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미술
예수님의 초연한 순간을 담은 두 작품
똑같은 이야기도 음악과 미술은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다. QR코드 또는 다음 사이트를 참조할 것. www.adventistworld.org/imagine-this/
로라 제임스
‘예수, 폭풍을 잠재우시다’
“자신이 선택한 신앙을 잘 지키고 있는지 살피는 것은 하찮은 일이 아니에요.”라고 뉴욕에서 활동하는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라 제임스는 말한다. “작업할 때 저는 서양의 종교 미술에서 발견되는 전통적인 이미지의 대안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요.”
작품 ‘예수, 폭풍을 잠재우시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아마도 예수님과 제자들의 모습일 것이다. 그리스도와 제자들을 앵글로색슨계 인물로 묘사한 종교 미술에 익숙한 이들에게 주인공들의 피부가 어둡게 표현된 이 그림은 다소 거슬리면서도 심오한 의미를 던진다.
“저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카리브 출신 가족들과 함께 형제교회(Brethren church)에 다니며 자랐어요. 성경 인물들을 형상화하도록 허용되지 않았지요. 벽에는 아무런 그림도 없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멋진 이미지로 가득한 어린이 성경이 있었어요. 그림에서 주변 인물들은 중동 사람임을 표현하려는 듯이 연갈색 피부였는데, 놀랍게도 예수의 모습은 금발에 푸른 눈을 지닌 백인이었어요. 흑인 또는 아프리카 사람은 이상하게도 늘 갈색 또는 회색빛을 띠었고 원숭이처럼 보일 때도 있었지요. 이런 이미지들 때문에 이 종교는 흑인인 저에게 가장 쓸데없는 종교이거나 적어도 흑인을 존중하지 않는 종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년 뒤에 로라는 우연히 책 한 권을 마주했는데 표지에 그려진 흑인 천사에 눈길이 사로잡혔던 순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표현 기법이 단순해서 모사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시험 삼아 따라 해 보았다. “그 당시는 사진 촬영에 관심이 있었고 그림은 별로 많이 그리지 않을 때였지요. 죄다 검은 선으로 윤곽이 그려져 있고 마치 색칠 공부 책 같았기에 저 혼자서 끙끙대며 해보았어요. 에티오피아 기독교 미술과 그 오랜 전통에 영감을 받은 독학 화가인 셈이지요.”
로라는 특히 캔버스나 목판에 아크릴 물감을 즐겨 사용한다. 그림에서 새로운 영적 의미를 발견한 이들이 보여 주는 반응에 그는 큰 힘을 얻는다. “그분들은 제 작품에 표현된 성경 인물들의 다양한 색채에 공감해요.”
그리스도와 성경 인물을 유색인종과 하나도 닮지 않은 모습으로 그리는 오랜 전통에서 벗어나, 자신 또한 성경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사역의 일부분임을 발견한다면 인간의 삶에 개별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시고 사랑을 쏟으시는 그리스도에 대한 이해는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예수, 폭풍을 잠재우시다’는 로라에게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믿지 않는 이들을 가르치실 때나 심지어 기적을 행하실 때조차도 평온하고 흔들림 없는 예수님의 모습이 좋다.”고 그는 말한다. “물과 바다를 엄청 좋아하기 때문에 이 장면 속의 예수님을 그리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닐 소로굿
‘폭풍이 가라앉다’
“성경에서 출발한 미술 작품이 많아요.”라고 안수 목사이자 화가인 닐 소로굿이 말했다. “설교자로서 매주 말씀을 묵상하며 교우들에게 생생하게 전하는 일은 즐거움이자 도전인데 미술도 출발점은 그와 똑같아요. 성경 본문을 바탕으로 이미지로 그려 나가는 과정이 저는 즐겁습니다.”
소로굿은 정규 미술 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았지만 안수 목사인 아버지가 큰 영향을 주었다. 가는 곳마다 아버지가 그의 손에 스케치북을 쥐어 주었기 때문에 소로굿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고 색칠했다. 곧 그는 미술을 목회에 접목하는 법을 터득했다.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예배나 수련회 순서의 일부로 대규모 전시회를 벌일 때가 많았어요.” 예술과 신학의 융합은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선교 사명의 초청이라는 관점으로 주기도문을 탐색하는 것이 논문의 주제였어요. 그때부터 점점 저 자신을 그리스도인 목사이자 미술가로 자각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캔버스 유화 위주로 그림을 아주 크게 그릴 때가 많아요.”
“오늘날 성경은 수많은 사람에게 닫혀 있는 책이에요. 교회 안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지요. 미술은 신선한 방식으로 성경을 펼쳐 주는 수단이 될 수 있어요.”
작품 ‘폭풍이 가라앉다’는 공포에 휩싸인 제자들 앞에서 바다에게 잔잔하라고 명하시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독특한 방식으로 바라보게 한다. 전통적인 시각이 아니라 닐은 예상치 못한 위치에서 이야기를 그려 낸다. “2000년 초기에 계속 추가해 갈 성경 작품 시리즈를 구상하다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공중에서 그리고 우주에서 담아내는 수많은 사진가의 멋진 장면을 저는 좋아하거든요. 이런 시점으로 그린 작품을 관객들이 멈춰 서서 조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새롭게 인식하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바람이에요.”
닐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인 ‘폭풍이 가라앉다’는 다양한 버전으로 재창조되었다. “수많은 것에 속절없이 휘둘리다가 예수님의 말씀과 임재로 구원받는 과정이 이야기 자체에서 강력하게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숱한 사람의 삶에 울림을 주는 것이지요. 넓고 거친 바다에 작고 약한 조각배 한 척이 떠 있기 때문에 이미지가 강렬하게 다가오지요. 연약함의 전형적인 모습이거든요.”
종교 미술은 어떤 작품이든 메시지와 의미가 담겨 있다. 닐은 렘브란트, 카라바지오, 스탠리 스펜서, 잭슨 폴록, 론 뮤익에게 영감을 받았고 의미와 매체(캔버스 유채)의 통합에서 그림 그리는 힘을 얻는다. ‘폭풍이 가라앉다’에는 미술가로서 닐이 좋아하는 두 가지가 증폭되어 있다. “오일의 버터 같은 성질 그리고 캔버스 위에서 색을 섞어 칠하면서 사물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요.”
이것은 그의 영혼 깊은 곳까지 이르기도 한다. “저 역시 어두운 시절과 아득한 공포와 상실을 겪어 봤어요. 이 작품에서는 결코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음을 계속해서 말해 주고자 해요. 상황이 어떻게 진행 중인지 우리가 전혀 모를 때도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신다는 사실도요.”
윌로나 카리마바디 『애드벤티스트 월드』 부편집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