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폭풍 속에서 살아남기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은 예수님 이야기를 즐겨 그렸다. 그는 성경을 펴고 본문을 연구해 가며 그림에 담을 세부 사항을 찾았다. 예수님과 함께 지내면서 겪는 모험, 시련, 승리로 가득한 자신의 일기처럼 성경을 대했다.
그의 작품 ‘갈릴리 호수의 폭풍과 그리스도’*를 보면 렘브란트 자신이 그림 속의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난폭한 바다, 검은 하늘 아래서 배의 돛은 찢어지고 밧줄은 끊어졌다. 이물에 자리 잡은 제자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 채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옆구리에서 한 사람은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머리를 붙잡으며 구토한다. 고물에는 제자 다섯이 예수님을 둘러싸고 있다. 하나는 무릎 꿇고 기도하는 중이고 또 한 사람은 예수님의 옷자락을 붙잡고서 “어떻게 좀 해 보십시오.”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림에는 화가 렘브란트의 모습도 보인다. 한 손으로는 밧줄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모자를 잡고 있는 사람이다. 렘브란트는 왜 자신을 이 스토리에 포함시켰을까? 그림 속에서 그의 얼굴은 왜 그림을 감상하는 관람객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그 유명한 렘브란트 역시 우리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삶에서 모진 풍파를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살아남을지 어떨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들 말이다. 렘브란트는 일생의 연인 사스키아와 결혼하여 자녀 넷을 얻었다. 그 뒤 몇 년 지나지 않아 자녀 셋과 아내, 어머니를 잃었다. 파산하여 우울증도 앓았다.
이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렘브란트는 파도와 바람을 향해 예수님이 “잠잠하라 고요하라”라고 꾸짖으려고 막 일어서려는 순간을 포착했다. 렘브란트의 강조점은 성경과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다. 삶에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이는 순간에도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에게 평안을 가져다주신다.
*‘갈릴리 호수의 폭풍과 그리스도’, 렘브란트 반 레인, 1633년(캔버스에 유채). 1990년,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서 도난당했다.
닐 스코필드 호프채널과 애드벤티스트 리뷰 TV에서 방영하는 ‘마스터스트로크’ 시리즈 진행자이다. 런던 국립 미술관에서 공부했고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에서 종교사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