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의 오솔길
낙타 열 마리와 세 천사
본 기사는 2021년 4월에 개최한 대총회 행정위원회 춘계 회의에서 전한 설교를 요약한 것이다. -편집실
시편에 언급된 순례 예배자의 고백에서부터 하나님이 직접 하신 대답에 이르기까지 ‘내가 가겠다’라는 말은 성경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것은 일반적인 히브리어이지만 단독으로 ‘가겠나이다’라고 번역된 곳은 몇 군데 없다. 그중 한 구절이 창세기 24장에 있다.
1절에는 “아브라함이 나이가 많아 늙었고 여호와께서 그에게 범사에 복을 주셨더라”는 내용이 나온다. 삶의 종착역이 다가오자 그 위대한 선조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아들 이삭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종을 불러 가나안 사람을 찾지 않겠다고 맹세하게 한다. 지역 사람들과 친숙했던 아브라함은 이삭이 하나님의 언약과 그분의 약속을 받아들일 아내를 만나기를 바랐다. 현명하고 경건한 배우자를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는 알고 있었다.
여정
사막에서는 아무도 정오에 우물에서 물을 긷지 않으며, 오히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긷는다. 물을 길어 오는 행위는 당시 여성들의 집안일이었는데 우물은 주인의 아들에게 필요한 배우자를 찾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12~14절에서 종은 저녁에 도착하여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가 성공하도록 기도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절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15절)로 시작한다.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과 문제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멘’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하나님께서는 이미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구상하고 계신다. 이 구절은 우리가 기도를 마치기도 전에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신다는 확신을 준다.
15절은 리브가의 어깨에 놓인 항아리를 언급하고 있다. 정교한 도자기 물동이를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물을 나르는 데 사용되었던 큰 토기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가 있다. 배관이 없던 시대에 청소, 식수, 요리에 사용할 흐르는 물은 오로지 여성들이 ‘전력 질주’로 왔다 갔다 해야 얻을 수 있었다. 리브가의 어깨는 가냘프거나 연약하지 않았다 그 물동이를 나를 수 있을 정도로 근육이 붙어 있었을 것이다. 또 우물은 멋진 덮개로 가려진 구덩이가 아니라 크거나 작은 동굴의 지하 샘이었다. 16절에서 리브가의 아름다움과 순결함은 토기 물동이를 들고 홀로 동굴을 탐험하는 능력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낙타 열 마리
엘리에셀은 리브가를 만나 마실 물을 청한다(17절). 리브가는 부탁받지 않은 일까지도 한다. 특별히 낙타 열 마리가 “마시기를 다할 때까지” 물을 제공해 요청받은 것보다 더 많이 봉사했다. 이 사막의 짐승은 가장 아름답지는 않아도 하나님에 의해 훌륭하게 창조되었다. 그들은 모래 폭풍에 콧구멍을 닫을 수 있다. 눈에 먼지가 들어오지 않게 막아 주는 긴 속눈썹이 있다. 그 입은 선인장을 먹을 수 있도록 돌기라고 불리는 단단한 돌출부를 지니고 있다. 이 동물은 종종 거품 같은 타액을 뱉는 습관과 신경질적인 성질을 부리지만 사막의 가혹한 환경을 견뎌 낸다.
낙타는 목이 마르지 않을 때도 3분 동안 물 190리터를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브가는 최소한 물 2,000리터를 퍼 나르면서 괴팍한 낙타 열 마리의 침을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그런데 리브가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을까? 리브가는 그날 아침, ‘오늘은 모든 것이 바뀌는 날이야. 오늘은 평소보다 더 많이 봉사할 테야.’라고 생각하며 잠에서 깨어났을까? 그녀의 순수함과 봉사는 그녀의 품성을 나타내는 증표이다.
가겠는가?
여러분이라면 전혀 모르는 사람과 열 마리 낙타에게 물을 주겠는가? 이 구절에서 놀라운 부분이 있다면 바로 관습을 초월한 친절, 낯선 사람들과 어우러져 그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려 하고 그들의 필요에 사랑의 동정심을 보이고 그들의 낙타를 돌보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리브가의 타고난 성품이라는 점이다. 엘렌 화잇은 이렇게 말한다. “현세에서 성공하고 내세를 얻는 일에 성공하는 것은 작은 일들을 충실히 하고 양심적으로 돌보는 데 달려 있다.”*
우리는 너무 바쁜 나머지(팬데믹 상황에서도) 작은 일들에 대한 순간의 명확성을 잃어버렸다. 작은 일들의 영적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는 사건의 영향과 상황을 걱정하고 거기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세 천사의 경고를 전파하라는 하나님의 마지막 날 운동에서 그분의 백성은 하찮아 보이는 사람들과 그들의 열 마리 낙타를 상대하는 작은 일에서도 더 명확하고 세심하고 성실해야 한다. 우리는 물을 몇 리터나 떠 줄 수 있겠는가?
여동생과 다른 오라버니
30절에서 리브가는 값비싼 반지와 팔찌를 두른 오라버니 라반과 대조된다. 리브가와 다르게 라반은 보상을 먼저 염두에 두고 친절을 베푼다. 라반 역시 기대 이상으로 봉사하지만 그가 부드럽게 “여호와께 복을 받은 자여 들어오소서 어찌 밖에 서 있나이까 내가 방과 낙타의 처소를 준비하였나이다”라고 말하며 “낙타의 짐을 부리고 짚과 사료를 낙타에게 주고 그 사람의 발 씻을 물을 주고”(31~32절) 하는 그 의도는 무언가 이득을 위한 것이다.
라반의 품성은 나중에 야곱을 대하는 모습에서 또 신부를 얻기 위해 14년 동안 야곱이 봉사한 값을 치르는 데서 완전히 드러난다. 성경은 라반이 엘리에셀의 출발을 미루려 했다고 말한다(54~57절). 대화는 “네가 이 사람과 가려느냐”(58절)는 물음에 리브가가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는 것으로 끝난다.
세 천사
어느 한순간에 구원의 역사는 왼쪽으로 갈 수도 오른쪽으로 갈 수도 있다. 리브가는 그 순간을 알아채고 “가겠나이다”라고 대답했다. 이기적인 이익이나 물질적 계산에 이끌리지 않고 리브가는 궁극적으로 아브라함의 언약에 참여하고 세상의 모든 가족에게 복이 되며 메시아 조상의 계보의 일부가 되기로 선택한다. 가족들은 “우리 누이여 너는 천만인의 어머니가 될지어다”(60절)라며 그녀를 축복한다. 그리고 리브가는 수많은 사람을 위한 구원 계획의 일부가 되었다.
의회, 위원회, 심의에서 내려지는 중요한 결정만이 아니다. 낯선 이들과 우연히 만나는 순간에도 우리는 “가겠나이다”라고 말하고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일부가 되어야 하며, 세 천사의 기별의 일부가 되어야 하며, 예수님의 재림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오늘날 하나님께서는 이방인과 그들의 낙타 열 마리에게 약간의 물을 기꺼이 떠 주려는 리브가들을 부르신다. 그분의 영광 혹은 그리스도를 닮은 품성은 작은 일들을 통해 드러난다. 하나님께서 친히 자신의 아들을 위해 한 백성(신부)을 다시 한번 찾으신다. 그러니 큰일들, 품성, 공동체, 가족뿐 아니라 작게 보이는 일에도 충실할 수 있도록 은혜를 달라고 간구하자.
*엘렌 G. 화잇, 『부조와 선지자』, 574
저스틴 김 대총회 안식일학교·개인전도부 부부장이며 청년을 위한 『인버스 청년교과 지도서(InVerse Bible Study Guide)』의 편집인이다.
발문
어느 한순간에 구원의 역사는 왼쪽으로 갈 수도 오른쪽으로 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