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예배
내가 이곳에 예배드리러 온 지도 50년이 지났다. 벽으로 둘러싸인 출석 교회만큼이나 또 내가 설교하러 가는 교회만큼이나 이곳은 나에게 영적인 고향이다. 하지만 합창 소리를 증폭시켜 주는 음향 설비는 없다. 이 성스러운 곳에 줄지어 있는 거대한 소나무 사이로 바람이 속삭일 뿐이다.
마이크를 대고 설교하는 사람도 없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라고 말씀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소리가 들려올 뿐이다.
뜨거운 7월의 여름날 아침, 예배드리기 위해 이곳에 오면 더위를 식혀 주는 냉방 시설도 없다. 2월의 얼어붙은 안개 속에 앉아 있을 때 습도가 조절된 따뜻한 공기를 전달해 주는 가스 난방기도 없다.
하늘 아버지께서 수천 년 전에 만들어 주신 것들만이 조명을 담당하고 있다. “큰 광명으로 낮을 주관하게 하시고 작은 광명으로 밤을 주관하게 하시며 또 큰 별들을 만드시고”(창1:16).
로비에서 마주치는 스크린도, 교회 식사나 남집사들의 봉사를 알리는 안내도, 도로 옆에서 깜빡이며 이번 주 설교를 광고하는 전광판도 없다.
내가 사랑하는 이곳은 푸른 풍경을 자랑하는 서쪽의 완만한 언덕이다. 아홉 살 때 부모님이 처음 데려온 이후로 나는 줄곧 이곳에서 주님께 경배를 드리고 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곳의 단순함과 적막함에 이끌려 수십 번 기도를 드렸고, 홀로 새들의 합창 소리를 들었고, 봄날의 폭우 속에서 고개를 젖혀 빗방울을 느꼈고, 눈 쌓인 겨울에는 코트의 옷깃을 여몄다.
‘소나무 예배당’이라고 불리는 이 야외 예배 장소는 우리의 모든 기술보다 앞서 계시며 결국 그 모든 기술 이후에도 계속 계실 주님을 만나기 위해 내가 찾는 곳이다. 칸막이와 조명, 마이크와 카펫, 동영상 중계, 아늑한 난방 시스템은 종종 위대하고 감히 길들일 수 없는 하나님의 실체를 시야에서 사라지게 한다. “높이 들린 보좌에 앉으셨고 그 옷자락이 성전에 가득한 주님”(사 6:1)과 마주치는 사건이 스크린과 화소에 대한 기억으로만 끝날 때가 많지 않은가!
하나님의 우주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를 실감할 수 있는 장소에 찾아가 주님을 찾지 않는다면, “우리의 형상을 따라” 하나님을 만들어 낼 위험에 빠질 것이다. 그런 하나님은 아이패드, 스마트폰에나 어울리는 하나님일 뿐이다.
이번 달 <애드벤티스트 월드> 기사를 읽으면서 신자들이 첨단 디지털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자. 본 잡지를 잠시 내려놓고 탁 트인 하늘 아래에 서서 조용한 시간을 가져 보자. 그리고 함께 노래해 보자.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시 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