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재림교회 목사들의 설교를 듣고 또 재림교회 목사로 설교했지만, 마가복음 4장 26~30절의 비유에 관해서는 설교하거나 설교를 들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번번이 기회를 놓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몰래 자라는 씨앗’이라고도 하는 이 비유가 재림교회에서 별로 언급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하다. 물론 그 내용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탕자의 비유, 잃은 양의 비유, 알곡과 가라지의 비유가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 비유에 무관심한(또는 ‘불편한’) 이유는 어쩌면 왕국의 성장에 기여하는 제자들의 역할이 대단히 제한적이라고 거기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설교와 이야기에 익숙하다. 마지막 시대의 운동을 나타내는 동사적 표현들과 더불어 160년 동안 재림교회는 세계적으로 놀랍게 성장했다. ‘가서’, ‘제자를 삼아’, ‘침례를 주고’, ‘가르치라’는 활동 하나하나는 옳고 의로우며 예수님이 직접 내리신 명령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신이 곧 통치자이자 진정한 창립자 되시는 왕국과 관련해 우리에게 과도한 칭찬이 돌아가지 않도록 이 비유를 말씀해 주셨다. 맡겨진 작은 부분에 우리가 충성할 때 하나님이 무엇을 이루시는지를 고대하는 마음으로 경이롭게 지켜보게 하는 비유인 것이다. 우리는 땅에 씨앗을 뿌릴 수 있지만 싹트게 할 수는 없다. 토양을 일구고 떡잎에 물을 줄 수는 있지만 새순이 돋게 하고 자라고 결실하게 할 능력은 없다. 걱정한다고 해서 자신의 수명을 “한 시간인들 더 늘일 수” 있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말이다(눅 12:25, 공동번역). 성장하는 하나님 나라에는 한 가지 비밀이 존재한다. 수백만 인간의 마음과 생각 속에서 보이지 않게 활동하시는 성령이 바로 그 비밀의 핵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엘렌 화잇의 영감적인 표현처럼 “하나님의 동역자들”이다. 명령에 따라 성실하게 씨앗을 심으면서, 자각·회심·변화·성숙이 하나님의 은혜로운 역사로 말미암는 것임을 흔쾌히 인정하는 사람들이다.
은혜에 감동받아 잃은 양을 사랑하게 될 때 우리는 씨를 뿌리고 기도한다. 우리의 중보 기도 대상에게 그리스도 안의 새 삶이라는 기적이 일어날 때, 우리는 그들과 우리를 향한 끊임없는 은혜로 인해 예수님께 영광을 돌린다. 바울처럼 우리는 머리를 조아리며 속삭인다. “모든 성도 가운데서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셔서, 그리스도의 헤아릴 수 없는 부요함을 이방 사람들에게 전하게 하시고”(엡 3:8, 표준새번역).
잃은 자를 위한 자신의 선교에 동참하라는 예수님의 끈덕진 부르심을 되새기면서 기도하자. 은혜를 받고 은혜를 전하며 마음의 즐거움을 얻게 해 달라고.
성장과 영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