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율법 그리고 예언
성경의 장르 이해하기
아아케 뮐러
우리는 수많은 우편물을 받는다. 아마도 요즘은 일반 우편물보다 이메일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중에는 먼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낸 편지도 있을 것이고 고지서나 명세서도 있을 것이다. 도움이 되는 우편물이 있는가 하면 성가신 소식지나 광고성 우편물도 넘쳐난다. 편지나 이메일의 서로 다른 형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이유는 각각 독특한 양식과 표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각각을 우리는 다르게 취급한다.
성경 역시 다양한 양식을 포함하고 있는데 해석학에서는 이를 ‘장르’라고 한다. 성경을 제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려면 반드시 해당 구절의 장르를 알아야 한다. 장르마다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월이 거듭하면서 문화와 표현 양식이 달라졌어도 성경의 더 넓은 부분을 조심스럽게 읽고 경청하면 장르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
이야기
이야기는 성경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한다. 이야기라는 장르에서는 발생 시각이 종종 언급된 역사적 사건을 묘사하는데 하나님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이야기는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각 장면에는 줄거리를 진행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야기에서는 인간과 그들의 행동에 초점을 두면서도 그 목적은 하나님이 누구이며 그분의 백성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삶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르거나 하나님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가 포함된다. 이들 이야기에서는 충성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독자들이 아픔과 고통을 접하는 경우도 있다.
복음서들은 이 땅에서 활동하신 예수님에 관한 주요 사건들을 일대기적 방식으로 묘사한 이야기들의 부분 집합이다. 여기서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속에 드러난 하나님의 자기 계시가 그 초점이다.
율법
율법은 종종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간주된다. 그럼에도 출애굽기, 레위기, 마태복음 5~7장에 나타난 율법에서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것, 즉 그분과 서로를 대하는 방법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또 죄의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 준다.
율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범주, 원칙법과 판례법으로 나눌 수 있다. 원칙법은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 때문에 보편적으로 유효한 법이다. 종종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는 진술에서 이러한 명령의 이유가 표현된다. 반면에 사례법 혹은 판례법은 매우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여기서부터 일반적인 적용이 만들어지는데 흔히 “만일 이것이…라면 저것은…이다.”라는 형식을 띤다. 판례법에서는 시간이나 문화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달라지더라도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
성경에는 언약법(과 언약 소송), 의식법 등 율법의 하위 범주가 있으며 의식법은 정결법과 제사법을 포함한다. 히브리서에서 말하고 있듯이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그분을 가리키는 제사법을 대체한다. 그에 비해 정결에 관한 규정들은 때때로 보편적이지만 성전과 희생 제도에 연결되기도 한다.
예언
예언이라는 장르에서 하나님은 개인이나 집단에게 선지자를 통해 소통하시는데 임박한 자신의 심판을 경고하기 위해서일 때가 많다. 청중은 “여호와께서 이르시되”라는 불길한 말과 함께 하나님의 법을 어긴 구체적인 죄목으로 기소된다. 예언의 초점은 단순히 미래의 사건을 나타내기보다는 숨겼거나 묵살된 죄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엄중한 경고의 목적은 청중의 회개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묵시
묵시적인 환상은 이 땅과 하늘에서 일어날 미래 사건의 윤곽을 제시하는 예언의 하위 범주라 할 수 있다. 이 장르에서는 대부분 상징주의를 사용하며 하나님이 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시는지를 드러내는 우주적 관점을 소개한다. 이 장르의 목적은 이 땅의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라 신실한 백성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기 위한 것이다. 신자들은 묵시를 보면서,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리시며 다시 오셔서 자기 백성을 찾고 세상을 회복하실 것임을 상기할 수 있다.
시
시편은 고대 찬미의 모음집이다. 그러나 더 짧은 시적 표현도 성경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시는 가장 위대한 인간의 감정, 즉 두려움, 사랑, 경배 글로 나타낸 것이다. 종종 거친 말로 부당함을 묘사하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구원과 위대함을 찬양한다.
그러나 성경의 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그것을 하나님께 표현하면서 하나님이 모든 부당함을 해결하시리라 믿는다는 점이다. 히브리어의 아름다운 운율은 번역 과정에서 묻혀 버렸지만 평행법과 생생한 이미지를 활용한 전형적인 히브리 양식은 오늘날에도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심지어 우리 모두는 한 번도 목자를 본 적이 없음에도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는 구절에서 해당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시란 좋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언어임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반드시 사실에 근거한 선언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또 어떤 시편은 역사적 배경이나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아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지혜
지혜 문학은 실존적이나 실제적인 삶의 성찰을 전하고 인생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수수께끼, 격언, 풍유의 모음이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지혜서 격언의 현실적인 특성이 시문학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혜 문학은 이러한 실제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지혜의 토대이신 하나님을 의존하는 것에 근거를 둔다.
서신
신약에는 사도와 교회 간의 개인적 서신이 포함된다. 때때로 저자들은 교회의 질문에 대답하고 신학적 가르침을 전하며 특정 교회의 문제에 대해 제언하고, 개인적 조언을 제공하며, 기쁨과 격려를 보내기도 한다. 서신에서는 먼저 저자와 독자를 소개하고 인사와 축복으로 시작하는 형식을 따른다. 결론은 교회에 대한 개인적인 소망과 축복으로 구성된다. 서신에는 일반적인 진리가 포함되어 있지만 서기 1세기에 두 조직체 간의 통신 수단이기도 했다.
비유
비유는 고대에 널리 알려진 문학 양식이며 역사적 혹은 허구적 이야기로 화자의 논지를 설명한다. 예수께서는 주로 비유를 사용하여 하늘 왕국의 미래와 실체를 전하셨다. 비유는 친숙한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활용하지만 종종 한 가지 중점 사항에 매우 아리송한 초점을 두며 이야기 끝에 놀라운 반전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편함이나 인터넷 메일 수신함처럼 성경은 서로 다른 형식과 역할을 지닌 다양한 장르를 포함한다. 역사적 사건을 묘사하는가 하면 허구적인 이야기도 있고, 서술적인 장르가 있는가 하면 규범적인 장르도 있다. 장르의 차이를 인지하고 전술된 장르 설명에 근거해 간결한 질문을 적용한다면 어떤 성경절에서든 하나님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성경 해석이란 하나님의 옛 말씀들이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진리로 들리게 하는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다음 기사를 참조할 것. Daniel I. Block, “Preaching Old Testament Law to New Testament Christians,”
아이케 뮐러(Ph.D.) 필리핀 실랑에 있는 재림교회 국제대학원(AIIAS) 신약학 부교수이다. 부인 루비카와 두 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