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떠도는 아이들
커져 가는 위기
빈센트가 세 살 때 아버지는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가나를 떠나셨다. 어머니는 빈센트가 다섯 살 때 빈센트와 동생을 이모에게 맡기고 아버지를 따라갔다.
부모님이 자신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주기 위해 열심히 일하신다는 걸 빈센트는 알고 있었고 이모 역시 자신과 동생을 잘 보살펴 주었지만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다. “친구들은 모두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저는 아니었어요.”라고 빈센트는 말했다.
이모는 빈센트와 동생을 매주 교회에 데려갔지만 부모님과 출석하던 재림교회가 아니었다. 그 “집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며 재림교회를 그리워했다.
빈센트가 13살이 되자 아버지는 가나로 돌아왔고 마침내 그를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팔레르모로 데려갔다. 이탈리아에서 첫 몇 달은 신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데다가 가족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고 학교에는 빈센트와 같은 흑인이 단 두 명뿐이었다.
어색하고 불편한 과도기였다.
수백만 중의 하나
현재 빈센트처럼 고국을 떠나 살고 있는 어린이는 3천만 명에 달한다.1 또 폭력과 갈등으로 자국 내에서 난민이 된 아이들도 1천7백만이나 된다.2 ‘이주 아동(children on the move)’이란 그들이 집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이주해 오거나 강제로 쫓겨난 18세 이하 아이들을 말한다.
쉽게 말해 이주 아동 대부분은 빈센트와 같은 이민자들이지만 나머지는 난민, 재해 생존자, 인도적 위기 피해자 등이다.
이들이 단지 어린이일 뿐이라는 게 무엇보다 심각하다.
과도기적 도전
이주 아동들이 여정 중에 겪는 모든 순간은 애처롭고 처절하다.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면서 여정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쉽게 잊는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며, 이 새로운 과도기에 아이들은 불확실성에 마주할 뿐 아니라 갈등의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지역 사회가 선의를 품고 있다고 해도 쫓겨난 사람이나 이주민을 받아들이기란 분명 어려울 수 있다. 식량이나 깨끗한 물 같은 자원이 부족한 곳에서 새로운 이주자들은 부담을 가중시킨다. 지역 주민에게 익숙하지 않거나 의심스러운 낯선 문화와 종교가 갑자기 등장하면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한다.
아드라 이탈리아의 대그 폰트빅은 심각한 상황에 놓인 이주 아동을 위해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이에요. 우리는 물질적 지원 그 이상을 제공해야 해요. 식량과 주거지 제공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심리사회적으로 지원하면서 그들의 영적 여정을 소중히 여겨야 해요.”
빈센트는 이탈리아에 왔을 때 이탈리아어를 몰라서 영어로 말했다. 그런 그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 준 교사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심지어 그에게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다른 친구들 덕분에 환영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집’처럼 편안한 소속감을 느낀 것은 팔레르모에 있는 재림교인 공동체를 통해 교회에 출석하면서부터이다. “전진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어요. 그분께서 ‘교회에 가라. 그곳에 더욱 귀한 것이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이탈리아인과 가나인 교인이 한 건물에 함께 모여 안식일 예배를 드리는 것 외에도 빈센트는 이곳에서 더욱 귀중한 경험을 얻게 되었다. 아드라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삶을 변화시킨 것이다. 아드라는 지역 재림교회와 협력하여 빈센트를 비롯한 지역 사회 이주자들을 위해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어학 수업으로 사회 통합을 돕고 학습 지원과 더불어 패스파인더 활동 등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격려한다.
방과 후 프로그램은 간단한 해법처럼 보이며 실제로도 그렇다.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고 자신과 같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감을 얻을 뿐 아니라 여타 이민자·난민 프로그램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사회적·영적 지지도 얻는다.
한 가족으로 전진하다
빈센트의 동생은 가나에서 학업을 마치고 팔레르모에서 막냇동생을 비롯한 나머지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마침내 온전한 가정을 이룬 빈센트의 가족은 새로운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이제 16세가 된 빈센트에게서 과거의 수줍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주 아동을 위한 믿음 실천 포럼’ 행사에 참여한 그는 폰트빅 옆에 서서 굵직한 음성과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인도주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따스한 10월의 어느 아침, 로마에서 그는 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른 이주 아동들도 자신처럼 자기들만의 성공 이야기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냐고 묻자 빈센트는 주저 없이 “하나님”이라고 대답한다. 다른 이주 아동들에게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앞으로 나아가세요.”라고 그는 말한다.
폰트빅은 빈센트와 같이 지역 사회에 있는 이주민 젊은이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일에 종사하는 우리 중에서도 누군가를 보자마자 ‘너 아프리카에서 왔구나.’ ‘너는 중동 출신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차이점을 먼저 떠올리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어요. 가장 먼저 ‘너는 하나님의 자녀구나.’라고 생각해야 하는데도 말이에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adra.org에서 볼 수 있다.
1UNICEF, IOM, UNHCR, EUROSTAT, and OECD, “A Call to Action: Protecting Children on the Move Starts with Better Data,” February 2018, data.unicef.org/resources/call-action-protecting-children-move-starts-better-data/.
2UNICEF, “Uprooted: The Growing Crisis for Refugee and Migrant Children,” 2017, www.unicef.org/publications/index_92710.html.
애슐리 아이슬 국제 아드라 홍보부 부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