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토마토를 고정해야 할 때
그리스도의 임박한 재림을 기다린다는 것은?
오전 12시 30분, 시속 100km에 육박하는 돌풍이 나뭇가지를 때리면서 열린 창문 안팎으로 윙윙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창문 블라인드가 펄럭거리며 나무 창틀에 부딪혔다. 번쩍이는 번개는 플라스틱 비늘살을 통해 밝은 조각들을 만들어 냈다. 마른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며 차량 진입로를 가로질러 나뒹굴었다. 빗방울이 유리에 세차게 부딪치는 소리도 들렸다.
침대 위 비몽사몽 속에서도 오로지 정원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아마도 나는 침실 창문에서 5m 떨어진 거대한 나무나 담쟁이덩굴에 뒤엉켜 오래전 금이 가서 여차하면 부서질 수도 있는 낡은 굴뚝, 마당에 열려 있는 온실 문, 아니면 차고 밖에 세워 놓아 점점 다가오는 우박에 맞을지도 모르는 내 차를 더 걱정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곤한 데도 잠을 설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내가 걱정한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고 케일이나 브로콜리, 양배추, 옥수수, 고추도 아니었다. 그것은 꽃이 만발한 토마토 40포기였다.
하나님의 조언
폭풍우가 한밤중에 우리를 강타할 것을 알지 못한 채 나는 30도가 넘는 건조했던 낮이 지나자 저녁 일찍 정원에 물을 주었다. 겨울에 식품 창고와 냉장고를 든든하게 채워 줄, 가지런히 심어져 있는 작물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문득 토마토에 안전하게 지지대를 세워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 달 전에 씨를 뿌렸는데 어느덧 별 모양의 노란색 꽃이 피었고 동그란 초록빛 토마토가 작은 가지에 축 처져 있기도 했다. 폭우처럼 내리꽂는 호스의 물줄기에 식물이 휘어지고 흔들리고 눌렸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였다. 토마토에 추가적인 손질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시계를 보니 저녁 9시였다. 당장 손을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조만간 할 테니까. 토마토는 꽤 튼튼하고 싱싱해 보였다. 조금 기다린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집 주위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는 소리가 들리자 후회가 밀려왔다. 왜 진작 날씨를 확인하지 않았을까? 왜 정원에 물을 줄 때 하나님께서 보내신 조언을 듣지 않았을까? 이런 만일의 사태에 왜 진작 대비하지 않았을까? 손길이 필요한 걸 눈으로 확인하기 이전에는 왜 준비할 생각을 하지 않은 걸까?
마음 준비
내 염려에도 아랑곳 않고 폭풍우가 계속되어서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는 자주 그랬듯이 걱정해 봐야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그 대신 수년간 정원을 가꾸면서 특별하게 경험했던 하나님의 약속 몇 가지를 떠올렸다. 잠언 3장 9~10절, 말라기 3장 10~12절, 신명기 11장 13~15절. 그랬더니 감사하고 순종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 마음의 밭고랑을 타고 흘렀을 뿐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비추어 현재 나의 상황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층 더 영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옛 구절에서 깨달은 새 교훈
교우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에 나는 어린이 안식일학교나 지역 삼육초등학교 성경 수업 때 마태복음 25장 13절을 암기했다.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날과 그때를 알지 못하느니라.” 수년간 마지막 때를 생각하며 이따금 이 성경 구절을 인용하거나 묵상했다. 나는 이 구절을 잘 ‘알고 있었다.’
이 구절 바로 앞에 소개된 지혜로운 처녀와 어리석은 처녀의 비유 또한 익히 알고 있다. 『실물교훈』에서 이 비유에 관련된 내용을 죄다 읽고 더 많은 것을 배웠고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나는 일상에서 이 말씀대로 살았던가? 진정 깨어 주의하고 있었던가? 주어진 시간을 최선껏 사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토마토에 대해 그러했듯이 영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들을 ‘더 좋은 다음 기회’, 말하자면 평소의 세상일이나 사업에 구애 받지 않는 한가한 어느 순간으로 미루고 있는가?
침대에 누워 있는 내 머릿속에서 이러한 질문들이 바깥의 폭풍우만큼 시끄럽게 맴돌 때, 바람에 견딜 토마토 지지대를 세우러 지금 정원에 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분명히 깨달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영적인 의미에서도 폭풍우가 이미 우리에게 닥쳤을 때는 대비하기에 너무 늦다. 폭풍우에 대비해야 하는 시기는 지금, 즉 폭풍우에 대해 예보도 하지 않을 때이다.
목적을 회복하자
우리 재림교인들은 폭풍우 예보를 ‘분명’ 알고 있다. 물론 지난 몇 달간 건강, 인종, 정치적 폭풍이 발생했지만 이것들은 앞으로 닥칠 것으로 우리가 내다보는 ‘그 폭풍우’는 아니다. 그 폭풍이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는 모른다. 그것이 어떤 소리를 낼지 우리는 모른다. 언제 닥칠지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 깨어 기다리며 준비해야 한다. “토마토에 지지대를 세우고 고정”해야 한다. 믿음을 든든히 세우고 마음을 담대히 하고 하나님의 약속을 간직하고 간절히 주님을 찾으면서 성령의 인도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때가 이르러도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의 가지는 넉넉히 태풍을 견딜 수 있다. 튼튼한 주님의 포도나무에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에밀리 깁스 미국 미시간 시더레이크에 있는 그레이트 레이크스 재림교회 고등학교의 영어 교사이다. 남편 야곱과 함께 11월 초에 태어날 첫 딸을 기다리고 있다.
발문
과연 나는 일상에서 이 말씀대로 살았던가? 진정 깨어 주의하고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