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는 성경
빌 노트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 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히 4:12).
동이 트기 전 서재에서 들려오는 말소리가 유리와 나무에 울려 퍼진다. 성경 낭독 앱에서 나오는 이 소리는 마치 방 안에서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내 곁에서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 소리를 눈과 귀로 감상하다 보면 내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성경도 성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한때 나는 가죽 표지에 페이지가 두 단으로 나누어져 있고 예수님 말씀이 빨간색으로 강조된 책이 아니면 성경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어릴 때 가지고 있었던 성경이다. 일곱 번째로 맞이한 크리스마스에 받은 성경인데 아직도 서재 책꽂이에 꽂혀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용 성경이 가죽 제본 성경을 대신했다. 나에게 생명을 준 말씀을 읽고 또 읽느라 새 성경에는 펜으로 그은 오색 줄이 가득했다. 대학 연구용 성경에는 메모가 많고 병행절, 참고절,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감동적인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는데 그중 세 권은 제본 부위가 너덜너덜하다.
수년간 목회하면서 사용하던 성경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책이면서도 성경 연구, 설교, 발표 준비를 위한 것이다. 그 성경을 읽고 있으면, 이른 아침 책상 앞에 펼쳐진 말씀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와서 박혔던 수많은 순간이 떠오른다. 갖가지 성경 역본(새영어성경, 개정표준역, 새개정표준역, 새제임스왕역)은 저마다 양날검보다 더 날카로워서 책망 중에도 위로를 주며, 마음으로 은혜를 완전히 깨닫기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제는 편집인으로 일하면서 접한 성경들이 책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번역, 더 나은 제본, 선물용 성경, 기타 언어로 된 성경 등이다. 프랑스어 성경을 집어 들면, 아이티나 프로방스 산골 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목회자가 이 성경 속의 어떤 말씀에서 힘을 얻고 예수님을 발견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내 마음을 흔들어 구주를 사랑하게 했던 그 구절에 그역시 감명을 받을까? 그도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Car Dieu a tant aimé le monde qu’il a donné son Fils unique)”라는 요한복음 3장 16절을 되뇌며 밝아오는 하루를 맞이할까?
매년 새해가 될 때마다 말씀에 새롭게 열심을 내기로, 말씀을 자주 매일 읽되 무엇보다 마음에 진리가 자리 잡도록 열린 마음으로 읽겠다고 으레 다짐한다. 성경 1,189장을 후다닥 읽기보다 한 부분이라도 사려 깊게 읽고 삶에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새로 믿음의 싹을 틔우는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이번 1월 호에서는 올해 복음서를 읽으면서 우리 주님의 이야기, 비유, 설교, 희생을 깊이 살피고 성숙해질 수 있는 연구 계획표를 소개한다. 물론 이것 말고 다른 연구 계획이 있다면 거기서 유익을 얻어도 좋다. 만약 예수님과 새롭고도 더 풍요롭게 동행할 길을 찾는다면 우리가 제시한 성경 공부 계획을 시도해 보자. 어떤 언어로 성경을 읽거나 듣든지 간에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님과 그분의 말씀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슴속에서 우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