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서둘러!
딕 더크슨
말론은 매사추세츠 케이프코드에 있는 한 병원에서 X-레이 부장으로 새로운 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다. 새 동료들과 일하는 것도 즐거웠다. 케이프에서의 삶에 의욕이 넘쳤다. 게다가 여자 친구 페릴과 32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도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삶은 즐겁고 더 좋아지고 있었다.
직장에 다닌 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녁, 말론은 전화벨 소리를 들으며 집에 도착했다. 그것은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거는 쉴 틈 없이 울리는 벨 소리 중 하나였다. 대개 받지 않아도 끝까지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시끄러운 소리가 저의 즐거운 하루를 침범하는 게 싫어서 받았던 거 같아요.”라고 말론은 기억했다.
“여보세요? 말론입니다. 뭘 도와드릴….”
건너편 목소리가 그의 인사를 자르고 들려왔다. “지금도 캘리포니아에 가고 싶으세요?”
“오드리, 난 여기 케이프코드에서 막 새 직장을 얻어서 캘리포니아에 갈 수 없어요. 특히 이렇게 갑작스레 바로 가야 한다면 말이에요.” 오드리는 페릴의 자매였다.
“짐을 싸고 상사에게 몇 주 갔다 와야 한다고 전화하세요. 가족 일로 곧바로 캘리포니아로 떠날 거라고요.”
“난 못해요!”
“할 수 있어요. 그럼요. 그리고 해야 해요. 페릴과 엄마가 집에서 나와 교장선생님 댁으로 갔어요. 아빠가 엄마와 페릴을 다음에 보면 죽일 거라고 했단 말이에요. 우리 아빠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요.”
말론은 놀라서 듣고 있었다. 그는 페릴 아빠의 강한 성질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지나치다는 것은 믿기 어려웠다. 듣고 있는데, 등줄기로 차갑고 묵직한 두려움이 엄습하는 느낌이었다.
“제발 곧바로 떠나세요. 교장선생님 댁으로 가서, 페릴과 엄마를 태우고 버몬트에 계신 당신 부모님께 가서 며칠간 머물게 하세요. 사태가 좀 가라앉으면, 교장선생님의 누이가 사는 샌디에이고로 데리고 건너가세요. 거기서 살 집을 찾는 걸 도와줘야 할 거예요.”
“하지만 전 새 직장이 있고, 지금 당장은 캘리포니아로 갈 수 없어요.”
“말론, 즉시 떠나세요. 오늘 밤. 지금요!”
***
말론은 결국 그러기로 했고 잘 있으라고 인사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시간 뒤 그는 32킬로미터 북쪽의 그레이터 보스턴 고등학교 교장선생님 댁으로 향하는 차 안에 있었다. 도착할 무렵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버몬트로 가는 여정이 쉽지 않으리라는 걸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말론은 여자 친구 페릴과 엄마 에밀리를 차에 태운 채 괴물 같은 눈보라 속으로 곧장 차를 몰아야 했다. 함박눈이 쏟아졌고, 바람은 허리케인급으로 불었다. 때는 2월, 눈은 무겁고 축축해서 하얀 접착제를 한 통 들어부은 것처럼 빠르게 도로와 자동차 전면 유리창을 뒤덮었다.
“여기.” 말론이 페릴에게 말했다.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아. 내가 밖으로 나가 차 옆으로 걸으면서 눈폭풍을 벗어날 때까지 갈 방향을 알려 줄게.”
길에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말론은 페릴에게 방향을 알려 주는 동안 한 손으로는 유리창에 달라붙은 눈을 떼어 내고, 다른 손으로는 차문을 붙들고 걸었다. 에밀리는 공포에 싸여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추위에 약한 그녀는 담요를 있는 대로 몸에 감싼 채 눈을 감고는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마침내 새벽 3시경에 부모님 댁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말론이 말했다. “그즈음 눈이 차 문을 얼어붙게 해서 페릴과 그녀의 어머니는 차창으로 빠져나와야 했죠.”
캘리포니아로 가는 여정을 위해 엄마를 서서히 준비시키면서 며칠간 버몬트에 머물렀다. 자신들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갈지 페릴의 아버지는 전혀 몰랐다.
상사의 허락을 받고 말론은 페릴과 그녀의 어머니를 모시고 버몬트에서 안전한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까지 미국을 가로질러 4,800킬로미터를 운전해 갔다.
***
“그 여행에 대해 수없이 생각했어요.” 말론은 회상했다. “그렇게 갑작스럽고 급하게 뭔가를 하라는 말을 듣는 것은 깜짝 놀랄 만한 일이지만 그 여행을 갔던 게 정말 다행이었어요. 이후 페릴과 저는 결혼했고, 함께 멋진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아내와 장모님이 안전하게 샌디에이고에 살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취한 훌륭한 행동에 대한 멋진 이야기였다. 그런데 말론은 나에게 그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이런 추가적인 자투리 정보를 덧붙였다.
“저는 그 이야기를 기록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글을 쓰다가 오드리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에게 들었던 말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오드리에게 전화를 걸어 저의 계획을 설명했고 그날 밤 그녀가 걸었던 긴급한 전화에서 내게 말했던 것을 다시 말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서 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무슨 전화요?” 오드리가 물었다. “난 그날 밤 전화를 걸지 않았어요. 난 당신에게 직장을 떠나 버몬트와 캘리포니아로 엄마와 페릴을 데리고 가라고 말하지 않았다고요. 절대로 당신에게 전화를 건 일이 없어요. 왜 당신이 거기로 그렇게 급히 운전해 올라갔는지 저는 늘 궁금했다고요.”
발문
“아빠가 엄마와 페릴을 다음에 보면 죽일 거라고 했단 말이에요. 우리 아빠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