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화할 수 있을까?
쓸데없는 논쟁을 피하고
확신과 친절의 균형을 찾는 법
‘열불 나게 하는’ 주제에 관해 읽거나 듣거나 말하다가 울화통이 터진 적이 있는가? 누구나 그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거나 적어도 교양 있게 대화하기가 힘든 경우 말이다. 날씨나 좋아하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 종교, 현재의 코로나 대유행을 논할 때 불꽃 튀는 설전이 벌어진다. 거기에 대해 ‘소셜 미디어의 활용’을 화제로 추가하면 논쟁의 불길은 삽시간에 활활 타오를 것이다.
인상적인 한마디, 익명성, 혼란스러울 정도로 넘쳐나는 잡다한 정보, 이런 것이 한데 모여 확신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 한몫한다. 심지어 단순히 의견으로 제시된 것까지 긁어모아서 말이다.
교회와 신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극단적인 견해를 지닌 사람과 대화가 될까? 음모론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과 대화가 될까? 불필요한 논쟁을 피할 수 있을까? 정직한 확신과 친절의 균형을 이루는 일이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서로 다른 말을 하다
사실 우리는 교양 있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서로 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수년 동안 교회를 분열시킨 문제를 놓고 투표를 진행해야 하는 어느 교회의 사업 회의를 온라인으로 시청한 적이 있다. 교회 대표들은 ‘상대편’의 가치나 관점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이 사람들은 의장이 아니라 의사를 찾아가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표가 이루어졌고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같은 가족의 구성원이라고 느꼈을까? 아닌 것 같았다.
대화에 앞서 고려해야 할 강약 조절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단적인 사례를 떠올려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음모론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자 캐런 더글러스에 따르면 음모론이란 “특정 사건이…명백한 행동이나 자연적 발생적인 일 때문에 생긴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힘 있는 개인이나 조직들의 은밀한 제휴로 말미암아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이런 사고방식에 대해 반박할 증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전문가들은 특히 음모의 일부로 여겨질 때가 많고, 정반대의 증거를 새로 찾아서 기존의 진술을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1
뇌 영상 연구에 따르면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니는 데 관여하는 대뇌 영역은 신념이 확고할 때 닫히는 경향이 있다.2 더글러스는 음모론을 작동시키는 요소들을 파악했다. 바로 ‘인식적’ 요소(화자가 설명하는 내용), ‘실존적’ 요소(핵심 가치와 생존에 끼치는 중요성), ‘사회적’ 요소(소속감 부여)이다. 특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솔직하고도 공손한 대화를 나누고자 할 때는 이런 요소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서로 대화하기
엘렌 G. 화잇은 이렇게 진술했다.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는 그리스도의 방법만이 참된 성공을 가져다준다. 구주께서는 상대의 유익을 갈망하며 사람들과 어울리셨다. 그분은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셨고 그들의 필요에 맞게 봉사하셨고 그들에게 신임을 얻으셨다. 그런 뒤에 ‘나를 따르라’고 명령하셨다.”3 모든 대화가 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이상적으로는 모든 대화에는 이 아름다운 인용문에 언급된 요소들이 담겨 있어야 한다. 존경심을 지니고 사람들과 어울리면 상대의 신념 체계에는 은연중에 ‘사회적’ 요소가 작용한다. 또 상대의 유익을 갈망하면 ‘실존적’ 요소와 연결된다.
가깝고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과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번스의 제안을 실천해 보라. 그는 이것을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다섯 가지 비밀’이라고 부른다.4 번스는 우선 의견을 말하기 전에 주의 깊게 경청하고 최대한 많은 공통점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그런 다음 상대방의 삶을 형성해 준 경험들을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애쓰라고 제안한다. 세 번째는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질문을 부드러운 말투로 건네라는 것이다. 네 번째는 자기 자신의 경험을 지니는 것이다. ‘너’ 화법이 아니라 ‘나’ 화법을 써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관점을 전달할 때는 상대의 관점에 대해 진심 어린 긍정적인 호응을 보여 가면서 대화해야 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극단적이거나 음모론자로 보이는 사람과 대화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예수님도 바리새인처럼 극단적 견해를 취하는 이들과는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하셨는데 이것은 노력이나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예, 마 3:7; 19:3; 23:15, 23, 25). 잠언에서는 마음이 닫힌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조언한다(잠 14:3~13). 전도서에서는 “범사에 기한이 있다”(전 3:1)고 말한다.
여기 몇 가지 제안이 있다. 먼저 자신이 무엇에 ‘치중’하는지를 알아 두면 좋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지만 심각하게 반응할 가치는 없는 화제들이 있다. 서로 생각을 달리하는 어떤 문제가 자신의 가치관과 신앙에 정말 중요한 것인가 헤아려 보라. 또 하나의 조언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큰 그림에 초점을 두라는 것이다. 자신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 때문에 언성이 높아질 때가 있다.
자신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늠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스도인 신앙의 핵심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품격 있게 지낼 것인가? 아니면 ‘끝장내는 말’을 던질 것인가? 마지막으로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 16:32)라는 말씀을 명심하라.
그리스도인의 대화란 음모론의 심리학을 의식하고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또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올바른’ 기술을 배우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빌 2:5). 그리스도 안에서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가면서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빌 2:1~11).
1 “Speaking of Psychology: Why People Believe in Conspiracy Theories”https://www.apa.org/research/action/speaking-of-psychology/conspiracy-theories
2 M. Schurz et al, “Common Brain Areas Engaged in False Belief Reasoning and Visual Perspective Taking: A Meta-analysis of Functional Brain Imaging Studies,”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2013), https://doi.org/10.3389/fnhum.2013.00712.
3 엘렌 G. 화잇, 『치료봉사』, 143
4 D. Burns, Feeling Good Together: The Secret to Making Troubled Relationships Work (New York: Broadway Books, 2008), pp. 95~175
카를로스 파야드(Ph.D)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로마린다 대학교 정신과 부교수이자 교육 및 지역 사회 정신 건강을 위한 세계보건기구(WHO) 협력센터의 소장이다.
발문
존경심을 지니고 사람들과 어울리면 상대의 신념 체계에는 은연중에 ‘사회적’ 요소가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