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꾸러미
사브카의 책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사브카 바셀렌코는 뻣뻣한 자음과 부드럽고 말랑한 모음의 소리를 들으며 한 단어 한 단어 조심스럽게 읽는다.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사브카가 말씀을 큰 소리로 읽자 찬 공기 때문에 침실에 입김이 서린다.
“어머니!” 사브카가 옆에 있는 어머니께 속삭인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목자가 되신대요.”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셨다. 성경을 읽는 그들을 잡으려는 이웃과 경찰, 사제, 농장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일이 어머니 몫이었다.
이 가족이 성경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 인쇄된 큰 글자들을 직접 만지는 기쁨, 성경을 통해 창조주께서 ‘자신의 침실에서’ 직접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 기쁨에 대해 사브카가 말하고 다니는 것을 다 들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침실, 부엌, 헛간, 별채 그리고 성경이 있을 만한 곳이면 개별적으로 또는 떼로 몰려와 다 뒤졌다. 하지만 코트, 감자, 짚으로 채워진 매트리스, 거친 담요 더미, 낡은 교과서 몇 권, 장작 난로 외에는 어떤 것도 찾지 못했다.
성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큰 성경은 알아보기 쉬운 우크라이나어로 설명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득했다. 우크라이나의 농부와 목자들이 말하는 뻣뻣한 자음과 말랑한 모음의 언어. 마을 사람들이 쓰는 바로 그 말로 된 성경이었다.
***
사브카는 성경의 출처를 아내 파도라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가슴에 꼭 끌어안고 하나님의 사랑 어린 음성을 발견한 사람마냥 만족의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첫 아기가 태어난 오후, 사브카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먼 들판에서 흙덩어리와 씨름하고 있었다. 파도라는 출산을 도와준 이들에게 아기를 교회에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다. “하나님이 아기에게 지어 주시고 싶은 이름을 아빠가 나타나기 전에” 신부님에게 받기 위해서였다.
여인들이 그녀와 함께 갓난아기를 데려갔다. 신부님(시장보다도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은 아들에게 울라스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단자의 아들’이라는 뜻이었다.
이단자의 아들이라니. 그 이름의 발음만 들어도 파도라는 화가 났다. 왜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아들이 그런 이름을 받기를 원하신단 말인가? 그 이름으로는 학교에 갈 수도, 교회에 다닐 수도, 좋은 직장을 얻을 수도 없을 것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는 사람에게는 누구든지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해 주신다고 믿는 이단자 사브카의 아들, 그녀의 아들이 저주를 받았다. 어찌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 될 수 있을까?
어느 날 신부는 성난 폭도들을 모아 이단자 사브카를 처단하고자 했고 파도라는 울라스와 함께 침실로 숨었다. 사람들이 농장으로 쳐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작은 방목장에서 사브카를 찾아낸 무리의 흥분 섞인 외침, 채찍, 몽둥이, 농기구로 남편을 거세게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파도라는 그들에게 버럭 고함을 질렀고 멈칫한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멈추라고 파도라가 명령하는 소리에 더욱 놀랐다. 그녀는 마치 역에서 출발하는 증기 기관차가 증기를 내뿜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었고, 폭도들은 다 잡은 먹잇감을 먹기 직전에 자리를 뜨는 늑대들처럼 물러갔다.
“어떻게 하나님이 신부를 통해 사나운 사람들을 모아 남편을 때려 거반 죽게 하실 수 있을까요? 내 남편은 절대로 그런 불한당 같은 사람이 아니에요. 이 마을 전체에서 가장 부드럽고 친절하며 관대한 사람이에요.”
그날 파도라는 남편 사브카처럼 이단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수일 동안 남편을 간호했다. 더운물, 찬물, 따뜻한 수프, 부드러운 노래, 좋은 약과 함께.
***
이제는 파도라가 성경 숨기는 일을 맡았다. 소똥 더미도 생각해 보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두기에는 부적절해 보였다. 마침내 세 곳을 정했다. 한 곳은 난로 옆의 밀가루 포대 깊숙한 곳이다. 다른 한 곳은 사브카가 밖에서 일할 때마다 입는 거칠고 무거운 코트였다. 코트가 커서 문 옆에 걸어 두면 왼쪽 소매에 성경을 둘 공간이 생겼다.
마지막 장소는 파도라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빵 색깔의 헝겊 부대야말로 성경을 숨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누군가가 가까이 오면 성경을 부대에 슬쩍 넣고 빵을 만들기 위한 밀가루 반죽을 그 안에 넣는다. 그러고는 빵 노래를 부르며 부대에 있는 반죽과 함께 성경을 밀가루 반죽하듯 치대는 것이다.
누가 찾아오는지 볼 수 있는 대낮에만 성경을 읽었다. 매일 한 줄 한 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감동받은 곳에 빨간색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이웃의 한 사람이 찾아와 그 책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물으며 그 말씀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찾아왔고 급기야 부엌에서 작은 이단의 무리가 정기적으로 모였다. 사브카와 파도라가 그 책에서 발견한 친절, 온유, 희망에 대해 모두가 간절히 알고 싶어 했다.
나중에 그녀는 울라스에게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가르쳤다. 이단의 아들 울라스는 하나님의 아들이었다.
울라스가 8살 때 가족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흑토가 있는 미국 노스다코타로 이민을 갔다. 흙과 돌로 단순한 집을 짓고 사랑으로 채웠다. 봄이 되어 밀을 심고 건초용 목초도 심고 정원터에는 감자, 비트, 당근, 양파를 심었다.
마을의 가게에서 사브카는 자신의 보물인 성경에 대해 이야기했고, 책을 읽고 깨달은 내용들을 말해 주었다.
“토요일이 안식일인 것을 아세요? 사람이 죽어 묻히면 큰 부활의 날까지 무덤에 있게 돼요. 이마에 물을 조금 뿌리는 것이 아니라 물속에 몸을 완전히 잠기도록 침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자기의 자녀들을 본향으로 데려가려고 다시 오신다는 것을 아시나요?”
사브카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힘과 열정으로 이야기했다. 가게 주인은 듣고 질문했고 가게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 구입한 물건들을 사브카가 마차에 실으려고 할 때, 어느 젊은이가 그에게 다가와서 토요일이 안식일이라는 것을 어디에서 배웠는지 물었다.
“왜요? 하나님의 말씀에 있죠.” 그가 대답했다. “출애굽기를 보면, 모세가 산꼭대기에서 하나님의 법을 기록한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데 당신처럼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그 젊은이가 물었다.
“아뇨!” 사브카는 대답했다. “그들이 누구인가요? 제가 어디 가면 찾을 수 있죠?”
“아, 그거야 쉽죠.” 그 젊은이가 대답했다. “그들은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성도들이고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답니다. 만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