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결혼 식물
빌 노트
눈 내리던 40년 전 12월의 오후에 한 신부가 몇 분 뒤 입장할 때 들고 가려고 준비해 둔 빨간 장미 부케에 가위를 갖다 댔다. 신부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케에 기분 나쁘게 “거미 새끼” 여러 마리가 매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꽃가게 주인이 부케에 끼워 넣은 초록 식물인 접란(거미죽란)이 웃자란 부분이었다. 문제를 해결했다. 웃자란 부위를 잘라 냈고, 신부는 만족했고, 결혼식은 차질 없이 끝났다.
그런데 신부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이렇게 신부가 남모르게 화초를 잘라 내는 모습을 본 신부 들러리가 잘려 나간 화초 잎을 쓰레기통에서 꺼내어 집으로 가져가 뿌리를 내리게 했다. 그러고는 우리 부부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우리에게 싱그러운 ‘거미 식물’을 건넸다. 바로 아내의 신부 부케에서 잘려 나간 그 생명체였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하고 친구와 가족에게 들려줄 재미있는 에피소드일 정도였다. 그런데 머지않아 그 식물을 죽이지 않고 잘 키우는 게 어느 정도 절박한 일이 되었다. 살아 있는 결혼의 상징이 시들어서 죽도록 내버려 두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부부는 물을 주고 흙을 갈아 주고, 애완동물이 뜯어 먹지 못하도록 보호했다. 집을 옮길 때마다 챙겨 갔고 새로운 사역지로 수천 킬로미터를 운전하며 이사할 때도 이삿짐 맨 위에 올려놓았다.
대대적인 이사를 여덟 번 다닌 후에도 우리의 ‘결혼 식물’은 고양이 두 마리와 개 두 마리에게 먹히지 않았고, 가만 있지 못하는 두 아들이 여러 번 쳐서 넘어트렸는데도 살아남았다. 햇빛이 아주 조금 들어오는 북향집에 몇 년이나 있었는데도 죽지 않았다. 이 식물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보살펴 주어야 했다(그것도 자주 돌봐 주어야 했다.). 화분에 심어 놓은 식물은 매년 분갈이를 하지 않으면 뿌리가 화분에 꽉 차 버린다. 화초가 계속 초록색을 띠고 그 ‘거미 새끼’를 낳도록 하려면 물을 규칙적으로 주고 식물 영양제도 줘야 한다. 결혼 식물과 마찬가지로 우리 가족도 후손을 낳았다. 두 아들 모두 결혼해서 우리 근처에 살고 있는데 손자 하나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으며, 다른 손자가 태어날 예정이다. 몇 년 동안 수많은 친구와 동료에게 꺾꽂이한 것을 나누어 주다 보니 이제는 아내의 부케가 얼마나 멀리까지 갔는지는 알 길이 없다.
40년 동안 우리는 하나님께서 키워 주신 것들을 보면서 살아왔다. 물론 결혼 식물을 통해서도 이런 모습을 봤지만 대부분은 결혼 생활과 가족을 통해서였다. 우리의 결혼 서약을 들으신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제정하신 결혼을 돌봐 주셔서, 결혼 생활이 재미와 신성함을 잃지 않고 계속 성장하게 해 주셨다. “주여 주는 대대에 우리의 거처가 되셨나이다”(시 90:1).
이 결혼 식물은 이제 내가 근무하는 편집국 사무실 밖에서 남향 햇빛을 가득 받으며 잘 자라고 있는데 매일 이걸 볼 때마다 사랑과 신성한 영속성의 힘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