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들
노숙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랍니다
“저 인파 좀 봐!” 타고 있던 승합차가 멈추면서 심장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저 사람들에게 샌드위치를 다 나눠 줄 수 있을까?” 옆에 앉은 친구에게 물으면서 우리 발치에 놓인 음식물 상자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진짜 걱정스러운 건 그날 밤 봉사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힘겨운 한 주를 보냈기에 교회 봉사단과 함께 런던의 노숙자들을 도와주러 가야 할지 말지 고민이 됐다. 이렇게 지치고 침울한 상태로 무슨 도움을 주겠다는 말인가?
노숙자를 돕는 이 봉사 활동은 실제적인 사랑의 봉사로 지역에 그리스도를 전하자는 교인들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교인들은 불우 이웃에게 나눠 줄 음식과 옷가지 등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런던을 방문하기로 계획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청년들이 그 계획을 수행했다. 나는 최대한 자주 참여하고 싶었지만 한동안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런 생각을 다 떨쳐 버리고 차에서 내려 북적거리는 인파 사이로 들어갔다. 곧바로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친구를 만났다. 나를 보더니 주름살이 파인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오랜만이야!” 그 친구가 외쳤다. “이사 간 줄 알았어!”
그 친구가 나를 안아 주자마자 내 얼굴에서 기계적인 미소가 진심 어린 미소로 확 바뀌었다. 나는 그녀에게 입원해 있는 딸의 안부를 물었다. 따뜻한 음료를 만들고 팀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주면서 우리 둘은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다른 아는 사람이 다가와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 주었다. 두 사람은 지역 합창단에 가입했다며 신이 나서 이야기했다. 수프를 나누어 주고 거리에 사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우울했던 기분이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들 대부분은 그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가 처음 이 봉사 활동에 참여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가 떠올랐다. 그때는 사실 겁이 났다. 노숙자들과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골판지로 만든 침대나 동냥 그릇을 무시하고 지나쳐 버리는 나였다. 마치 그들이 거기 없는 것처럼, 그들이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 봉사 활동을 하면서 노숙자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내가 속한 사회에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프를 건네고 수다를 떠는 것처럼 단순한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집이 없는 친구들과 주고받은 사랑을 통해 내 기분도 좋아졌다.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자기도 윤택하여지리라”(잠 11:16)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은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기 쉽지만 하나님께는 소중한 자녀들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모든 인간을 예수님의 형제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나와 우리 교회가 실제로 사랑을 행하여 사람들에게 그들의 형제인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보여 주고 싶다.
리넷 올콕 서던 재림교회 대학을 졸업했다. 영국 왓퍼드에 거주하며 저술 활동과 함께 외국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