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 선택된 남은 자손
펠릭스 H. 코테즈
1926년 니콜라이 바빌로프는 아마도 “현대 시대의 가장 덜 알려진 과학적 통찰”을 지녔던 것 같다.1 그는 야생 근연종과 알려지지 않은 변종으로부터 식용 작물의 종자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면 보존된 유전자를 바탕으로 미래의 작물들이 질병과 싸우고 해충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고 극한의 기후를 견딜 수 있는 기본 특성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종자들의 ‘남은 자손’을 보호하기 위한 그의 발상은 노아의 방주를 짓는 일과도 같았다. 종자은행을 만들어 대재앙에도 미래 식량 작물을 존속시키자는 생각이었다. 바빌로프와 동료들은 종자은행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목숨을 걸고 보호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포위된 동료 9명은 종자은행에 보관된 씨앗, 뿌리, 열매 40만 종을 지키다가 굶어 죽었다. 그중 한 명은 훼손되지 않은 수많은 종자와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세상이 전쟁의 화염에 휩쓸릴 때 우리는 인간의 미래를 위해 이 씨앗들을 지킬 것이다.”2 오늘날 세계 곳곳에는 1,400여 종자은행이 있다.
남은 무리의 약속
옛 뱀, 곧 사탄의 유혹으로(계 12:9)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타락함으로써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대재앙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게 되었다. 사탄은 이 땅의 통치권을 찬탈했고, 그가 완전한 지배권을 획득하면 인류는 멸망될 운명이었다(롬 6:23; 5:12~14).
인류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뱀의 통치에 맞서 결국 그를 패배시킬 ‘씨앗’을 보존하기로 결정하셨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뱀과 여자의 ‘씨앗’3 사이에 적대감이 있을 것이며, 결국 이 ‘씨앗’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라고 공표하셨다(창 3:15).
하나님께서는 그분께 충성을 맹세하고 사탄의 지배에 맞설 인류의 남은 자손을 지키실 뿐 아니라 사탄의 능력을 파멸시킬 후손을 주셨다.4 인류의 구속의 이야기는 이러한 적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것은 인류를 파멸시켜 완전한 지배권을 획득하려는 사탄의 지속적인 시도에 맞서 그분의 왕국의 거민이자 그분을 알리는 전달자인 남은 자손을 보호하려는 하나님의 행동을 따르는 것이다.5
남은 자손의 목적
성경은 노아와 그의 가족을 첫 남은 자손으로 구별한다(창 7:23). 인류가 마음의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하게 될 정도로 타락하게 되었을 때(창 6:5, 11) 하나님께서는 의인인 노아를 통해 인류와 동물의 미래를 지키셨다(창 6:8; 7:1). 그분께서는 노아에게 세상에 다가올 파멸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위임하시며 기별을 듣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주를 지으라고 명령하셨다(히 11:7; 벧전 3:20; 벧후 2:5). 인류의 남은 자손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그분에 관한 지식을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노아의 자손 모두가 하나님께 충성한 것은 아니다(창 9:25). 그러나 셈의 후예는 하나님을 인정했고 하나님이 그들 중에 거하셔서 그분에 관한 지식이 보존되었다(창 9:27). 이렇게 남은 자손은 하나님께서 재앙으로부터 보호하신 사람들일 뿐 아니라 그분께서 자신에 관한 지식을 보존하고 세상 사람들이 그분께 돌아오도록 부르기 위해 사용하시는 가시적인 도구이다.
하나님께서는 이후에도 여러 위기에서 남은 자손을 보호하셨다.6 바벨탑에서 세상이 반란을 일으킨 이후 그분께서는 셈의 후손이자 하나님의 본래의 부르심에 충실했던 아브라함을 선택하셔서 그에게 복 주시고 그의 자손을 통해 이 땅의 모든 민족에게 복을 허락하셨다(창 12:1~3; 22:16~18).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자손인 이스라엘 백성이 그분의 법을 위탁받고 그분의 복된 소유가 되도록 계획하셨다(출 19:5; 신 4:5~8; 28:1~4). 그들은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모든 민족에게 확산시키는 일을 담당하는 ‘제사장 나라’가 되어야 했다(출 19:6; 말 2:7).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열국의 남은 자손으로 그리고 민족들이 그분께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도구로 보호하셨다(창 45:7; 암 5:15).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데 실패했고 그분의 이름을 더럽혔다(겔 36:20~23; 39:7).
남은 자손의 결점과 미래의 정결
역사 대대로 하나님께서는 광범위한 배교에서도 그분께 충성을 다한 사람들을 데리고 일하셨다. 그러나 하나님을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들만큼이나 남은 자손 역시 늘 흠 있는 개인과 집단으로 이루어졌다.
노아와 그의 자손들,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 유다와 바벨론으로 끌려간 사람들 모두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흠 있는 도구라는 역설은 아마도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포도나무 혹은 포도밭으로 묘사한 데서 가장 잘 나타날 것이다. 하나님은 “애굽에서” “참종자”를 가져와 그 가지가 민족으로 뻗어 나가도록 “심히 기름진 산”에 심으셨으나 이스라엘은 “들포도”가 열리는 “악한 가지”가 되었다.7
이스라엘의 문제는 뿌리 깊었다. 이스라엘의 거듭되는 실패의 원인은 그들이 “악한 가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남은 자손에게는 행동의 변화 이상으로 자연의 변화가 필요했다. 이것은 역사에 걸쳐 모든 남은 자손에게도 해당된다. 그러나 선지자들이 예언한 대로 하나님께서는 은을 연단하듯 그분의 남은 백성을 깨끗게 하실 것이다(슥 13:8~9). 자만, 속임수, 질투, 걸림돌, 악인들이 남은 자손으로부터 제거될 것이며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에 그분의 법과 그분의 영을 심어 주실 것이다.⁸ 이렇게 깨끗함을 입은 남은 자손에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포함될 것이며(슥 8:20~23; 14:16), 그들은 세상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돌아올게 할 것이다(사 2:2~4; 60:1~3).
예수님과 14만 4천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유약한 남은 자손을 위해 일찍이 해결책을 마련하셨다. 여자의 ‘씨(후손)’는 인간 그룹이자 한 사람이다. 하나님께서는 역사에 걸쳐 뱀과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의’가 있을 것이지만 단 ‘한 분’, ‘그’가 뱀의 머리를 짓밟을 것이라고 예언하셨다(창 3:15).9 바울 역시 아브라함의 ‘자손(씨)’은 오직 한 분, 그리스도라고 설명했다(갈 3:16).10 예수께서는 “내가 참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그 농부라”고 단언하셨다(요 15:1). 예수님은 완벽하게 충성하셨고11 하나님의 율법의 참뜻과 깊이를 설명하며 아버지를 드러내셨고12 모든 인류가 하나님께로 돌아오도록 이끄셨다.13 이렇게 하나님께서는 남은 자손과 열방이 필요로 하는 해결책을 예수님을 통해 제공하셨다.
하나님께 충성을 다하기로 서약한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다. 그들은 들포도나무에서 찢겨 나와 ‘참포도나무’에 접목된 ‘가지’이다. 줄기를 열어 수액을 마실 때 그들은 줄기의 생명과 본성에 동참한다(벧후 1:4). 이것은 가지의 새 탄생이라는 기적이다. 그 가지는 열국으로 뻗어 거룩한 ‘농부’께 그 열매로 영광을 돌린다(마 28:18~20; 요 15:8).
그리스도의 사역은 지구상의 신자들의 마지막 세대에서 성취의 절정을 이룰 것이다. 성경에 나타난 미래에 깨끗함을 입은 남은 자손에 대한 예언은 그들 안에서 성취될 것이다.14 “이기는” 교회에 속한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계 2~3장). 요한계시록에서는 그들을 14만 4천 명이라고 언급한다. 인 맞은 자들이며, 이름뿐인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서 충성을 지킨 자들이다.15 그들은 어린양의 피로 깨끗해졌다(계 7:4~14).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에 용과 짐승의 위협(계 13장)에 직면한 그들은 순결을 지킬 것이다. “어린양이 어디로 인도하든지 따라가는” 자들이기 때문이다(계 14:1~5). 그들은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고 “예수의 증거”를 지니고 “땅에 거하는 자들”을 하나님께로 다시 부르면서 진리를 계속 증언한다(계 14:6~12; 12:17). 그들은 성공할 것이다. 결코 실패하지 않는 줄기에 확고하게 붙어 있기 때문이다.
1Charles Siebert, “Food Ark,”
2In Al Gore, “The Edge,”
3히브리어에서는 ‘후손’이 ‘씨’를 의미하기도 한다.
4Jacues Doukhan, “The Seed,”
5파멸 위기에 처한 인류를 보존하는 남은 자손 사상에 관하여 다음을 참조할 것. Angel M. Rodriguez, de.,
6엘리야와 신실한 7천 명(왕상 19:14, 18); 유다(왕하 17:18); 바벨론으로 끌려간 백성(왕하 25:11); 유배에서 돌아온 자들(렘 31:7~9, 31~34); 앞의 책 25~33쪽 참조
7다음의 성경 본문을 종합한 것이다. 시 80:8~18; 사 50:1~7; 렘 2:21; 5:10; 6:9; 겔 14:1~5; 17:1~21; 19:10~14; 호 10:1~2; 요엘 1:7
8사 11:10~13; 렘 31:7~9, 31~34; 겔 36:22~32; 습 3:11~13; 말 3:16~4:3; 마 13:24~30, 37~43; 25:1~4, 31~33
9Doukhan의 저서를 참조할 것
10Rodriguez, pp. 201~203
11히 4:15; 7:26~28
12요 1:14~18; 마5:17~48
13요 12:32; 17:4, 6
148번 주석 참고
15Rodriguez, pp. 91~94
펠릭스 H. 코테즈는 미국 앤드루스대학 신학대학원 신약학 조교수이다.
발문
남은 자손과 열방이 필요로 하는 해결책을 예수님을 통해 제공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