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샘
빌 노트
내가 어렸을 때 언덕에 있는 아버지의 오두막 근처 숲에는 소나무와 활엽수가 자라고 있었고 숲 여기저기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샘들이 있었다. 샘을 보면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끊임없이 물이 솟는 대지의 샘터는 수도꼭지를 틀어서 불소 처리되고 여과된 물을 컵에 받아 마시는 데 익숙했던 꼬마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햇볕이 잘 드는 샘 하나가 길가의 풀밭 언덕 높은 곳에 있었는데 아버지는 버크셔주의 강 유역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갈 때면 으레 그곳에 차를 세웠다. 그러면 형제들과 나는 차가운 파이프에서 한없이 쏟아지는 얼음장 같은 물줄기로 갈증을 풀었다.
몇 킬로미터 더 가면 나뭇잎과 이끼로 덮인 화강암 절벽에 또 다른 송수 파이프가 박혀 있었다. 시원한 물이 어찌나 세차게 흘러나오는지 여행객들의 주전자와 물병이 금세 가득 찼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느 사려 깊은 농부가 커다란 철제 드럼통을 묻어 놓은 길가의 샘이었다. 물을 마시려면 납작 엎드려 수면에 입을 대어야만 했는데 그럴 때마다 새로운 물이 계속 통을 채우고 있다는 표시인 공기 방울들이 바닥에서 솟아나는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샘은 소중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땅속 암반층에서 힘차게 내뿜는 신선한 물로 끊임없이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나는 새로움의 원천과 근원에 대해 생각한다. 불만스럽고 성급한 마음으로 우리는 지나가는 한 해의 문을 쾅 닫아 버리거나 그 고통스럽고 슬픈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할 때가 많다. 그러나 가는 해와 오는 해에는 커다란 연속성이 있으며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전히 똑같은 몸으로 산다. 똑같은 집에 살면서 똑같은 가족들과 연결되어 있다.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신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똑같은 말씀을 연구한다.
따라서 2021년에 우리가 가장 크게 기대해야 할 것은 과거와 깨끗이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워지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몸이 새로워질 수 있을까? 과연 올해에는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롬 12:2) 늘어진 결혼 생활에 탄력과 웃음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원천을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바싹 마르고 깨져 버린 우정을 회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든 새로움을 위한 영원하면서도 꺼지지 않는 원천, 즉 그분의 말씀 한 장 한 장에 계시된 은혜와 자비를 갈망한다. 오직 그분 앞에서 우리 자신을 숙일 때만, 땅바닥에 엎드려 그 투명하고 끝없는 진리를 들이킬 때만 이 새해는 지난해와 달라지고 거룩한 기쁨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긍휼히 여기는 이가 그들을 이끌되 샘물 근원으로 인도할 것임이라”(사 49:10).
2021년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들이키자. 그리고 은혜 안에 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