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꾸러미
‘폭풍우가 몰아쳐도’
그 건물이 교회인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만약 알았다면 바깥에 반짝이는 오토바이가 서 있거나 문에서 복음 성가 소리가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시커먼 비닐하우스는 분명 교회다. 인도 서벵골 순다르반섬의 주도로 옆에 있는 아름다운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다.
할머니가 교인이 된 것은 가스펠 아웃리치(Gospel Outreach) 사역자인 며느리에게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에 관하여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이야기를 많이 듣고 나서이다. 그 감격을 억누를 수 없어서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을 성경 연구와 기도 모임에 초청했다. 단출한 부엌에서 모였는데 사람들이 금세 늘어 방 두 칸짜리 집의 출입로 역할을 하는 작은 흙바닥까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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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이 계속 늘고 있는 모임의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가지가 쫙 벌어진 커다란 나무 밑은 북적거려도 시원했다.
사람이 많아졌고 통로도 비좁을 지경이었다.
“도로 가장자리는 땅 주인이 없어요.” 새 신자 중 한 명이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의 집 옆에 교회를 지으면 어때요?”
“정부에서 뭐라 하지 않을까?”
“정부에서 도로 확장 공사라도 한다면 모를까. 괜찮을 거예요!”
예배에 모이는 이들에게는 시멘트, 벽돌, 철물 등 건축 자재를 살 만한 금액은 없었지만 거둔 헌금으로 긴 대나무 한 다발, 천막에 사용할 검정 비닐 한 짐과 연두색 바탕에 초록색 줄무늬가 있는 비닐을 한 수레 구입했다. 바나나나무의 질긴 껍질을 벗겨서 대나무를 묶어 뼈대를 만들었다. 교회를 짓는 데 시간을 얼마나 들였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예배 장소가 마련됐다.
여성 참석자 한 명은 놋쇠로 된 신상을 들고 시내로 가서 교회 종으로 다시 주조하여 가져왔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그 안식일 아침에 자신이 한 일을 간증하며 교회의 대나무 서까래에 새로 만든 종을 매달았다. 사람들은 간단한 음향 기기를 빌렸고, 바닥을 닦은 뒤 주황색, 노란색으로 된 비닐 장판을 깔고 천장에 작고 둥근 장식들을 달아 마침내 안식일 아침 문을 열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대성당보다 더 아름다운 이 교회에서 매 안식일 20명이 넘는 남녀가 바닥에 앉아 성경을 읽고, 힘차게 찬양하고, 말씀을 듣고, 풍성한 감사와 희망 가득한 기도를 드리게 된 것이다. 금요일 저녁에도 모이고 주 중에도 집회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모인다.
가스펠 아웃리치 며느리가 30대이다 보니 교회는 마을에서 찾아온 친구들과 젊은 남녀로 가득하다. 성도들은 강단, 성경을 보관하는 캐비닛, 전구, 선풍기, 자주색 화환을 얹은 빨갛고 하얀 십자가도 마련했다.
안식일 오후에는 근처의 순다르반 재림교회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천막 교회에 찾아와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고 12개 그룹으로 나누어 지역민들을 방문한다. 힌두교, 이슬람교, 정령 신앙 출신이지만 이제는 성경을 가르치며 이웃을 교회의 찬양, 기도, 예배로 초청하는 학생이 많다. 이웃들도 학생들을 정말 좋아해서 교회 출석생이 갈수록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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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미국 미주리주의 서니데일 재림교회 학교 학생들이 꾸준히 순다르반에 찾아와 해외 선교를 펼쳤다. 집집을 방문하고 아이들과 축구도 하고 작은 교회 여러 곳에서 전도회를 개최했다. 2020년 3월에는 서니데일 학생들이 순다르반 재림교회 학교 학생들과 함께 천막 교회에서 전도회를 개최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에 관하여 놀라운 이야기들을 함께 전했고 교인 수는 더욱 불어났다.
2019년 11월, 거대한 사이클론 불불(Bulbul)이 서벵골을 강타했다. 나무 수천 그루가 뿌리째 뽑히고 집을 덮쳤다. 마른땅이 진흙투성이로 변하고 유실됐다. 강이 범람해 도로가 파괴되었다. 건물들이 무너지고 바람에 날려가 박살이 나기도 했다.
할머니는 집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교회’가 있었을 때 거기에 그늘을 드리웠던 ‘가지가 쫙 벌어진 커다란 나무’가 걱정되었다. 태풍이 몰아치는 밤 내내 할머니는 그 나무와 교회를 지켜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한밤중에 바람이 나무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따악’ 하는 소리에 이어 ‘쿵’ 하는 굉음이 나자 할머니는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너무 놀라서 문 앞으로 기어가 보니 커다란 나뭇가지, 나뭇잎, 잔가지들이 문을 막고 있었다. 쓰러진 나무에 짓눌려 교회가 종잇조각처럼 구겨졌겠구나 생각하며 할머니는 눈물을 머금고 침대로 돌아갔다.
이튿날 교회 가족 대부분이 상황을 확인하러 왔다. 가지들을 끌어내고 나뭇잎들을 치워 보니 그 나무는 정확히 할머니의 집과 교회 사이의 작은 통로에 쓰러져 있었다. ‘옛 교회’로 활용했던 그 통로에 말이다. 할머니의 집과 ‘새 교회’는 멀쩡하게 남아 있었다.
‘천막 교회를 조금도 건드리지 않고 쓰러진 나무’에 관한 소문이 마을에 퍼졌고 사람들이 찾아와 하나님의 섬세한 손길에 감탄했다. 남아서 예배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았다.
여기서 안식일 예배에 참석하고 싶은 독자라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천막 교회는 이제 사람들로 넘쳐난다. 성경과 찬미를 가져오되 신발은 입구에 벗고 들어가야 한다. 찬양, 기도, 간증, 설교에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원한다면 하루 종일 있어도 상관없다. 또한 교회 뒤편에 있는 나무둥치를 반드시 확인해 보기 바란다. 가지와 잎은 없어졌지만 나무둥치가 할머니의 집 입구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쓰러져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을 곳이 어디인지를 그 둥치가 말없이 가리키고 있다. 쓰러지는 방향을 천사들이 정확히 인도한 그 지점 말이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품 바로 그곳 말이다.
딕 더크슨 목사이자 작가이며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