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꾸러미
수박 123통
딕 더크슨
“여름에는 여기가 펄펄 끓어요. 32도를 늘 웃돌죠. 저에게는 뙤약볕 아래서 일하는 일꾼들이 여럿 있습니다. 땀투성이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고단하게 일하죠. 대장이다 보니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찾아가 봅니다. 트럭에 수박을 가득 싣고 가서 적재함의 뒷문을 내리고, ‘모두 와서 수박을 잘라 먹자.’고 부릅니다. 여름의 열기가 내리쬐는 동안 수박을 123통 샀더군요. 땀투성이에, 더위와 피곤에 지친 일꾼들에게 모두 나눠 주었죠. 예수님이라면 그렇게 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참, 도넛을 잊어버렸었네요. 예수님이 5,000명을 먹이실 때 빵을 주셨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맞죠? 그래서 저도 일꾼들에게 수박과 도넛을 줍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로린은 농부이며 목장 경영자에다 건설 현장 소장 일도 겸하고, 미국 노스다코타와 캐나다의 서스캐처원에 있는 국경 너머의 석유와 가스 라인에서 일하는 몇몇 일꾼의 대장이기도 하다. 덩치가 커서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웃음을 지으면 그가 얼마나 큰지는 다 잊어버리고 만다. 눈 주위에 미소 주름이 가득하다. 그는 웃을 줄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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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끔찍하게 무더운 날이었어요. 새 건물 지붕의 일부로 사용하려고 금속제 들보를 들어 올리고 있었지요.” 일꾼 중 한 명이 그날을 떠올렸다. “들보가 꽤 무겁다 보니 세 사람이 들어야 제자리에 놓을 수 있었고 우리는 금세 지쳐 버렸죠. 무더운 오후에 로린이 보러 와서는 혼자서 들보 하나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우리가 볼트를 맞추는 동안 그것을 들고 있는 거예요. 완전히 혼자서 말이에요. 그 무거운 것을 들고도 내내 웃으며 농담을 건네더라니까요.”
알다시피 어떤 근로자들에게 상사는 두려움의 존재이다. 하지만 로린의 일꾼들에게는 예외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사 로린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로린은 수박을 잘라 나눠 주며 일꾼들에게 말을 건다. 가족에 관해 물어보고 일꾼들이 한 일에 관해 한 사람 한 사람 칭찬해 주고, 격려하고, 가르치고, 개인적으로 지지해 준다.
“집에 채소밭이 있어요.” 로린의 얼굴 표정이 진지해진다. “물론 채소를 잘 가꾸는 편은 아니지만 예수님도 나사렛에 채소밭을 가지고 계셨을 것 같아서 저도 노스다코타에 하나 마련했죠. 그곳은 하나님과 함께 걷는 장소예요. 제가 그분 곁에서 걸으며 그분의 말씀을 받는, 그분이 나를 꼴 짓는 훈련장인 셈이죠. 많은 깨달음이 그곳 토마토밭에서 일어납니다.”
로린의 토마토 나무는 평범하지 않다. 2.1~2.4미터까지 자란다. 작년 여름에 우박을 동반한 폭풍이 몰아쳐서 얼음 덩어리가 토마토밭을 쓸고 갔다. 보통 이런 일을 당하면 여름 토마토 농사는 끝이다. 하지만 이곳은 로린과 하나님이 함께 걷는 정원임을 기억하라. 토마토 나무가 망가지기는커녕 우박을 동반한 폭풍이 몰아칠 때마다 식물은 새로운 가지를 냈다. 관목처럼 너무 무성해져서 날이 넓은 칼로 세게 쳐 내며 터널을 만들어야 다 익은 빨간 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었다.
“하나님과 저는 올해 토마토를 약 227킬로그램 수확했어요. 물론 다 나누어 주었죠. 일꾼들에게도 가고 얼마는 마당으로 들어와 배가 고프다며 토마토를 얻을 수 있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주었어요. 하나님께 그런 사람들을 보내 달라고 기도했고, 놀랍게도 하나님은 항상 모든 토마토마다 임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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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227킬로그램, 옥수수 통조림 952킬로그램, 수박 123통, 크리스마스 쿠키 216킬로그램, 진짜 버터 프로스팅을 곁들인 당근케이크 8개, 커다란 초콜릿바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초콜릿까지!
“싸구려가 아니라 양질의 다크 초콜릿이에요. 가장 좋은 초콜릿만 삽니다.” 로린이 말했다. “예수님이라면 두 번째로 좋은 것에 만족하지 않으셨을 테니 저도 가장 좋은 것을 사서 기쁘게 나누어 줍니다.”
로린의 트럭에는 항상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초콜릿바가 준비되어 있다. 농장 길을 따라 운전하다가 울타리 철사를 단단하게 조이며 땀에 흠뻑 젖은 피곤한 사람을 만날 때와 같은 날을 위해 준비해 두는 것이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은 조그만 도움의 손길을 펼쳐도 고마워할 것을 로린은 알고 있다. 먼저 길 끝에 트럭을 세워 놓고 초콜릿바와 시원한 물 한 병을 들고 가서 그 농부에게 건넨다. 로린의 초콜릿바를 거절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 사람은 얼마 동안 함께 웃음을 나누고 로린은 자연스럽게 울타리 고치는 일을 돕는다.
“로린은 초콜릿맨으로 유명해요.” 친구 한 명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항상 뭔가를 줘요. 특히 커다란 최상품 초콜릿바를 종종 주는데, 갈릴리에서 예수님이 하셨듯이 웃음을 흩뿌리며 그렇게 한다니까요.”
“사람들이 예수님께 왔을 때 그분이 하셨던 걸 저도 따라 하는 것뿐이에요. 예수께서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늘 그들에게 주신 것은 아니었지만 그분은 그들에게 정말로 꼭 필요한 것을 주셨죠. 자신이 그들과 함께 계심을 보여 주셨고, 정말로 그들을 돌보셨어요. 그 당시 그들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신 것이죠. 예수님은 진심으로 사람들을 사랑하셨고 저도 그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예수님의 모본을 따라 사는 삶, 그것은 주는 사람이 되는 거죠. 그리고 정말로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로린은 자신이 사는 노스다코타에만 머물러 있지 못한다. 매년 몇몇 건축 팀을 데리고 아프리카와 인도에 가서 학교를 지어 준다. 갈 때는 장비와 도구로 짐이 무겁다. 여분으로 망치, 톱, 전동 드릴 등을 여럿 챙겨 간다. 하지만 돌아올 때는 짐이 가볍다. 도구가 필요한 현지의 친구들에게 몽땅 주고 오기 때문이다.
그의 짐에는 항상 다른 물건을 챙기는 가방도 있다. 칼 연마기가 가득 든 노란색 가방이다. 매일 저녁이 되면 로린은 마을로 나가서 누군가의 부엌칼을 갈아 준다. 마체테(정글칼)와 쟁기도 갈아 준다. 갈아 주기만 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에게 연마기 사용법을 가르쳐 주고 그들에게 나누어 준다.
“아시다시피 저는 단지 제가 머무는 이 세상을 알아 가려고 노력하는 중일 뿐이에요. 예수님이 사셨던 것처럼 살고, 그분과 함께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하고 싶어요.”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이며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살고 있다.