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귀 기울이는 이들
“직업을 바꿀 생각을 해 본 적 있어?” 그 질문에 나는 깜짝 놀랐다. 사실 직업을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런던 애드벤티스트 라디오에서 프로듀서와 진행자가 되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런던 애드벤티스트 라디오는 런던이라는 대도시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복음 전도 사업을 하고 있다.
라디오 일을 즐겁게 배워 나갔지만, 가장 큰 애로 사항은 텅 빈 스튜디오에서 말하는 것이었다. 교사였던 나는 실제로 학생들이 앞에서 내 말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이 보이는 몸짓에 따라 강의를 조율해 가며 내 말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익숙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를 보거나 내 말을 듣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방송에서 내가 퀴즈를 내거나 기도 요청을 주문하면 사람들이 응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청취자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듣는 사람이 있기라도 한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내 프로그램이 정말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도움을 주고 있는 걸까?
하나님께서는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충실하게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속삭이셨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 프로그램을 청취하면서 이를 통해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런데도 감사하게 힘이 나는 순간이 있었다. 재림교인이 아닌데 우연히 이 채널을 알게 되었다는 청취자 사연을 여러 번 받았다. 내가 광고하는 성경 공부 과정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도 있었고 내가 무료로 배포하는 책을 받고 싶다고 요청하는 청취자도 있었다.
어느 여름 남자친구와 함께 영국 북부에 사는 친구들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낯선 도시 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 길 건너편에서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이 어느 순간 눈에 띄었다. “뭘 보고 있는 거지? 왜 저러는 거야?” 우리끼리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남자친구가 슬쩍 어깨 너머로 뒤를 보았지만 우리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보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자 그 낯선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런던 애드벤티스트 라디오 분들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제가 애청자예요.”
우리는 웃음을 터트리고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런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이 우리를 알아보다니 신기했다.
사람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듣고 있었다. 보고 있었다. 라디오로 자타 공인 복음 전도 사역을 하는 나뿐 아니라 여러분에게도 해당하는 사실이다. 여러분의 직장과 사생활 영역에서 말이다. 여러분에게는 강력한 목소리와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 윌리엄 J. 톰스는 이렇게 말했다. “살아가는 모습에 신경 쓰라. 어떤 사람에게는 유일하게 접하는 성경 같은 존재가 당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문해 본다. 나는 하나님을 잘 대표하고 있는가? 내 삶을 보고 누군가가 성경을 집어 들고 열린 마음으로 기독교와 재림 신앙을 찾아보게 하는 그런 사람인가?
바울은 이렇게 적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신이 되어 하나님이 우리를 통하여 너희를 권면하시는 것같이…하라”(고후 5:20).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신이 된다고 생각하면 엄중한 책임감이 느껴지지만 그만큼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노력해도 성과를 볼 수 있을까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예수님의 진정한 사신이 되면 힘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 누군가가 듣고 있다.
리넷 올콕 서던 재림교회 대학을 졸업한 뒤 영국 왓퍼드에 거주하면서 런던 애드벤티스트 라디오에서 제작자 겸 진행자로 일하고 있다.
발문
하나님께서는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충실하게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속삭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