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절대 외면하지 않으리
아우슈비츠 해방 75주년을 맞아
1945년 1월 27일, 제1 우크라이나 전선(붉은 군대의 일부)의 제60군단 병력은 오늘의 폴란드에 나치 독일이 세웠던 악명 높은 수용소 중 하나인 아우슈비츠를 해방시켰다. 75년 전, 소련 병사들은 무려 110만 명(90%가 유대인)이 치밀하고 잔인하게 죽어 갔던 곳의 문을 열었다. 그들이 발견한 장면은 상상을 초월했다. 뼈와 가죽만 남은 생존자 7천 명이 공포에 질린 채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는 대학살을 자행하기 위해 만든 끔찍한 기계 바로 앞에서 살아남은 이들이었다. 죽음은 전투에 참여한 병사를 모두 공포에 떨게 하지만, 이것은 또 다른 차원의 죽음이었다.
생존자 7,000명 중 한 사람인 이탈리아의 유대인 화학자이자 작가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 수감자들을 해방시킨 병사들의 반응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인사도 건네지 않았고 미소도 짓지 않았다. 그들은 동정심만이 아니라 당혹감에 억눌린 듯했다. 그래서 그들은 입술을 꼭 다문 채 장례식 장면에만 시선을 고정했던 것이다. 그들이 느낀 것은 수치감이었고 우리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중 누군가 끌려 나갔을 때, 우리가 참혹한 행위를 목격했을 때 그리고 그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을 때마다 우리에게 엄습했던 그 수치감이었다. 독일인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정의로운 사람이라면 타인의 범죄를 보면서 느낄 수치감이었다. 어떻게 이런 범죄를 다 저질렀는가 싶을 때 느끼는 죄책감, 존재하는 것들의 세상에서 어찌 이런 일이 기어이 발생했는가 하는 죄책감, 나 자신의 선의는 매우 보잘것없고 쓸모 없는 것으로 취급되어야 마땅하며 변명의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죄책감 말이다.”
역사의 가장 어두운 순간을 기념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소련의 수많은 적군(赤軍)이 그랬듯, 우리는 주변의 죄악상을 마주하면 고개를 돌리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후드티를 입고 몸에 문신한 젊은 남자들이 히잡을 두른 젊은 여자에게 다가가 욕설을 쏟아내며 괴롭힐 때, 중앙아메리카에서 온 노부부가 자신들에게 화를 내는 시민들을 보고 당황할 때, 소수가 다수에게 박해당할 때, 다른 종교 사회에 사는 젊은 남자가 성난 부모 앞에서 이제부터는 예수님을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할 때 등.
외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리는 너무 바쁘다고(심지어 하나님의 일을 하느라), 앞장서서 싸울 만큼 전문가도 아니라고, 자기 문제만도 벅차다고, 이야기의 전후 사정을 모른다고 말할 수도 있다(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많은 이유를 댈 수 있다.
아우슈비츠 해방이라는 이 기념일은 우리에게 ‘대면하고 행동하라’고 말한다. 어둠은 빛으로만 극복될 수 있고, 악은 연민과 은혜로 정복된다.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저 멀리 하늘 궁정에서 실행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고향이라고 부르는 음울하고 죄악스러운 이 세상에서 실행된 것이다.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이집트로 도망쳤고 나사렛에서 자랐다. 또 광야에서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매일매일 인간적 편견, 민족적 차별, 하나님의 선민에게 만연한 영적 교만에 맞서 맨몸으로 싸웠다.
아우슈비츠 해방 75주년 기념은 우리 주변을 둘러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단 실제로 대면했다면 우리는 하늘의 가치관과 태도로 나아가야 한다. 박해받는 사람들을 감싸 주고, 억눌린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희생자들과 동일한 입장에 서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행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더 나은 아침을 기다리고 새로운 시작을 갈망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처럼 긍휼을 베풀고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마음을 두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1 en.wikipedia.org/wiki/Auschwitz_concentration_camp#Liberation
2 See www.britannica.com/place/Auschwitz
3 Primo Levi, 『If This Is a Man—The Truce』(London: Little, Brown, repr. 2001), p. 188
제럴드 A. 클링바일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애드벤티스트 월드』 편집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