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꾸러미
자전거 탄 천사
카를라는 길을 잃었다. 길가의 나무조차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헤매고 있었다.
그녀는 서커스단의 사자들이 너무 보고 싶었지만 아빠는 안 된다고 하셨다.
“서커스는 우리 딸이 갈 곳이 못 돼요. 좋은 데가 아니고 사자들에게 해를 입을 수도 있어요.” 아빠는 분명히 말씀하셨다.
아빠의 말을 들으니 사자들이 더욱더 보고 싶어 안달이 난 카를라는 사자를 보기 위해 집을 빠져나갈 방법들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늦은 일요일 아침 손님이 집에 찾아와 노르마 선생님의 집에 어떻게 가는지 물었다.
“노르마 선생님은 이사 가셨지만 그 집이 어디 있는지 제가 알아요, 아빠.” 카를라는 기회를 덥석 붙잡고 재빨리 말했다.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곧장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아빠도 마침내 허락하셨다. “바로 와야 돼!”
허락이 떨어지자 카를라는 마을을 가로질러 노르마 선생님의 집으로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손님은 총총걸음으로 뒤따라왔다. 숙녀분을 노르마 선생님에게 소개해 드린 뒤 카를라는 아빠의 말을 거역할 계획을 대담하게 실행에 옮겼다. 흥분이 몰려왔다. 사자의 부름이 아빠의 명령보다 훨씬 더 강했다.
“카를라, 이분을 여기까지 모셔다 줘서 고맙다.” 노르마 선생님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제 집에 빨리 돌아가는 게 좋겠다.”
“그럴 필요 없어요.” 카를라는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빠가 도시를 지나 먼 길로 와도 된다고 하셨어요.”
***
‘먼 길’이란 곧장 서커스장으로 달려가 풍선맨을 돌아 인형에 야구공을 던지는 사람들을 지나서 사자 우리가 있는 언덕으로 가는 길이었다.
“너무 보고 싶어서 입장료로 지불해야 할 동전도 잊지 않고 챙겨 두었어요.” 카를라가 말했다. “하지만 저는 사자들을 볼 생각에 정신이 없었어요. 사람들이 ‘진짜 사자’라고 했어요. 아프리카에서 온 진짜 사자요!”
사자에 마음을 빼앗긴 카를라는 ‘아프리카 사자’라고 적힌 표지판을 향해 서커스 텐트를 헤치고 갔다.
“마침내 도착했는데 놀랄 정도로 실망스러워 그 자리에 서 버렸어요.” 카를라가 인상을 찡그렸다. “사자들은 지저분하고 못생기고 악취가 심해서 토할 것 같았어요!”
카를라는 서커스 문을 지나 복잡한 거리로 되돌아 나왔다. 8살짜리 아이가 뒷마당을 훤히 알 듯 카를라에게 모든 길이 익숙한 시내였다. 식료품 가게, 주유소를 지났다. 그러다가 낯선 곳으로 들어가 길을 잃고 말았다. 냄새나는 사자와 집에 가서 벌 받을 일만 생각났다.
“점심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여러 시간이 지났어요.” 그날을 기억하며 카를라는 눈물을 훔쳤다. “처음에는 다음 모퉁이를 돌면 아는 건물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어요. 완전히, 확실하게 길을 잃었던 거죠. 정말 곤경에 빠진 거예요.”
잠시 카를라는 눈을 감고 그때의 일을 회상했다.
“아시잖아요.” 카를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르마 선생님은 곤경에 빠졌을 때 하나님께 기도하는 법을 저에게 잘 가르쳐 주셨어요. 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어요. 그때 다윗이 쓴 목자의 시가 생각났어요. 시편 23편이요. 거기 있는 말들을 되뇌고 또 되뇌었어요. 하나님이 제 기도를 들으시고 제게 필요한 걸 아셨으면 하고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길 양쪽에 큰 나무들이 늘어선 긴 흙길을 걸으면서 기도했어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길이었지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저는 너무 무서워서 큰 바위에 앉아 울고 말았어요. 엉엉 울어 눈물이 홍수를 이룰 것만 같았어요.”
***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어깨를 건드렸어요. 엄청 큰 남자분의 강한 손이었죠. 올려 보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어쩐지 전혀 무섭지 않았어요. 믿음이 생겼어요.”
건장하게 생긴 그 남자의 표정은 온화했다. 그는 자전거를 잡고 서 있었다.
“엄마가 아기 다루듯 큰 아저씨가 저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앞에 태우고 길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어요. 숨소리가 느껴졌어요. 강하고 규칙적인 숨소리를 듣다 보니 제가 그분의 심장 일부가 된 것 같았죠. 아래를 내려다보니 샌들 신은 발로 인간 기계처럼 열심히 페달을 돌리며 저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주고 있었어요.”
카라는 편안한 마음으로 건장한 남자의 자전거에서 잠이 들었고 그 남자는 페달을 돌리며 자갈길과 부서진 아스팔트를 지나 마침내 카를라의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다다랐다.
“아저씨가 나를 깨워서 집 앞에 있는 길에 내려 주셨어요. 바로 그때 엄마가 현관에서 저를 보셨죠! 건장한 아저씨가 저를 내려 주는 모습을 보고 빨리 달려오라고 손짓하셨어요. 저는 달렸어요. 배고픈 사자에게서 도망치는 동물보다 더 빠르게요. 너무 빨리 달리느라 자전거 아저씨에게 뒤돌아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도 까먹었어요.”
아저씨는 모퉁이에서 카를라와 엄마가 만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는 웃으며 엄마와 카를라가 더 이상 볼 수 없는 모퉁이를 살며시 돌아갔다.
그날 카를라가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한 것, 냄새나는 사자들, 길 잃은 이야기, 자전거 탄 친절한 아저씨 이야기를 쏟아낼 때 엄마는 조용히 듣고 계셨다.
“카를라, 오늘 느낀 점을 말해 보렴.”
“네, 엄마.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래요. 엄마 아빠 말씀을 잘 들을게요.”
“그럼 이제 들어갈까?” 엄마가 말씀하셨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구나.”
엄마는 카를라를 집으로 들여보내고 나서 곧바로 뒤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현관에 서서 자전거를 탄 친절한 아저씨가 있던 쪽을 바라보았다. 강한 팔과 힘센 다리를 가진 낯선 사람이 있던 쪽, 길 잃은 어린 소녀들을 찾아 집으로 데려다주는 천사가 있는 쪽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