는 사람은 대중의 이목을 끌려고 하기는커녕 “이 모든 일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녀가 그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은 수년 뒤였다.
그럼에도 그것은 세상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매년 12월이 되면, 아니 1년 내내 지구상의 의식 있는 존재들에게 관심을 모으는 이야기이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 탄생의 스토리는 언론 보도의 정석을 대부분 무시했지만 엄청난 ‘저력’을 유지하면서 수백 만, 수억 명에게 해를 거듭하고 세기를 거듭하며 희망과 약속의 메시지를 끝없이 전해 주고 있다. 그 이야기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정반대의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약함 속에 전능함이, 빈곤이라는 가면 속에 부요함이 있고 아기의 모습 안에서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 또한 올해도 자녀에게, 부모에게, 조카와 손주에게 이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리라. 이 이야기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그것은 우리의 실존을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며 역사의 문을 지탱하는 축이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 이것은 이 땅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이면서도 놀랍게도 늘 새로워 보이는 이야기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 이야기를 그리고 그 은혜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월드뷰 2017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