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있어요
갈게요
“갈게요.”라는 말을 처음 꺼냈던 순간에 나는 이미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8년 전 일이다. 리베르플라테 재림교회 대학 보건학부 선교 동아리 친구 몇 명이 꿈을 품었고 선교사를 희망하는 학생을 위한 국제 회의를 계획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그 계획을 알리기 시작했다. 전 세계 연사를 초청하여 전문 교육을 받고 선교 의욕을 북돋을 생각이었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지만, 나도 이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어 수백 명이 결심할 때 온 마음을 다해 함께했다. 9월에는 제5차 국제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이 회의는 선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2년마다 남미에 있는 다른 학교들을 찾아가 개최한다.
이번에는 페루 리마 근교의 재림교회 대학인 페루 우니온대학에서 3,600명 이상이 모였다.
전 세계에서 모인 선교사들의 간증과 경험을 들으면서 용기를 얻었다. 수많은 참석자가 어디에 있든 이 세상의 빛이 되기로 결심하고, 봉사하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다섯 번째로 “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어디로 가고 있었다.
친구 몇 명과 아르헨티나 북부 여행을 시작했다. 배낭을 메고 볼리비아를 통과해 페루로 건너갔는데, 볼리비아와 페루 사이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에는 떠다니는 인공 섬이 여럿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후, 우리 일행은 유명한 유적지 마추픽추를 가 볼 계획이었다.
이사야 선지자는 가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고 기꺼이 보내 달라고 하였다(사 6:8). 그런데 이사야는 분명 이미 다른 곳에서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고 있었다. 새로운 일을 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새로운 임무를 받았지만, 이미 선교사였다. 이미 ‘가고’ 있었다.
선교사가 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느낀 지는 오래 됐다. 그러나 어디론가 파송되기를 꿈꾼다면 지금 있는 곳에서 먼저 선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대의 소망>에서 이런 글귀를 읽었다. “모든 참된 제자는 하나님의 나라에서 선교사로 태어난다.”* 그래서 친구들과 시작한 이번 여행이 선교 여행이기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중요한 목표를 잊어버리고 한눈을 팔기도 했다. 증언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주위 사람들에게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회의장에 도착하자 내가 ‘가겠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 말을 행동에 옮겨 현재진행형으로 만들기가 항상 만만하지는 않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래형을 현실로 만들려면 하나님의 부르심을 현재진행형으로 삼고 살아야 한다.
참석하고 나서 일이 더 잘 풀려 친구들과 나는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우리의 신앙을 좀 더 전할 수 있었다. 이전에 재림교인이었던 이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자원봉사 활동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 말을 처음으로 듣고는 흥미를 보였다. 힘들게 살면서 희망이 없는 사람들도 만났다.
시제를 헷갈릴 때가 있는데 그러면 일이 복잡해진다. 우리는 하나님을 위해 많은 일을 하려는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 희망과 은혜에 대한 찬미가를 확신과 열정으로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하나님께 우리 삶을 드리지 않는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임무를 집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전히 잃을지도 모른다.
매일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갈 것입니다.”
*<시대의 소망>, 195
카롤리나 라모스 아르헨티나 리베르플라테 재림교회 대학에서 번역, 영어 교육, 음악 교육을 공부하고 있다. 선교에 대한 열정으로 어린이와 십 대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