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꾸러미
십자가가 필요합니다
“새로 짓는 교회의 청년관에 십자가가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목사님, 저희에게 십자가를 구해 주실 수 있나요?”
“굉장히 크고 오래되어 보이는 십자가여야 해요. 예수님이 그 십자가에 돌아가신 뒤에도 쭉 거기 계셨던 것처럼 보이는 큰 십자가요.”
그들은 모두 웃었다. 하지만 그 젊은이들이 진지하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제 갓 부임한 청년목사인 내가 청년관 벽에 세울 십자가를 찾아 주기를 그들은 진심으로 바랐던 것이다. 나는 걱정스러웠다. 그런 ‘낡은 십자가’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도 몰랐고 교회 직원회와 건축위원회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꽤 많았는데 어른들이 부담스러워할 ‘조금 심한’ 뭔가를 원했다. 청년관에 십자가는 딱 그런 것이었다.
그 계획을 그만두게 구슬리려 했지만 오히려 그들이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십자가를 어떤 나무로 만들어야 할지, 얼마나 커야 하는지, 톱으로 자를지 아니면 쪼아서 만들지 그리고 내가 전혀 상상도 못했던 여러 세부 사항을 조사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연구를 도와주었고, 많은 십자가가 불에 빠르게 타으므로 그 목공은 아마도 연질의 나무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 주기까지 하였다.
***
나는 담임목사인 켄 목사에게 ‘그 십자가’에 대해 말씀드렸다. 목사님은 주의 깊게 들으며, 빙그레 웃기도 하면서, 지혜롭게 몇 가지 질문을 하셨다. 그런 후 결론을 내리셨다. “직원회는 절대로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우리 교회 핵심 신자들 중에는 마치 그리스도보다 십자가가 더 중요한 것처럼 십자가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교파에서 재림교회로 개혁한 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청년관 벽에 십자가를 매다는 것을 그분들이 승인할 것 같지 않네요.”
나는 매우 좋지 않은 그 소식을 들고 청년들에게 갔다. 십자가는 없다!
그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내게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로마인들과 유대인들이 십자가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자세히 인용한 것에다가 제자들이 그 십자가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마리아는 그 십자가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심지어 예수님은 그 십자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에 대해서까지 덧붙여 내게 전해 주었다.
마침내 그들이 재림교회 초기 지도자들 중 하나였던 엘렌 화잇의 인용문을 꺼내 들 때까지 나는 내 생각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기록했다. “만약 우리가 마침내 구원을 받고자 한다면, 우리 모두는 십자가 밑에서 참회와 믿음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그날 밤 열정적인 청년 기도 모임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직원회와 건축위원회에 교회의 젊은이들로부터 올라온 요청을 재고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들은 동의했고, 그 청년들은(청년목사인 나까지) 한 주일 동안의 기도와 금식에 들어갔다.
다시 모인 회의에서 나는 청년들을 소개하고 뒤에 물러나 앉았다. 젊은이들은 명확하게 그리고 자신들의 의견의 요점을 충분히 감동적으로 전달했다. 위원들은 점잖게 경청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때 교회에서 가장 연로하면서도 가장 보수적인 분이 일어섰다.
“우리 아이들이 그들의 삶 전면에 또 중심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세우고 싶어 한다면, 저는 그 열정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우리는 그 불가능했던 것을 실행해도 좋다는 승인을 만장일치로 받고 그 회의장을 떠났다. 문밖을 나서며 한 청년이 말했다. “됐어요, 목사님. 이제 그 십자가를 구하는 건 목사님께 달렸어요.”
“진짜 똑같은 나무 십자가여야 해요. 높이 4미터, 넓이 2미터. 2천 년은 된 것처럼 보이는 낡은 십자가, 그리스도인 수백 명이 못 박혔을 법한 그런 십자가여야 해요.”
***
그 일에 적합할 것 같은 나무 조각가는 단 한 사람뿐이라는 걸 알자마자 나는 털털거리는 낡은 교회 승합차를 몰고 60번 고속도로를 따라 깊은 사막으로 향했다. 약 100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랄프라는 사람의 집일 것 같은 증거들이 보였다. 랄프는 나무 조각가인데 아내, 어린 두 아이와 함께 이동식 주택에 사는 원주민이었다. 팔로베르데 나무가 그의 집 주변에 거대한 잡초처럼 자라 있었고, 초라한 자신의 보금자리 아래서 랄프는 나무로 상을 조각하고 거기에 페인트를 칠했다.
담배 가게 주인을 위해서라면 랄프는 실물 크기의 카우보이, 인디언, 경찰관, 코뿔소, 코끼리 그리고 다른 우스꽝스러운 것을 조각하여 가게 앞에 세워 줄 수도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몰려와 담배를 싹쓸이해 갈 겁니다!” 랄프는 확신에 차서 웃었다.
새로 페인트칠한 두 인디언과 카우보이 하나가 팔로베르데 나무 밑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랄프는 마치 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들 사이에 서 있었다.
우리는 음료를 마시며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랄프는 내 목회 사역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물었다. “진짜 목사는 처음 보네!” 랄프는 쓴 대추를 뱉듯이 말을 내뱉었다.
“그래, 젊은 목사 양반! 원하는 게 뭐요?”
나는 그 십자가에 대해 설명했다. 그것은 그에게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나는 차에서 작은 폴더를 하나 꺼내 그의 작업대에 펼쳐 놓았다. 나는 마태·마가·누가·요한복음에서 갈보리 부분을 복사했고, 엘렌 화잇이 예수님에 대해 저술한 책 <시대의 소망>에서 갈보리에 관한 장(章)을 첨부했다. 랄프는 매우 조용했다.
“완전 진짜 같은 나무 십자가예요. 적어도 높이 4미터, 넓이는 2미터. 2천 년은 된 것처럼 보이는 낡은, 수백의 그리스도인이 거기에 못 박혔을 것 같은 그런 십자가요. 랄프, 청년들을 위해 그런 십자가를 만들어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런 건 난생처음 듣네요.” 그가 대답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한번 해 보리다.”
6주 뒤 교회 전화기에 무뚝뚝한 음성 메시지가 들어왔다. “당신네 목사에게 와서 십자가를 가져가라고 전하시오. 그게 내 찻길을 가로막고 있으니까.”
나는 트럭을 빌렸고 함께 갈 청년 몇을 불러 태웠다. 그 십자가는 랄프의 진입로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그 완벽한 나무를 찾느라 산으로 400킬로미터나 운전해 들어갔단 말이오.” 랄프가 말문을 열었다. “그걸 잘라서 여기로 싣고 왔고. 로마의 그 나무 조각가가 했듯이 날카로운 끌로 그걸 쪼아 냈지. 톱을 전혀 쓰지 않고 말이야. 그걸 태웠어. 스패너로 후려치고 다시 그걸 불에 그슬리고 그 위에 기름을 발랐지. 그리고 또 불에 그슬렸어. 남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아휴! 가지고 썩 여기서 나가시오.”
우리 넷이서 빌려온 트럭에 싣기 어려울 만큼 그 십자가는 무거웠다.
랄프에게 비용을 지불한 뒤 우리는 트럭에 올라 출발하려 했다. 그때 랄프가 손을 들어 나를 멈춰 세웠다.
“하마터면 잊을 뻔했수다.” 그가 짐짓 말을 던졌다. “그 십자가 옆 벽에 붙이라고 이걸 만들었소. 당신이 나한테 준 그 종이 어딘가에서 찾은 말이오. 목사 양반, 그 종이들은 내가 가져도 되는 거요?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이 모든 것을 겪었다니 난 믿을 수가 없소!”
랄프는 운전석 창문으로 나무 명판 하나를 들이밀었다. 똑같은 나무로 조각된 그 명판에는 깜짝 놀랄, 그리스도의 가장 강한 메시지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나를 따르라. 마가복음 8장 34절”
* <교회증언 4권> 374
발문
“당신네 목사에게 와서 십자가를 가져가라고 전하시오. 그게 내 찻길을 가로막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