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꾸러미
하나님이 준비하신 너트 천 개
기초 공사가 끝났고 봉사자들도 준비됐다. 짐바브웨의 빅토리아폴스에 위치한 음코사나에서 어린이 1,000여 명을 위해 새 학교가 곧 설립될 예정이었다.
학교 건축을 위해 미리 재단한 철재들이 미네소타에서 운송됐다. 27가지 크기로 잘라 놓은 철재와 각종 너트, 볼트, 드라이버를 컨테이너에 가득 채워 메릴랜드 볼티모어까지 육로로 이동한 뒤 남아프리카 더반까지 이동하는 배에다 실었다.
빅토리아폴스에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충분치 않아서 3학년까지는 학교에 다닐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꿈도 꿀 수 없는 실정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트럭 12대에 실린 컨테이너 12개가 마침내 음코사나에 도착했고 일꾼들은 즉시 망고나무 밑에 모든 자재를 쌓기 시작했다. 재단된 철재, 볼트, 너트와 연장들은 건물을 조립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신속히 찾을 수 있게 배치되어야 했다.
모든 것이 갖춰진 듯 보였다.
강철 너트 1,000개만 빼고.
학교 건물은 강철로 된 창틀을 사용하도록 설계되었다. 각 창문을 볼트 4개로 벽에다 고정하고 볼트마다 너트 두 개를 조이도록 했다. 구조가 간단해 처음 일하는 자원봉사자도 재빨리 조립할 수 있었다. 볼트 500개를 포함해 창문 재료가 다 도착했지만 너트가 보이지 않았다.
빅토리아폴스에는 아주 작은 철물점이 하나 있다. 망치 한두 개 있을까 말까 한 그런 곳에 너트 1,000개가 있을 리 만무했다.
건설 감독자가 근처 마을을 모두 확인해 보았다.
너트는 없었다.
그때 봉사대원 책임자 밥이 모지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키가 큰 모지스는 대원들과 함께 일하도록 고용된 짐바브웨 사람이다.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모지스, 당신은 은데벨레 방언을 말할 수 있으니 부탁드릴게요. 창문 고정하는 문제를 도와주세요. 빅토리아폴스에 있는 철물점에 가서 이 볼트에 맞는 너트 1,000개를 구해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두 사람 다 문제를 알고 있었기에 모지스가 불가능한 심부름을 위해 떠나기 전, 둘은 함께 간절히 기도했다.
주머니 속에 볼트를 묵직하게 담은 채 모지스는 작은 가게로 들어갔다.
“여기서 가장 연세 많은 분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나이 지긋한 노인이 발을 질질 끌면서 먼지 덮인 계산대로 걸어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저는 음코사나에 새 학교를 짓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돕고 있어요. 아시죠? 공항 가는 길에 있고, 우리가 코끼리들을 쫓아내야 했던 큰 재림교회 학교요.”
“거기 알죠.” 노인이 대답했다. “2주 만에 학교를 짓는다는데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쉽지 않지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지스가 대답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모지스는 주머니에서 강철 볼트를 꺼냈다.
“건물 벽에 창문을 고정하려면 이 볼트에 맞는 너트 1,000개가 필요한데 여기서 구할 수 있을까요?”
노인은 모지스에게 건네받은 볼트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가게에 있는 더 젊은 사람 하나에게 넘겨주었다.
“미국 사람들은 참 이상해.” 그 노인이 말했다.
“영국이 미터법을 사용하니까 미국은 자기 나름대로 표준 사이즈 볼트를 만들었지요. 이것도 표준 볼트구먼. 못 본 지 꽤 오래된 거라! 손님이 가져온 볼트에 맞는 너트가 없어요. 미터로 된 볼트와 너트도 없는걸요. 미안해요.”
갑자기 가게 안이 떠들썩해졌다. 사람들은 너트와 볼트, 표준과 미터, 미국과 영국 그리고 재림교인들이 2주 안에 새 학교 공사를 끝낼 수 있을지 어떨지 서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어르신!” 모지스가 기다리다 못해 대화에 끼어들었다. “죄송하지만 수고 좀 부탁드립니다. 창고에서 혹시 이 볼트에 맞는 표준 너트가 1,000개 있는지 한 번만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 요구가 황당했는지 가게 주인은 알겠다고 거들먹거리며 큰 소리로 웃었다.
“그래요. 어디 한번 봅시다.” 그는 또다시 웃으며 가게 뒤로 걸어갔다.
한참 뒤에 노인은 계산대로 돌아왔고 모지스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 해 줄 이야기가 하나 있소.”
“60년 전에 로디지아인 농부가 이 가게에 와서 사이즈 12짜리 표준 볼트 1,000개를 주문해 달라고 부탁했지. 당신이 나에게 보여 준 바로 이 볼트였소. 우리는 그렇게 해 주마 하고 미국의 공급자에게 편지를 썼어요. 그 공급자는 ‘보내줄 수는 있는데 우리가 볼트와 너트를 같이 사야 한다’고 했어요. 농부가 괜찮다고 해서 우리는 주문을 했소.”
“주문한 제품이 도착해서 농부에게 연락했지요. 2주쯤 지나 농부가 찾아왔는데 볼트만 필요하다는 거야! ‘너트는 그냥 두세요.’ 하면서.”
노인이 하얀 종이 상자 여러 개를 계산대 위에 놓고 너트 두 개를 꺼내 볼트에 끼우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이 너트들은 60년이 넘게 저 창고의 선반에 있었어. 먼지만 먹으면서 말이야. 생각도 못하고 있었네. 오늘까지.”
모지스가 너트값을 지불하는 동안 가게에는 정적이 흘렀다.
음코사나로 돌아왔을 때 책임자 밥은 여전히 기도하는 중이었다.
“여기 너트 1,000개 대령이오.” 밥에게 너트를 건네는 모지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한번 상상해 봐요. 하늘의 천사들이 오늘 우리에게 표준 너트 1,000개를 주려고 얼마나 열심히 일했을지!”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래요. 상상해 봐요.” 한 봉사자가 말했다. “천사들은 너트가 사라질 걸 알았어요. 그래서 60년 전, 한 농부에게 표준 치수 12짜리 볼트 1,000개가 필요하니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어요. 너트는 말고 볼트만.”
“훨씬 더 어려웠던 건 말이죠.” 또 다른 사람이 덧붙였다. “천사들은 너트가 딸린 볼트를 파는 미국인 공급자를 찾아야 했던 거죠!”
“그리고 그 둘을 다 사겠다고 하는 농부.”
“그런데 아이들을 위해 그 너트는 남겨 두는 거죠.”
“신기하죠? 천사들이 어떻게 했기에 가게 사람들이 선반 위에 있는 그 상자들을 못 본 걸까요?”
“그들이 거미줄을 치우고 상자에 빛을 비출 때 얼마나 많은 천사들이 지켜보고 있었을까요?”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너트와 볼트 그리고 천사들에 대해 생각했다.
“만약 천사가 60년 동안 이 너트들을 지키고 있었다면, 골치 아픈 문제들은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가장 안전하겠군. 내가 모르는 문제까지도!” 하고 모지스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