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랜디,
악마와 결투를 벌이다
딕 더크슨
평상시와 같은 예배였다. 빅 랜디가 걸어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모든 것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아무것도 놀랄 게 없었다.
악기 연주자들은 회중이 찬미를 따라 할 수 있도록 박자에 맞춰 능숙하게 악기를 연주했다. 어린이들은 어린이 설교 시간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었다. 노년 부부 한 쌍이 아이들을 쳐다보면서, 7살도 안 된 아이 셋을 데리고 예배드렸던 옛 시절을 떠올렸다. 예배당에 평화가 넘쳤다.
그때 빅 랜디가 성난 아프리카 물소처럼 쿵쾅쿵쾅 교회로 뛰어들었다. 문을 벌컥 열기 전부터 그는 고함 소리로 자신의 도착을 알렸다. 떠들썩한 빅 랜디의 도착에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
아이들은 무서워 안전한 부모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교인 대부분은 계속 노래를 부르려고 애를 썼다.
악기 연주자들은? 박자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들이 맡은 일은 빅 랜디의 도착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빅 랜디를 잘 아는 목사님은 가만히 앉아 조용히 기도하며 성령의 인도를 구했다.
그에게서 풍기는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할 정도로 빅 랜디는 고주망태가 되어 있었다. 그런 그가 하나님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큰 소리로, 아주 큰 소리로 말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왕, 우리의 구속자, 우리의 구세주, 우리의 친구….” 그는 술에 취해 울면서 찬양했다. “나 비록 죄인이나 예수 나를 사랑하시네.” 빅은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알코올에 취해 혀 꼬부라진 소리로 계속 찬양을 불렀다.
복잡한 물굽이 사이로 커다란 배를 인도하는 수로 안내선처럼 집사 두 사람이 다가와 빅 랜디를 끌고 갔다. 집사들은 전에도 여러 번 빅 랜디를 상대했다. 독주에 취한 빅 랜디의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심각했다. 말로는 하나님을 높였지만 그의 삶은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라 마약과 술에 찌들어 있었다.
집사들에게 이끌려 뒷좌석으로 가면서도 그는 여전히 술 취한 소리로 하나님의 선하심을 떠들어 댔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집사들이 랜디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고 예배가 곧 다시 진행됐다.
***
순조롭게 몇 분이 지나갔다.
그때 아먼드가 나타났다.
아먼드는 교회 근처 다리 밑에 살았다. 그는 집도 없었고 친구라고는 잔인한 마약 거래상들뿐이었다. 얼굴에 흉터가 있는 아먼드는 화를 잘 내고 힘도 셌다. 어떻게 해서라도 피하고 싶은 위험한 인물이었다.
‘교회’ 같은 곳에는 관심조차 없는 그였다.
적어도 그날 이전까지는 말이다.
아먼드는 교회 문을 박차고 들어와 하나님을 향해 모욕적인 말을 쏟아 냈다.
“나는 악마다!” 그가 소리 질렀다.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아먼드는 회중들에게 겁을 주며 예배 장소를 악마의 소굴로 만들려고 했다.
아먼드가 다리 밑에서 사람들에게 욕설 내뱉는 소리를 들었던 목사는 머리를 숙이고 사도 바울의 심정으로 간절히 기도드렸다.
“주님께서 나서실 차례입니다. 우리에게 일어나 싸우든지 아니면 달아나 숨으라고 원수가 부추기고 있습니다. 예배하는 지금 이 순간에 주님의 성령께서 하나님의 충만한 능력으로 임하시기를 간구합니다. 원수가 전쟁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평화를 우리에게 보여 주소서.”
* * *
담임 목사는 성령의 역사를 갈망하며 기다렸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의 동시에 뒷좌석에서 동요가 일었다. 집사들과 함께 빅 랜디가 앉아 있는 곳이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여전히 술 냄새를 풍기는 빅 랜디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조용히 아먼드에게 다가갔다. 쥐를 노리고 다가가는 뱀처럼,
사탄에게 맞서는 그리스도인처럼.
빅 랜디를 ‘빅(Big)’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그는 누구보다 키가 크고 몸집도 대형 트럭 같았다. 걸어 다닐 때마다 그는 ‘주변을 말끔히 쓸어 버리는’ 사명이라도 타고난 것처럼 보였다. 모두가 길을 내주며 비켜서는 가운데 그가 아먼드를 향해 다가갔다.
아먼드가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빅 랜디가 성큼성큼 그를 향해 곧장 걸어왔다.
“예배드리는 이 거룩한 곳에서 네가 나의 예수님을 모독하면 안 되지.” 빅 랜디가 일침을 가했다.
그의 따끔한 한마디에 아먼드는 더 악에 받쳤다. 연신 쏟아냈던 증오의 말들을 이제 빅 랜디의 얼굴을 향해 퍼부었다. 그래도 빅 랜디는 끄떡하지 않았다. ‘그 악마’와 한 뼘 거리에 서 있는 빅 랜디는 아먼드의 어깨를 움켜잡고 “이 사람에게서 당장 나와!”라고 악마에게 명령했다.
빅 랜디의 술 냄새 풍기는 날숨에 날려 갈 것만 같은 아먼드가 더욱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빅 랜디는 아먼드의 어깨에서 우람한 손을 떼어 그의 턱을 붙잡았다.
“이 사람에게서 당장 나오란 말이다!” 아먼드 그리고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마귀를 똑바로 응시하며 빅 랜디가 소리쳤다.
마귀와 하나님의 떠들썩하고 맹렬한 싸움이 20분 동안 계속됐다. 아먼드의 귀신은 빅 랜디의 명령에 악다구니를 쳤지만 귀신이 발악할수록 빅 랜디는 자신의 예수님과 더욱 굳세게 연결되었다.
먼 옛날의 바위투성이 갈릴리 해변에서처럼 귀신들이 갑자기 달아나 버렸다.
달아나는 귀신들이 마치 그의 뼈를 다 추려 가기나 한 듯이 아먼드는 힘을 잃고 빅 랜디의 활짝 벌린 두 팔을 향해 푹 쓰러졌다. 빅 랜디는 ‘생명수’만 마셔 왔던 사람처럼 술에서 완전히 깨어 갓난아기 대하듯 아먼드를 끌어안았다.
“아먼드는 이제 우리 편이에요.” 빅 랜디가 소리쳤다. 담임 목사, 집사들, 노인, 부모, 아이들, 손님들이 몰려와 함께 찬양했다.
* * *
악기 연주자들은 더 경쾌한 리듬으로 음조를 높였다. 모두가 새 노래, ‘구속받은 자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 * *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경이로움과 함께 의문이 들었다.
‘정말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인가?’
‘아먼드와 빅 랜디는 실존 인물일까, 이야기를 위해 꾸며낸 인물일까?’
그 이야기가 실화이며 주인공들도 실존 인물임을 나는 곧 알게 되었다.
그러자 더 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왜 목사님은 그 상황에서 벌떡 일어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기도만 했을까?’
‘빅 랜디와 아먼드가 거리낌 없이 참석할 수 있을 만큼 성령과 조화를 이루며 지내는 교인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우리 교회도 이 교회처럼 될 수 있을까?’였다.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이며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산다. 사람들에게 ‘은혜의 배달꾼’으로 통한다.
발문
“이 사람에게서 당장 나오란 말이다!” 아먼드 그리고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마귀를 똑바로 응시하며 빅 랜디가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