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믿음을 지키는 자
요한계시록 14장 12절에서 “예수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 자”의 의미는?
이 성경 구절은 13절과 함께 세 천사의 기별을 마무리하면서, 용과 그 연합 세력의 행동 강령에 복종하는 자들과 그리스도께 충성하는 하나님의 남은 백성을 대조한다(9, 11절). “예수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원문의 의미는 모호하다. 그래서 여러 다른 번역이 가능하다.
1. 다른 가능성들
해당 구절에서 명사 ‘믿음’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언급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요한계시록 2장 13절은 이런 독법을 지지하는 듯하다. 버가모 교회는 “나를 믿는 믿음 / 나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아니하였”다고 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본다면 요한이 말하는 하나님 백성의 특징이란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믿음’을 ‘신실함’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그 구절을 ‘예수의 신실함’으로 보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께 대한 예수의 신실함이 또한 신자들의 신실함을 고취시켰다는 의미로 본다. 세 번째 가능성은 ‘믿음/신실함’이 신자들의 믿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그들이 ‘예수께 신실했다’로 번역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분의 가르침에 충성하는 것과 예수께서 하셨듯이 하나님께 신실한 것 둘 다를 의미할 수 있다. 이 제안은 앞의 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넷째 가능성은 ‘그들이 예수에 대한 자신들의 믿음을 지켰다’로 번역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 예수를 믿는 믿음이란 그분을 구주로 믿는 믿음을 가리킨다. 이것은 요한계시록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예수의 피를 통해 그들의 죄에서 정결하게 되고 구속받는다(계 1:5; 5:9; 14:3~4)는 사실에서 지지를 받는다.
2. 요한의 의도
그리스어 구절의 모호함 때문에 요한의 의도를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 같은 경우에 어떤 해석자들은 요한이 네 가지 의미 모두를 마음에 품고 있을 것이라고 해석하기를 좋아한다. 그 견해를 굳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볼 때 요한이 주안점을 두었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나는 지적하고 싶다. 하나님의 백성은 예수를 자신의 구주로 믿으며 이 믿음의 헌신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요한의 주요 강조점인 듯하다. 그들은 목숨을 보존코자 용의 동맹 세력을 믿는 일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계 13:15). 구원을 위해 그리스도를 의지하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핵심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수에 대한 믿음”이 무엇을 뜻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버지의 구원 계획에 대한 예수의 성실성을 말한다고 하는 것이 가장 명확한 대답일 것이다. 그분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기까지 충성하셨다. 우리가 “예수에 대한 믿음”을 어떻게 번역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번역들 모두는 구원하는 믿음의 원천으로서 그리스도께서 죽으셨다는 사상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듯하다.
그리스도에 대해 신자들이 지닌 ‘구원에 이르는 믿음’이야말로 요한의 주안점이라는 입장을 지지하는 문맥적 증거를 나는 또 하나 제시하고 싶다. 요한계시록 14장 13절에서는 “주 안에서 죽는 자들”에 대해 언급한다. 이들은 인내하는 자들이고 주님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된 자들이다. 그들이 “주 안에서 죽는”다는 말을 주목하라. “주 안에서”라는 구절은 신학적으로 풍성한 의미를 지닌다. 주 안에 있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 구주 안에서 발견되며 믿음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그분의 구속 사업에 함께하고 그분의 백성으로 가입된다는 의미이다. “예수에 대한 믿음”에서 가장 중요하게 가리키는 것은 바로 이 구속 사업인 듯하다. 필자의 견해가 옳다면, 요한계시록 14장 12절은 각자 경험적으로 그리스도의 죽음을 믿고 구원을 간직한 동시에 하나님이 나타내신 사랑에 반응하여 하나님의 계명에 순종하는 사람들, 즉 복음과 율법을 간직한 자들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앙헬 M. 로드리게스 은퇴할 때까지 대총회 성경연구소 소장으로 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