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꾸러미
엄마의 기도
“돌출된 바위 위에서 협곡을 바라보고 서 있는 산양의 사진을 준비해 주세요.”
‘그거야 문제도 아니지.’
그런데 문제였다.
엄마 염소, 숫염소, 아기 염소, 화강암 바위 위에서 잠자는 염소까지 다 있었지만 협곡을 건너다보는 염소 사진이 없었다.
출판사에 몇 주만 더 말미를 부탁했고 완벽한 사진을 찾을 수 있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몬태나주에 있는 글레이셔 국립공원을 훑어보기로 했다. 고잉투더선 로드의 어딘가를 지나가다 산양을 발견하면 뇌물을 먹여서라도 바위 위에 서서 검은 협곡을 바라보게 할 작정이었다.
우리는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고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꼭대기까지 서에서 동으로 엄청나게 꼬불꼬불한 길을 운전했다. 엄마와 아빠, 여덟 살 이하 아이들에게 딱 맞는 낡은 닷지 승합차에 탔다. 기도를 하고 또 하며 음식, 옷, 책 그리고 카메라를 가득 실었다.
***
꼭대기 근처까지 왔다. 길이 좁았고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 애리조나주까지 굴러갈 것 같았다. 위쪽 산 높은 곳에서 드디어 염소 한 마리를 발견했다. 경차 한 대 세우기 딱 좋은 약간 넓은 지대에 차를 대고 카메라 장비를 챙긴 다음 가족에게 “금방 돌아올게.”라고 약속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었고 나는 멀리 있는 염소를 보며 화강암 폭포로 향했다. ‘금방 돌아온다’는 나의 약속이 1시간 정도 될 걸 알고 있는 아내는 홈스쿨 자료들을 꺼내 차 안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을 차 밖으로 나가게 할 수 없었어요.” 아이의 엄마는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차 문 바로 밖은 천 길 낭떠러지였거든요!”
무릎에 힘이 빠질 때까지 산을 탔다. 산양을 쫓아 얼마를 더 갔다. 찾았다 싶으면 항상 또 다음 고개를 넘어야 했다.
한 시간 정도 산을 타고 나서 산양과 나는 마침내 친구가 되었다. 그 산양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나는 ‘염소’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었다.
“자, 저 화강암 바위로 걸어가서 왼쪽에 있는 협곡을 바라봐 줄래?” 나는 염소에게 사정했다.
염소는 노란 봄꽃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바위를 가리키며 사정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해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삼각대를 세우고 400밀리 망원렌즈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
차에 있는 아내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90분은 예상을 넘긴 시간이었다. 지체에 대한 엄청난 불만과 걱정이 뒤섞인 데다가 세 아이의 목소리까지 가세하니 그만 폭발할 지경이었다.
“다리가 부러져 누워 있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죠.” 브렌다가 그때를 회상했다. “돌아오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벼르고 있었어요.”
마침내 산양이 나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었거나 적어도 내가 협곡을 가리키는 것을 보았나 보다. 그곳에 무엇이 있나 보려고 산양이 협곡을 향해 갔다. 그러더니 정확하게 내가 ‘바라던’ 그 자세로 칠흑 같은 협곡을 바라보며 섰다.
완벽했다. 절망스럽게 뛰어내릴 듯이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만 빼고.
“하나님, 제발 저 산양이 머리를 들고 저를 건너다보게 해 주세요.”
다음 컷은 정말 완벽했다.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하셨다고 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내가 산에서 돌아오게 해 달라고 브렌다가 차 안에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간구하고 있었으니까.
장비를 챙겨 내려가려니 올라왔을 때보다 더 어려울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5시간이 지났다. 너무 오래 있었다. 기다리고 있을 브렌다와 아이들을 생각하고 서둘렀다.
***
10분 뒤, 튀어나온 화강암 바위 턱에 걸려 넘어지며 그만 9미터 앞에 있는 회색곰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덩치 크고 사나운 그 녀석이 버드나무 숲 뒤에 서서 나에게 “저리 꺼져!”라고 포효했다.
나도 기꺼이 곰의 말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포효 소리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300미터 아래 차에서 엄마가 속삭였다. “얘들아, 아빠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지금 어려운 일을 만난 것 같아.”
“예수님!” 한 아이가 기도했다. “아빠를 안전하게 지켜 주세요.”
곰은 올렸던 두 다리를 내리고 버드나무 숲에서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내가 있는 방향으로 바람이 불자 끔찍한 곰 냄새가 바람을 타고 느껴졌다. 하나님께 도움을 간청했지만 곰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어야 할지, 소리를 지르며 막 뛰어야 할지?
너무 놀란 나는 기운이 빠진 채 가만히 끔찍한 곰 냄새를 맡고 있어야 했다.
곰은 다시 한번 두 발을 들더니 바람 냄새를 맡고 수코끼리처럼 포효하더니 두 발을 내리고 천천히 언덕을 지나 걸어가 버렸다.
“아빠를 돌봐 주실 것을 믿고 감사드립니다.” 엄마는 기도를 마쳤다.
15분이 지나서야 무릎에 힘이 생겼다. 삼각대를 지팡이 삼아 절뚝거리며 아래로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엄마 저기 봐요!”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아빠예요! 다리를 다치셨나 봐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 소리를 지르려다가 여전히 살아 있는 나를 안아 주려고 달려온 아내는 내 다리를 걱정했다.
“공원 경비대원을 부르려던 참이었어요.” 나를 차로 데려다주며 말했다. “다리를 다친 게 언제였어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아내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 웃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직 용서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당신을 위해 우리가 특별 기도를 드린 바로 그 시각이네요.”
나는 회색곰을 만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이며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산다. 사람들에게 ‘은혜의 배달꾼’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