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들
어린아이들을 용납하라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신나게 재잘거리며 만들기교실로 쏜살같이 뛰어왔다. 휙 지나가는 아이들 옆에서 나는 종이, 깃털, 리본이 잔뜩 든 상자를 들고 활동실로 가는 중이었다. 이번 달에 어떤 창의성을 발휘할지 나도 아이들만큼이나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꽃 화분을 장식하여 봄 꽃을 심고, 십자수 책갈피를 만들 계획이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 둔 만들기 활동에 아이들이 온갖 괴상망측한 아이디어를 덧붙인다는 사실도 나는 알고 있다.
매달 우리 교회는 ‘뒤죽박죽 교회’ 안식일 행사를 개최한다. 성경학교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단 하루 오후에만 진행한다. 그해의 주제는 ‘성경 속 영웅’이었고 에스더, 다윗처럼 유명한 성경 인물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다.
우리 교회가 있는 곳은 한부모가정이 제일 많고 건강 수준이 가장 안 좋은 지역이다. 뒤죽박죽 교회를 운영하는 목적은 그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을 교인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예수님과 연결하는 것이다.
나는 10~13세 아이들과 만들기 활동을 한다. 아이들의 문화적 배경은 다양하다. 특히 영국, 브라질, 동유럽 출신이 많다. 아이들은 자신의 학교, 취미,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경 이야기나 하나님에 대해 질문하기도 한다. 그중 13살의 데이비드*가 있다. 데이비드는 한부모가정 아이로 ADHD 같은 정서적 건강 문제가 있는데도 재미있고 창의적이다. 데이비드가 나날이 좋아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몇 년 전 뒤죽박죽 교회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사귀기 아주 힘든 아이였다. 만들기 그룹은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겠다고 완강히 거부하고 복도를 떠돌거나 구석에 앉아 아이패드로 게임을 했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데이비드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에게 마음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꼬박꼬박 나오는 아이들과 사귀기 시작하더니 예수님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이끄는 만들기반에 기분 좋게 앉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접착제, 페인트, 반짝이로 액체괴물을 만들거나 기다란 파이프 청소 도구나 털실 방울로 이상한 동물도 만들었다. 데이비드의 머릿속은 온갖 창의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데이비드 덕분에 나는 여자아이 취향에만 맞는 활동(사실 나에게는 이게 더 손쉬운 일이다)보다는 원기 왕성한 남자아이가 좋아할 만한 활동을 생각하게 되었다.
뒤죽박죽 교회는 시끄럽고 여기저기 어지럽혀져 있으나 직접 뭔가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어려운 순간도 있다.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다. 친숙한 사람끼리 어울리는 대신에 아늑한 울타리를 벗어나 의도적으로 지역 사람들과 만나는 일은 힘들기도 하다.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뒤죽박죽 교회를 운영하다 보면 단순하면서 열정적인 아이들에게서 예수님이 발견하신 기쁨이 어떤 것인지, 예수님이 아이들에게 자기를 얼마나 알리고 싶어 하시는지를 되새기게 된다.
예수님은 우리 가운데 있는 아이를 소중히 여기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린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사람의 것이니라”(마 19:14).
*가명이다.
리넷 올콕은 서던 재림교회 대학을 졸업했고 영국 왓퍼드에 거주하며 런던 애드벤티스트 라디오 제작자 및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