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꾸러미
딕 더크슨
으르렁~ 사자가 나타났다
“어서요. 사자 소리를 들었어요. 지금 가야 해요!”
아내 브렌다와 나는 남아프리카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크루거 국립공원 끝자락 부근에 머물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 5시. 일어날 시간이었다.
우리는 카메라를 집어 들고 랜드로버에 올라탔다. 바깥은 모닥불도 얼어붙을 만큼 추웠다. 무개차에 여분으로 준비해 둔 담요는 따뜻하고 포근했다.
“한 마리가 으르렁거렸으면 형제들이 올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멀리서 들리는 소리를 향해 차를 몰면서 운전사는 계속 이야기를 쏟아냈다. “3년 전에 사자 삼형제가 이 지역에 들어왔어요. 강한 녀석들이었죠. 금세 다른 수사자들을 죽이거나 내쫓아 버리고 이 지역을 접수했어요. 당연히 녀석들은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니죠. 그런데 셋이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해요. 오늘이 바로 그날이면 좋겠네요.”
운전기사가 덤불과 협곡을 통과해 전진하는 동안 우리는 차에서 튕겨나가지 않도록 애쓰면서 핫초콜릿을 마시며 따뜻한 담요 속으로 더 깊이 몸을 파묻었다.
“잠깐만요!” 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들어 보세요!”
우리는 귀를 쫑긋 세웠다.
정적이 감돌았고 동트기 전 공기는 더 차갑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사자의 포효가 들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그 엄청난 소리에 자동차와 지축이 흔들렸다.
“좀 더 가까이 가 보죠.” 그가 속삭였다.
브렌다는 아침 식사 시간이니 이제 그만 돌아가면 어떻겠냐고 했다. 나는 카메라를 다시 점검하고 침착한 마음으로 야수에게 렌즈 초점을 맞출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기다렸다.
일출을 불러내려는 듯 풀밭에 누워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사자들을 보기 위해 차는 이제 슬금슬금 기어서 아카시아 나무 근처로 소리 없이 미끄러져 들어갔다.
차가 멈췄고 시동도 꺼졌다. 나는 망원렌즈를 의자 등받이에 조심스럽게 걸치고 풀숲의 야수를 겨누었다.
첫 번째 사자가 다시 포효했다. 거기 맞춰 카메라의 셔터가 찰칵찰칵 소리를 냈다.
주위는 여전히 어두웠고 사자들이 으르렁거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를 만큼 기온은 낮았다. 카메라 초점이 흔들리지 않도록 브렌다는 몸을 떨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는 첫 번째 사자를 담은 완벽한 사진이 단 한 장이라도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놈이 이제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이른 아침 햇살에 갈기가 붉게 빛났고 내뿜는 숨이 활화산처럼 피어올랐다.
“동쪽을 보세요.” 운전기사가 속삭였다. “둘째 놈이에요!”
둘째 사자는 첫째보다 훨씬 커 보였다. 태양빛을 받아 오렌지색을 내뿜으며 마치 세상을 다 소유한 것처럼 덤불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걸어왔다. 첫째 사자가 포효를 멈추고 다가오는 형제를 바라보았다. 둘은 잔디 위에서 서로에게 덤벼들려는 고양이들 같았다.
하지만 둘째는 첫째에게 기대며 앞발로 끌어안았다. 최고의 친구, 최고의 형제임을 보여 주는 재회였다.
“북쪽을 봐요.” 운전기사가 다시 속삭였다. “셋째가 옵니다.”
일출 시간의 재회를 향해 껑충거리며 다가오는 그 모습이 두 녀석보다 더 위풍당당했다. “수도 없이 덤불을 다녔지만 이런 모습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운전기사 말했다. “다 큰 수놈들은 보통 서로를 죽이고 왕좌를 차지하는데 이 세 놈은 여전히 최고의 형제 같네요. 이런 건 처음 봐요.”
나는 망원렌즈를 짧은 것으로 갈아 끼웠고 배터리와 저장 공간이 바닥날 때까지 그 다정한 장면을 계속 담았다. 마치 거대한 황갈색 아기 고양이처럼 세 마리 사자는 차가운 아침 빛 아래서 함께 뒹굴며 놀았다.
몇 분 뒤 셋째 사자가 으르렁거리더니 일어서서 우리가 탄 랜드로버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움직이지 마세요.” 기사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꼼짝하지 않았다.
녀석은 곧장 브렌다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멈춰서 고개를 드는 듯하더니 마른 강바닥 위를 밟고 건너편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다른 두 마리도 그 뒤를 따라 우리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조용히 옆으로 지나갔다.
브렌다가 다시 숨을 내쉬었다. 첫째 사자가 지나간 뒤 처음으로 내쉬는 숨이었다. 공포와 안도의 한숨에는 모험의 짜릿한 즐거움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놈들이 우리를 집어삼키지 않았네요!”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그 말에 모두 긴장이 풀렸다. 우리 모두는 숨을 내쉬고 웃으면서 아프리카 야생 덤불 속에서 잠시 천국을 맛보게 하신 하나님께 찬양을 돌렸다.
멀리서 사자 하나가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다.
***
“다니엘!” 다리오 왕이 사자굴 깊은 곳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아무 이상 없는 게냐? 너의 하나님이 너를 보호하기에 능하셨느냐?”
“왕이시여, 그러하옵니다.” 다니엘이 손으로 거대한 사자의 검은 갈기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저의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어 사자들의 입을 막으셨나이다.”
“아무렴. 내 그럴 줄 알았느니라.” 왕은 미소를 지었다. “창조주 하나님은 그런 분이 아니겠느냐. 공포의 밤을 거대한 사자들과 형제의 우애를 나누는 추억의 밤으로 바꾸어 주시는 분 말이야!”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이며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산다. 사람들에게 ‘은혜의 배달꾼’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